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G 시대에 머문 통신사 설비투자 기준…AI 포함해야”

통신사의 설비투자 평가 기준이 3세대 이동통신(3G) 시대에 멈춰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통신망 고도화 방식이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뀐 만큼 기존 설비투자 지표만으로는 실제 투자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통신사의 설비투자 개념을 AI 투자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부와 국회가 통신사의 망 투자를 평가할 때 대표적으로 활용하는 지표는 기지국·통신 케이블·전송 장비 등 유형 설비에 투입한 비용을 합산한 설비투자(CAPEX)다. 이를 기준으로 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3사의 명목상 설비투자는 5G 상용화 첫해인 2019년 약 9조6000억원에서 지난해는 약 6조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약 7% 감소했다.
조 의원은 이 같은 지표가 AI 시대의 통신 투자를 온전히 보여주기 어렵다고 봤다.
과거에는 통신 품질을 높이기 위해 기지국이나 장비를 추가로 설치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AI를 활용해 기존 통신망의 설정을 최적화하거나 장애를 미리 감지하고 대응하기 때문이다. 호주 옵터스가 AI를 활용해 추가 장비나 주파수 없이 기지국 전송 속도를 20% 이상 끌어올리고, 일본 소프트뱅크가 AI를 활용해 5G 업로드 속도를 약 30% 높인 사례도 있다.
특히 AI에 투입하는 비용이 기존 설비투자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현행 기준에선 AI 소프트웨어 개발비는 회계상 연구비 등으로 처리되고,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를 클라우드로 빌려 사용하는 비용이나 AI 기업과의 기술 협력을 위한 지분투자 등은 설비투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조 의원은 “기지국 수와 설비투자액을 중심으로 통신사의 투자 규모를 판단하는 기준이 3G 시대에 머물러 있다”면서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AI 모델 등 무형자산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자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국내 회계 관행에서는 실제 투자와 통계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조 의원은 ‘AI 투자 보조지표 체계’ 도입을 제안했다. 소프트웨어·데이터 등 무형투자와 AI 모델 학습·운영 비용, 클라우드 이용, AI 연구개발(R&D), 국내외 AI 기업 지분투자 등을 정기적으로 집계하고 공표하는 체계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조세특례제한법상 통합투자세액공제에서 공제 대상 무형자산의 범위와 신성장·원천기술의 범위를 넓혀 통신망 고도화에 활용되는 AI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투자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통신사의 AI 투자금액이 설비투자 통계에서 제외되고 있어 정부의 낡은 평가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며 “과기정통부는 연내 종합대책에 AI 투자 보조지표 체계를 포함하고, 재정경제부와 함께 AI 무형자산 세액공제의 실효성을 높일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