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현지 영업점 확충 나서
‘14억 인구’ 개인 금융 성장 기대
은행권이 글로벌 금융 시장 격전지로 인도를 정조준하고 있다. 14억명의 인구를 보유한 인도가 글로벌 ‘게임체인저’로 지목됨에 따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한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금융당국 역시 인도 진출을 지원 사격하면서 향후 인도 시장 내 우리 은행들의 비중이 커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인도 주요 경제 중심지인 첸나이와 푸네 지역에 신규 지점을 신설한다. 지난 6월 인도 중앙은행로부터 추가 지점 설립에 따른 본인가를 획득한 지 4개월 만이다. 이로써 국민은행은 인도에 2019년 구루구람 지점에 이어 3개 영업점을 보유하게 됐다.
하나은행은 앞서 2015년 현대차 계열사 및 협력사 공장이 밀집한 첸나이에 지점을 개설했다. 2019년에는 인도 수도권을 포함한 인도 북부 지역을 관할하기 위해 구루그람 지점을 열었다. 현재는 뭄바이, 벵갈루루에 추가로 2개 지점을 개설하는 절차를 현지 금융당국 등과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은 이미 1996년 국내 금융사 가운데 처음으로 인도 현지에 진출하며 터를 잡았다. 현재는 뭄바이와 뉴델리, 푸네와 아메다바드, 랑가레디, 푸나말리 등 핵심 지역 6곳에 뿌리를 내렸다.
우리은행은 2012년 첸나이지점을 시작으로 2017년 구르가온, 뭄바이지점을 개설했다. 최근에는 인도지역 현지화 전략 전초기지로 푸네지점과 아메다바드지점을 추가로 열었다. 우리은행은 7년 만에 새 지점을 열며 인도 전역에 총 5개의 영업망을 구축하게 됐다.
하나은행까지 지점을 추가 개설하면 한국 4대 시중은행들이 인도 현지에서 운영하는 지점은 18곳으로 늘어난다.
은행권이 인도를 정조준하는 이유는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맞닿아 있다. 신남방정책은 2017년 11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제19차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등 동남아 3국 순방 때 아세안 10개국과의 교류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자 마련된 정책이다.
정치, 외교, 경제, 문화에 이어 금융까지 깊은 협력관계를 맺음으로써 한국과 아세안·인도를 잇는 번영의 축을 구축하자는게 주요 골자다.
때문에 국내 금융사들은 인도를 거점으로 삼고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인도의 막대한 내수시장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 등을 고려하면 빠르게 현지화 전략을 펼쳐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인도가 신흥국 성장을 주도하는 제조업 국가로서 위상이 강화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기회의 땅’인 점은 매력적인 요소다. 인도의 인구 수가 14억명을 넘어 세계 최대 인구대국으로 앞장서면서 개인금융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 인도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 역시 무려 3억7000만명이 넘고, 이들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실제 금융사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은 인도의 Z세대들 겨냥한 영업을 구상하고 있다. 이들를 통해 향후 인도의 국가 경제가 손꼽히는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S&P에 따르면 인도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후 강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최근 3년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연 평균 8.1%를 보였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다.
인도는 정부가 제조업 육성과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면서 앞으로 3년 동안 국내총생산도 해마다 약 7%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은행권은 현재 한국계 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여수신과 수출입 관련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글로벌 흐름에 맞춰 인도 현지 기업 등으로 기업금융 사업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인도 현지 통합결제 시스템 구축 등 디지털금융시장 개화에 발 맞춰 현지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리테일금융 시장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금융당국 역시 인도 시장에 진출하는 은행권을 지원 사격하면서 앞으로 인도 시장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금융사가 진출한 국가의 금융당국과 주한 대사관 등과 소통해 국내 금융사의 원활한 인허가 및 영업활동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열린 ‘금융회사 인도 진출설명회’에서 “인도는 현재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가장 진출을 확대하고 싶은 국가로 손꼽힌다”며 “금융사의 인도 진출 확대는 두 국가 모두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인도의 풍부한 자원과 인력이 한국의 경쟁력 있는 금융서비스와 결합한다면 양국의 새로운 성장 기반이 될 것”이라며 “아시아 금융시장의 균형 있고 견고한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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