TL, 혁신은 없지만 클래식한 재미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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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씨소프트의 MMORPG 신작 'TL'이 지난 12월 7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 엔씨소프트의 MMORPG 신작 ‘TL’이 지난 12월 7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엔씨소프트 MMORPG 신작 ‘쓰론 앤 리버티(이하, TL)’이 지난 12월 7일 정식 출시됐습니다. 무려 6년이라는 오랜 개발 기간을 거쳐서 드디어 나온 작품으로, 엔씨소프트가 주력하는 작품이었던 만큼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감이 한 데 모였습니다.

이렇게 기대감을 가지고 이번 작품을 바라본 시선도 있지만, 반대로 엔씨소프트가 과거에 선보인 주요 작품들을 떠올리면서 우려를 던지는 시선도 적지는 않았죠. 특히, 테스트 당시에 혹평을 받은 부분을 수정하겠다고 밝힌 직후, 아주 짧은 기간 동안 개발 방향을 선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불안감이 더해지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이 지나고 정식 서비스에 돌입한 이후에는 ‘TL’에 대해서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실제로 작품은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무난하게 즐기기 좋은
정통 MMORPG

‘TL’은 엔씨소프트에서 자체 개발한 MMORPG 신작으로, 기존 ‘리니지’ 같은 대표 IP가 아닌 완전히 새롭게 선보이는 타이틀에 해당합니다. 그간 작품 개발과 관련된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오기 전에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큰 기대감을 불러모았던 엔씨소프트 신작이었던 것은 사실이죠.

▲ 기본적으로 퀘스트 기반의 MMORPG라고 보시면 됩니다
▲ 기본적으로 퀘스트 기반의 MMORPG라고 보시면 됩니다

일단 ‘TL’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자주 마주하는 MMORPG 문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서버를 선택해 캐릭터를 생성하고, 장대한 세계를 누비며 주어지는 퀘스트를 수행하고 레벨을 육성하는 것이죠. 물론, 진행에 있어서 일부분 차별화된 요소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낯설게 다가오는 작품은 분명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식 서비스 전에 많은 영상들로 선보였던 것처럼, 전반적인 게임 그래픽은 정말 멋집니다. 주변 캐릭터는 생동감 있는 모습으로 구현됐고, 주변 환경도 마치 살아 숨쉬는 느낌을 주죠. 실제로, 느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유저 주변을 둘러싼 환경은 밤낮, 날씨, 풍속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그 풍경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은 작품을 장시간 진행하면서도 질리지 않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였죠.

▲ 낮과 밤에 따라서 몬스터들의 행동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 낮과 밤에 따라서 몬스터들의 행동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이런 환경은 눈을 즐겁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가령, 사방에 ‘코덱스’에 해당하는 쪽지들을 숨겨놓는 한편, 일부 서브 퀘스트는 특정 환경 변화에 따라서 진행하게 만들기도 했죠. 솔직히 진행하면서 답답한 일도 적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돌이켜보면 오랜만에 다른 유저들과 열심히 정보를 공유하고 구석구석 돌아다니게 만드는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전투도 이전 테스트에 비하면 많이 개선된 상태입니다. 현재 작품에서는 무기 2가지를 자유롭게 선택해 그에 대응하는 스킬을 골라서 사용하는 방식을 택했는데요. 전반적인 전투 속도감이 대대적으로 개편된 덕분에 사용하는 스킬에 따른 전략적인 변수가 많이 발생하는 편이었죠.

▲ 전투는 예전보다 액션의 느낌이 강화됐죠
▲ 전투는 예전보다 액션의 느낌이 강화됐죠

특히, 기존 ‘패리’ 시스템은 전투에 차별화된 재미를 더하는 요소로 자리잡았는데요. 예전에는 그 타이밍이 너무 여유롭게 배정되면서 그다지 도전적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았지만, 지금은 지루할 수도 있는 전투에 약간의 긴장감을 불러오기 딱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 예전에는 너무 느렸던 '패리'... 이제는 몬스터 공략을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합니다
▲ 예전에는 너무 느렸던 ‘패리’… 이제는 몬스터 공략을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진행을 하다보면 특정 레벨에 도달할 때마다 던전과 레이드 등도 차례로 해금되는데요. 엄청 큰 재미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협력하고 함께하는 즐거움을 선사할 정도는 되죠. 대부분 대규모 인원이 참여하는 레이드 선호도가 높기는 했지만, 그래도 진정한 협동의 매력은 소규모에서 더 잘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이쯤에서 사람들이 걱정할만한 부분이라면, 과도한 PK는 없냐는 것이겠죠. 실제로 엔씨소프트 작품들은 이런 PK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허용해, 거대한 유저 세력이 독식하거나 통제하는 일이 드문 일은 아닌데요. 이번 ‘TL’에서는 특정 시간, 지역 등으로 이를 제한함으로써 달리 큰 문제가 없도록 만들고 있죠.

▲ 너무 PK가 과도하지 않도록 여러 장치, 대안들이 마련된 상태입니다
▲ 너무 PK가 과도하지 않도록 여러 장치, 대안들이 마련된 상태입니다

이윽고, 일련의 과정을 모두 거쳐서 최고 레벨 50에 도달하면 조금 난이도 있는 던전, 주기적인 레이드에 참여하면서 보다 강한 장비를 얻기 위한 여정에 나서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장비를 획득하는 방법은 명확하고, 장비 강화도 실패란 개념을 두질 않아서, 이 부분도 생각보다 엄청난 부담을 선사하진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TL’은 비교적 무난한 MMORPG의 재미를 잘 보여주는 편입니다. 엄청 획기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드넓은 세계를 탐험하고, 장비 획득의 기쁨을 누리고, 다양한 콘텐츠로 유저들이 경쟁하는 근본적인 지점들을 잘 챙겼죠. 이런 점에서 오랜 시간 진득하게 즐길만한 MMORPG를 원하던 게이머들에게는 일정 부분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작품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첫인상-
MMORPG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TL’이 선보이는 플레이를 쭉 보면, 과거 MMORPG에서 발전시킨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픽은 더욱 사실적으로, 전투는 더욱 박력 넘치게… 기본적인 희망사항은 모두 이루어진 게임이라고 할 수 있죠. 단지, 우리가 흔히 대작이라 부르는 작품에 부합하는 ‘한 발짝 더’ 나아가는 무언가가 없을 뿐입니다.

▲ 물론, 아직 더 보여줄 면이 남아있기에 섣부른 판단도 금물이죠
▲ 물론, 아직 더 보여줄 면이 남아있기에 섣부른 판단도 금물이죠

그러나, 이것은 한편으로 지금의 MMORPG 장르가 갖고 있는 공통된 고민이기도 합니다. ‘한 발짝 더’는 매우 어려운 한 걸음이기도 하고, 또 어떤 방향성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어떤 MMORPG도 답을 내어놓지 못했죠. 방대한 심리스 월드, 콘솔에 준하는 액션, 사실적인 그래픽 등 수많은 방향으로 뻗어나갔지만, 모두 다음 단계라고 할만한 지점에는 다다르지 못하고 매번 같은 장소로 돌아오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그래서 ‘TL’은 비록 큰 방향성을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장르 자체가 다시금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나름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획기적이진 않아도, 기본기는 하는 MMORPG이니까요. 국내가 이런 MMORPG 장르에서 시장에서 큰 반향을 불러왔던 만큼, 앞으로도 이런 움직임이 계속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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