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이 기타소득? 전문가들 “구조적 결함”

가상자산 양도·대여에 따른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현행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상자산 거래 종류가 다양해진 만큼 유형에 따라 다르게 소득을 분류하고, 과세 인프라 또한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닥사)는 3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2027년 가상자산 과세 체계 점검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박종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조세법학회장)는 가상자산을 하나의 자산으로 보고 일괄적으로 과세하기보다는, 거래 유형에 따라 다르게 과세요건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거래 유형별로 소득 성격을 구분하고 이자소득, 배당소득, 사업소득, 양도소득, 기타소득 등으로 세분화하는 ‘가상자산투자소득세(가칭)’ 체계를 제안했다.
현행 소득세법 개정안은 가상자산 양도·대여에 따른 소득을 모두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고 있다. 그러나 박 교수는 채굴, 스테이킹, 렌딩(대여), 유동성 공급, 에어드롭, 하드포크까지 제각기 거래구조와 소득의 성격이 달라, 양도·대여에 따른 소득을 규정하는 현행 과세체계로는 모두 포섭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가상자산 렌딩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고 해도, 금전에 대한 사용대가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이자소득’으로 보기는 쉽지 않다. 스테이킹이나 유동성 공급의 경우 배당소득을 적용하기에는, 법인을 비롯한 ‘인적 조직’으로부터의 분배라고 보기 어렵다.
가상자산 투자 특성상 납세자들이 실질적으로 취득가액을 확인하기도 어렵다. 현행법에 따르면 실제 취득가액과 취득, 양도 과정에서 발생한 부대비용을 필요경비로 인정해 총평균법으로 취득가액을 계산해야 한다. 하지만 복수의 국내·외 가상자산거래소, 개인지갑을 활용하는 투자자들이 이를 일일이 확인해 경비를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기존 금융투자상품과 과세 형평성도 문제로 거론됐다. 국내 상장주식의 경우 소액주주의 양도분에 대해 원칙적으로 비과세하는데, 경제 기능이 유사한 투자자산 간 세부담의 차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소득 부분이나 여러 가지 과세 절차 전반에 관한 입법적 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구성권 명지전문대 세무회계과 교수 또한 타 자산과 조세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구 교수는 “해외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 매매 차익은 양도소득으로 과세되는데, 동일한 기초자산의 직접 거래는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면 조세 중립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보상’과 ‘처분’의 소득을 구별하지 않으면 이중과세가 발생할 수 있다고도 했다. 채굴 및 스테이킹 보상을 수령할 당시 과세했을 경우, 추후 보상으로 받은 가상자산을 처분할 때 또다시 과세한다면 이중과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순소득을 포착하기 위해 손실 이월공제를 허용하는 방안도 함께 제안했다. 시장에서는 연도별로 손익을 끊어 계산하는 걸 두고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영국을 비롯한 해외 주요국가는 가상자산 손실에 대한 이월공제를 적극 인정하는 추세다.
김갑순 동국대 회계학과 교수는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해 기타소득으로 과세한 것이 ‘구조적 결함’이라고 짚었다.
상표권, 지식재산권(IP)을 비롯한 무형자산은 배타적인 권리가 법적으로 보호되는 만큼 비교적 안정적이며, 처분 또한 일시적이거나 우발적인 경우가 많다. 반면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크고 거래가 수시로 일어나 전형적인 무형자산으로 보기는 어렵다. 김태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역시 2020년과 비교해 가상자산을 둘러싼 제도적, 경제적 환경이 변화한 만큼 당시 소득분류를 유지하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경하 한양사이버대 재무·회계·세무학과 교수는 취득가액 정보를 지속적으로 축적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 거래 역시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취득가액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