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에 신발까지 파는 배민…신성장동력 될까

외식 배달 플랫폼으로 성장해 온 배달의민족(배민)이 패션, 뷰티, IT 기기 등 비식품 영역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음식 배달’이라는 한계를 넘어 일상 속 모든 상품을 즉시 배달하는 종합 퀵커머스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신발도 배달합니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비식품 카테고리 확대에 나섰다. 그 해 4월 배민스토어(현 장보기·쇼핑)의 입점 대상을 일반 소상공인까지 넓히면서 꽃집과 뷰티 제품 등을 배달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6월에는 삼성스토어를, 7월에는 프리스비를 입점시키며 전자제품으로도 상품군을 넓혔다.
이후 영풍문고와 스와로브스키, JAJU, 모던하우스 등이 합류하면서 도서와 주얼리, 생활용품까지 취급 품목이 다양해졌다. 스포츠 브랜드 휠라와 여성 패션 브랜드 시야쥬, 뷰티 브랜드 러쉬와 아리따움 등도 입점했다. 소상공인과 비식품군을 취급하는 브랜드까지 배민을 새로운 판매 채널로 활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배민은 비식품 영역을 팬덤 상품과 생활 편의 상품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지난 8월 르세라핌을 시작으로 9월 플레이브, 10월 리센느의 앨범 사전 예약 판매를 진행했다. B마트에서는 온라인 채널 최초로 티머니 교통카드도 판매하며 상품 선택지가 넓어졌다.

최근에는 패션·뷰티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도심형 뷰티 아웃렛 오프뷰티는 지난 7일 서울과 부산 등 주요 직영점 30곳을 통해 배민에 입점했다. 오프뷰티에서는 롬앤, 닥터지, 조선미녀 등 인기 화장품 브랜드 제품 4000여 종을 판매한다.
국내에 1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 슈즈 멀티숍 슈마커도 지난 14일 배민 장보기·쇼핑에 입점했다. 슈마커에서는 아디다스와 푸마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부터 캐릭터 협업 상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 중이다. 배민의 신발 판매량이 증가세를 보이면서 슈마커도 입점 확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배민에 따르면 지난 9월 장보기·쇼핑의 신발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39% 증가했다. 현재 배민에는 슈마커의 수도권 매장 30곳이 입점했으며, 연내 입점 매장을 5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배민 관계자는 “퀵커머스 서비스가 점차 대중화되면서 이전에 비해 소비자들의 일상적인 쇼핑 수단 중 하나로 발돋움하는 추세”라며 “이런 흐름에 발맞춰 고객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상품을 즉시 받아볼 수 있도록 비식품 카테고리를 지속적으로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30분 초신속 배송
배민이 비식품 영역을 넓히는 이유는 음식 주문에 집중된 이용 패턴을 바꾸기 위해서다. 음식 배달은 주로 식사 시간대에 수요가 집중된다. 그러나 화장품이나 신발 등은 상대적으로 주문 시간대가 광범위하다. 배민은 취급 상품을 늘리면 식사 외 시간에도 앱을 찾을 이유가 생긴다고 봤다. 판매 확대는 물론, 비식품 주문이 한산한 시간대의 배달 수요를 보완해 라이더에게 추가 배달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민이 내세우는 차별점은 ‘배송 속도’다. 배민 장보기·쇼핑은 주문 후 평균 30분 안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퀵커머스 서비스다. 아무리 빨라도 주문 후 수 시간에서 하루가 걸리는 타사 배송과 달리 필요한 상품을 바로 받을 수 있다. 음식 배달로 구축한 근거리 배송망과 운영 경험을 비식품에도 활용하는 셈이다.

문제는 수요다. 빠른 배송이라는 무기만으로 이커머스에 쏠린 쇼핑 수요를 흡수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배민에 입점한 브랜드나 상품 대다수는 이미 기존 이커머스 채널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제품들이다. 당장 몇 시간 내에 받아야 하는 극도로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소비자는 쿠폰 혜택이나 적립금, 최저가 조건이 우수한 기존 쇼핑 플랫폼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비식품 카테고리 특유의 낮은 구매 빈도와 까다로운 사후서비스(A/S)도 넘어야 할 산이다. 화장품, 신발, 전자기기 등은 음식이나 식료품 대비 재구매 주기가 길 뿐만 아니라, 구매 전 여러 플랫폼의 가격과 사양, 디자인을 꼼꼼히 견주어보는 ‘탐색형 소비’가 주로 일어난다. 배민의 경우 중개 플랫폼이기 때문에 사후서비스 역시 책임지지 않는다. 이미 음식 배달 시장에서 수차례 겪은 일이다.

이를 타개할 방책도 마땅치 않다. 쿠팡이나 네이버쇼핑 등 전문 쇼핑 플랫폼에 비교 우위가 많지 않다. 타깃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즉시 해결형 수요’를 잡겠다지만 수요 예측은 퀵커머스 시장의 성장에 맞춰 상품 가짓수를 늘리다 보면 매출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상품이 다양해지는 만큼 거래액은 늘겠지만, 장기적인 성장 동력으로 삼기엔 경쟁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쿠팡이나 올리브영을 주로 쓰던 소비자들이 굳이 배민에서 신발이나 화장품을 사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게 우선”이라며 “입점 확대가 단순히 상품 수가 많아졌다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반복 구매와 앱 체류 시간 증대로 이어질 수 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