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이차전지 기업 10곳 중 7곳 “투자자금 60%도 확보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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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분야 기업들이 투자 확대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나 자금 사정이 여의찮아 곤란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적기 투자가 중요한 첨단산업의 자금 사정 개선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월 27일부터 지난달 17일까지 첨단전략산업에 속한 기업 110곳(대기업 28곳·중견기업 29곳·중소기업 53곳)의 자금 사정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 10곳 중 7곳(70%)은 필요 투자자금의 60%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집행에 필요한 자금 규모 대비 현재의 자금확보 비율’에 대해 기업들은 ‘40~60% 미만’(27.3%) ‘20% 미만’(21.8%) ‘20~40% 미만’(20.9%) ‘80% 이상’(18.2%) ‘60~80% 미만’(11.8%) 순으로 응답했다. 투자자금 확보 비율이 40%에도 못 미치는 첨단분야 기업이 10곳 중 4곳(42.7%)에 달한다.

‘작년 대비 전반적 자금 사정(내부 유보금 등)’에 대해서도 ‘악화했다’(35.5%)는 기업이 ‘호전됐다’(16.3%)는 기업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해당 업종의 성장성과 국내외 시장 상황을 봤을 때, 지금은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시기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속 산업 전망과 주요 경쟁사들 투자상황 혹은 기술추격 수준 등을 고려했을 때, 바람직한 투자 방향성’에 대해 ‘시설 투자’(60%) ‘R&D투자’(72.7%) ‘인력투자’(64.5%) 등 모든 분야에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월등히 많았다.

대한상의는 “첨단산업 분야는 시장선점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조 단위 규모의 시설투자가 계속 필요하지만, 현실은 글로벌 경기 부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자금조달 여건 악화로 많은 기업이 선뜻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작년 대비 전반적인 자금조달 여건’에 대해 ‘악화했다’(40%)고 응답한 기업이 ‘호전됐다’(14.5%)고 응답한 기업보다 2.7배 많았다.

기업들이 꼽은 ‘자금조달 관련 애로’는 직접금융 분야에서 ‘고금리 시장 상황 및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회사채 발생 어려움’(66.3%) ‘투자심리 위축 등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주식발행 어려움’(41.8%) ‘어음할인 및 전단채 발행 어려움’(10.9%) 순이었다. 간접금융 분야에선 ‘대출 고금리’(70.9%) ‘대출한도 축소’(37.3%) ‘엄격한 대출 심사’(22.7%) ‘담보물·보증인 부족’(18.2%) 순으로 나타났다.

‘해당 업종의 성장과 국내 투자 견인을 위해 가장 유익할 것으로 생각하는 정부 정책’으로는 ‘투자세액 공제’(57.3%) ‘국가 보조금’(51.8%) ‘인프라 구축 지원’(45.5%) ‘신속한 인허가 처리 지원’(35.5%) 등을 차례로 꼽았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지난주 국회에서 K칩스법이 통과된 것은 다행스럽지만 투자 이전에 기업들의 자금 사정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금융 확대, 보조금 지원 등 다양한 정책 포트폴리오들도 검토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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