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물, 8.8만건…한 달 새 6.5%↑
매매시장 얼어붙으며 집값 상승폭도 줄어
“매도-매수자 간 눈높이 달라…일부는 상승거래 이어질 듯”
서울의 아파트 매물이 쌓이고 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 조달 여건이 녹록지 않은 데다 단기간 집값이 급등하면서 피로감이 누적된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다.
다만 매물이 늘고 거래량이 줄어도 집값에 영향을 미치긴 힘들어 보인다. 공급 부족 우려가 심화하고 내년 금리 인하 전망 등이 더해지면서 향후 집값이 더 오를 거란 기대감이 더 크게 작용하는 모습이다.
매수-매도자 간 가격 격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서울의 아파트값 역시 혼조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강남 3구 등 주요 상급지의 가격 방어도 굳건할 거란 진단이다.
31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8109건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8만2684건)보다 6.5% 늘어난 수준이다.
정부의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가 본격 시행되기 전날인 8월 말(8만545건)과 비교하면 9.3% 증가했다. 정부 규제와 매수-매도자 간 희망가격 격차로 거래가 지연되고 매물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매매거래량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름 지난 9월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2936건으로 한 달 전 6339건 대비 53.7% 빠졌다. 이날까지 신고기한인 점을 감안하면 9월 거래건수는 3000건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정점을 찍었던 7월(9028건)과 비교하면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매매시장이 이처럼 얼어붙으면서 집값 상승폭도 줄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3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9% 올랐다. 상승폭이 0.10%를 밑돈 건 지난 6월 1주(0.09%) 이후 20주 만이다. 다만 상승세는 31주 연속 계속되고 있다.
일부 외곽지역에선 아파트값이 보합, 하락세로 돌아서는 곳도 있긴 하지만 강남3구, 마용성 등 주요 지역 가격 상승폭이 이를 받쳐주면서 서울 전체 집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매물은 늘었는데 거래가 안 된다는 건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렸기 때문이다. 매수자들이 그 가격을 따라가거나 매도자가 가격을 내려야 하는데 서로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는 추가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테고, 대출금리도 오르다 보니 연말까지는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소장은 또 “신축이 부족하니 준신축으로 가고, 저평가된 지역으로 수요가 움직이면서 상승 거래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12월 들어 은행이 조였던 전세대출을 풀어주면 어느 정도 거래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반포나 압구정 등 소위 ‘그들만의 리그’가 이뤄지는 지역들은 신고가 경신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일부 과열된 지역 외에는 하향 안정세가 굉장히 장기간 유지되고 있다. 대출도 부담되지만 심리적인 위축으로 대기 수요가 발생해 관망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2026년 입주 예정 물량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면 공급 부족이나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 등 이슈가 부각될 수 있고 그로 인한 전셋값 상승 압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말까지는 하락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 올해와 같은 단기간 급등은 이제 기대하기 어렵겠으나, 지속적인 집값 상승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매수자들의 마음이 조급해질 수 있다”며 “매도자 입장에선 고금리 속 이자 부담을 안고 버텼던 시기가 끝나고 이제 저금리 시대가 열리는데 굳이 가격을 내릴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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