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시 해밀톤호텔 옆 철제 가벽이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
아직까지도 철거하지 않아…현행법 상 ‘지붕이 있어야 건물’, 법의 허점 이용
용산구 “인파밀집 사태 대비해 호텔 측에 여러 차례 공문 보내”
전문가 “불법에 너무 관대…더 강력히 철거 촉구 및 강제 이행금 부과 해야”
이태원 참사 발생 후 2년이 지났지만 사고 원인 중 하나였던 해밀톤호텔 옆 철제 가벽은 아직까지도 철거되지 않은 것으로 데일리안 취재 결과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해당 철제 가벽을 ‘법의 허점을 이용한 꼼수 건물’이라며 행정력을 동원해 강력하게 압박해야 철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5일 데일리안은 올해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재작년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던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을 찾았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은 2022년 10월 29일 핼러윈데이를 맞아 이태원을 찾은 인파가 한꺼번에 급하게 몰리며 159명이 압사하고 196명이 다쳤던 참사 현장이다.
2년이 지난 현재까지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참사 당일의 안타까움이 남아 있는 가운데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혔던 해밀톤호텔 옆 철제 가벽은 기존에 불그스름한 색에서 파란색으로 색상만 바뀌었을 뿐 아직 철거되지 않았다.
철제 가벽을 철거하지 않은 원인으로는 건축법 위반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 때문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11월 재판부는 건물 뒤쪽에 설치된 불법 증축 테라스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지만 호텔 옆 철제 가벽에 대해서는 “해당 담장이 도로를 침범하는 것도 인정하지만 담장은 호텔 벽면을 따라 경계선과 같은 방향으로 일직선으로 지어졌고 건축선을 넘은 정도도 크지 않아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담장 건축법 위반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문가에 따르면 현행법상 지붕까지 있어야 건축물로 판단할 수 있는데 해당 철제 가벽의 경우 지붕이 없어 불법 건축물로 분류하기 힘들다.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일종의 ‘꼼수’를 부린 것이다.
이날 기자가 해밀톤호텔을 찾아가 철제 가벽 미철거에 대한 이유를 묻자 “담당 직원이 자리를 비운 상태”라며 답변을 피했다.
해밀톤호텔 근처에서 만난 시민 최모(28)씨는 “좁은 통행로가 사고의 원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철제 가벽만 없었더라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런 사고를 겪고도 아직 철거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용산구 관계자는 “법령적 위반 사항이 있어야 강력하게 조처를 할 수 있으나 해당 가벽은 재판부의 판단과 같이 불법 건축물로 볼 수 없다”며 “구에서도 철제 가벽을 계속 유지하는 것보다는 인파가 몰렸을 때 공지로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호텔 측에 협조 요청 공문을 꾸준히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텔 측은 현재 일부 재판이 진행 중이다 보니 증거물 중 하나인 가벽을 철거하기에는 부담이 있다며 재판이 끝나는 대로 구와 재차 협의에 나서겠다고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자치구에서 불법 건축물에 대해 철거를 촉구할 수 있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행정력을 동원해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강제 철거를 집행하기 쉽지 않다”며 “하지만 이태원 참사의 경우에는 인명피해도 많이 발생했기 때문에 용산구에서 좀 더 강력하게 철거 이행 촉구를 하거나 강제 이행금 부과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철거가 이행되지 않는다면 소방 점검이나 위생 점검 등을 통해 호텔 측에 압박을 가하는 것도 철거를 유도하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는 “철제 가벽이 도로 일부를 점령하고 있는 것이니 불법 건축물이고 당연히 철거돼야 한다”며 “그럼에도 아직 철거가 진행되지 않은 것은 우리나라가 불법에 대해 너무 관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불법 건축물에 대해 과태료를 강화하는 등 처벌이나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며 “그래도 시정되지 않는다면 해당 건축물의 수도나 전기를 차단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금방 철거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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