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콘텐츠 대가 산정에 AI 도입 필요… 시청자 요금 인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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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가 24일 서울 서대문 충정타워빌딩에서 열린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미디어 스터디에서 ‘해외 멀티호밍 트렌드 및 시장환경 변화’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제공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가 24일 서울 서대문 충정타워빌딩에서 열린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미디어 스터디에서 ‘해외 멀티호밍 트렌드 및 시장환경 변화’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제공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터넷(IP)TV 등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은 많아졌어요. 콘텐츠 가격이 낮아지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케이블TV 사업자는 매출의 90%를 콘텐츠 사용료로 쓰고 있어요. 정상적인 구조는 아니죠.”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24일 서울 서대문 충정타워빌딩에서 열린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미디어 스터디 발제자로 나서 ‘콘텐츠 대가 산정’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시간·장소의 제약 없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멀티호밍’(Multi-homing) 시대가 열린 만큼 케이블TV 사업자들도 과거 규제에서 벗어나야 합리적인 시장 경쟁 환경이 마련된다는 주장이다.

한 대표는 “국내 케이블TV 사업자는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고, 지역 채널을 운영해야 하는 의무도 지고 있다”면서 “멀티호밍이 세계적으로 일반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케이블TV 사업자들에 대한 정책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 대표는 멀티호밍 시청자들이 OTT·IPTV를 활용하면서도 여전히 케이블TV를 함께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실시간 뉴스·재난방송·생활 밀착형 지역 정보 등 케이블TV만이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의 공공적 특성과 지역성이 여전히 강력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다양한 플랫폼이 공존하는 환경 속에서도 케이블TV는 단순한 경쟁 매체가 아닌 시청자의 콘텐츠 욕구를 보완하는 ‘보완적 소비’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유럽·대만 등은 멀티호밍 시대에 맞춰 시청자 보호와 시장 경쟁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 대표는 “유럽연합(EU)은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플랫폼 간 전환 장벽을 제거했다”며 “미국과 영국 역시 시청자가 원하는 채널만 선택할 수 있는 ‘알라카르테 요금제’를 권고하고 독점적 콘텐츠 계약을 금지하는 등 시청자 권익 보호와 플랫폼 간 공정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 제공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 제공

한 대표는 반면 국내 케이블TV 업계는 이런 정책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한다고 봤다. ▲콘텐츠 확보 비용 ▲재전송료 부담 ▲광고 수익 감소 등 ‘삼중의 압박’에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대표는 특히 콘텐츠 사용료 체계가 합리적으로 다시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여전히 단일 플랫폼 유통 환경을 전제로 해 멀티호밍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청자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해외 주요 국가들이 도입한 ‘인크리멘털 프라이싱’(Incremental Pricing) 원칙이 국내에서도 필요하다고 했다. 콘텐츠 독점 소비분에만 적정 대가를 매기고, 중복 소비에 대해서는 낮은 단가를 적용하면 국내 케이블TV 사업자들도 OTT·IPTV 등 경쟁 플랫폼과 합리적 경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또 콘텐츠 대가 산정에 시청률·광고 수익·선호도 등을 반영한 인공지능(AI) 분석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간 인상 폭을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일정 비율을 더한 수준으로 제한하거나, 갈등 발생 시 신속한 중재가 가능한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협상 결렬에 따른 블랙아웃(방송 송출 중단)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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