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독립 스튜디오 체제 구축…경쟁력 회복 ‘고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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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스튜디오 체제 도입…자회사 4곳 신설

“개발부문 독립해 창의성·진취성 극대화”

엔씨소프트 판교 R&D 사옥 전경.ⓒ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가 대대적인 변화를 통해 체질 개선에 강한 드라이브를 건다. 본사에서 직접 게임을 제작하고 배급하던 문화를 벗고 창립 이래 최초로 멀티 스튜디오 체제를 도입한다. 자유로운 개발과 의사결정을 보장해 빠르게 변하는 게임 산업 트렌드와 이용자 취향을 따라잡겠다는 목표다.

2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지난 21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단순·물적 분할을 통해 4곳의 자회사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게임 개발을 위한 독립 스튜디오 3곳과 인공지능(AI) 기술 전문 기업 1곳이 비상장 법인으로 출범한다. 앞선 3곳의 스튜디오는 엔씨소프트가 보유한 IP(지식재산권)인 ▲쓰론앤리버티(TL) ▲LLL ▲택탄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한다.

이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부진한 실적이 자리한다. 엔씨소프트의 주력 장르였던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는 경쟁작이 늘어났고, 신작은 기대 이하의 성과를 거뒀다. 비대해진 본사의 규모도 원인으로 거론됐다. 5000여 명의 인력이 본사에 집중돼 주요 의사 결정이 둔화하거나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의 독립 스튜디오 체제 도입이 재도약의 묘수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독립 스튜디오는 실력을 인정받은 개발자나 경쟁력 있는 IP를 주축으로 독립적인 제작팀을 꾸리고 외부 간섭을 최소화해 참신한 게임을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창의성과 기획력은 스튜디오가 전담하고, 노하우가 필요한 글로벌 운영이나 플랫폼 솔루션 지원은 본사가 맡는 식이다.

이미 다수의 게임사가 독립 스튜디오 체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IP ‘배틀그라운드’를 서비스하고 개발하는 펍지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총 12개의 개발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넥슨은 지난 4월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 개발사인 민트로켓을 독립 스튜디오로 분리해 개발 자율성을 보장했다.

엔씨소프트

신설되는 엔씨소프트의 독립 스튜디오 중 가장 조명받는 곳은 ‘쓰론 앤 리버티(이하 TL)’ 사업을 위임받은 스튜디오엑스(가칭)다. 지난 1일 아마존게임즈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 정식 출시한 후 3주 만에 이용자수 400만명을 넘어서며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에서 최상위 매출을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된 개발 환경에서 제작될 신규 IP ‘LLL’과 ‘택탄’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중 LLL은 지난해 지스타에서 소개된 슈팅 게임으로, SF 세계관과 높은 수준의 그래픽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엔씨소프트는 외부 IP 확보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주력한다. 지난 7월 스웨덴 소재 게임 개발사 ‘문로버 게임즈’에 350만 달러 규모 초기 투자를 진행했다. 이어 국내 서브컬처 게임 전문 개발사인 ‘빅게임스튜디오’에 370억원의 지분 및 판권 투자를 감행했다.

엔씨소프트 김택진·박병무 공동 대표는 “게임 개발 부문의 독립은 엔씨소프트의 창의성과 진취성을 극대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앞으로도 신규 IP 개발은 독립 스튜디오 형태로 나아갈 것이며 이번 사례가 모범이 돼 새로운 개발 시스템과 문화가 건강하게 뿌리내릴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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