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열과의 전쟁’ 나선 까닭…첨단기술 총동원

지난 30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KT클라우드 AI 인프라 랩스. 대형 서버 랙과 다이렉트투칩(Direct to chip, D2C) 수냉식 냉각 장치가 한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는 엔비디아 B200 GPU가 실린 서버 랙에 냉각수분배장치(CDU)를 통해 냉각유체를 순환시키는 과정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D2C 수냉식 냉각은 그래픽처리장치(GPU)처럼 발열이 집중되는 칩 표면에 냉각판(cold plate)을 밀착시킨 뒤 냉각수를 흘려 칩의 온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이 장치는 KT클라우드 가산 데이터센터(IDC)에서 국내 최초로 상용화됐으며, 신규 AI 데이터센터(AIDC)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AI 이노베이션 센터 내 전시관에선 KT클라우드의 액침냉각(Immersion cooling) 시스템 실물도 볼 수 있었다. KT클라우드가 기술검증(PoC)을 마친 또다른 냉각기술로, 서버를 통째로 절연성 냉각액에 담가 열기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차세대 냉각 인프라로 ‘발열문제’ 정면돌파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효율적인 냉각기술은 AIDC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KT클라우드에 따르면 기존 랙당 전력 소비량은 약 2.2킬로와트(kW) 수준이었으나 그래픽처리장치(GPU) 위주의 AI 데이터센터는 30~150kW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향후 랙당 전력 소비량이 600kW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력 소비와 함께 발열량이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서버실에 차가운 공기를 공급해 열을 제거하는 기존 공랭식 냉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KT클라우드는 지난해 개관한 AI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차세대 AIDC에 필요한 냉각·전력·네트워크 등 핵심 인프라 기술을 실증하고 실제 AIDC 구축에 적용하고 있다.
특히 자체 개발한 부하기(Load Bank)를 활용해 랙당 140kW 수준의 전력·열 부하 환경을 구현하고, 실제 GPU 서버의 발열 조건을 재현해 냉각수의 유량과 압력, 온도 등을 정밀 검증한다. KT클라우드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루빈(Rubin)’ 도입에 대비한 인프라 설계 조건도 선제적으로 검토 중이다.
25년 운영 노하우에 AI 적용…장애 예측·로봇 점검

KT클라우드는 냉각과 전력 설비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운영 기술에도 AI를 접목했다. 25년 이상 데이터센터를 구축·운영하며 축적한 경험을 데이터화해 장애를 사전에 예측하고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자체 개발 솔루션인 ‘패스 파인더’는 전력 설비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장애 발생 시 최적의 복구 경로를 탐색한다. ‘DIMS 인사이트’는 데이터센터 설비관리시스템(FMS)에서 수집한 운영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이상징후 탐지와 장애 예측, 예지 정비를 지원한다.
로봇을 활용해 데이터센터 곳곳도 현장 점검한다. 지난해 자율주행 점검로봇(AMR)을 활용한 실증에 이어 올해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을 활용한 3단계 실증을 진행 중이다. 로봇이 수집한 현장 데이터를 AI 기반 운영 플랫폼과 연계해 이상징후 탐지에 활용할 예정이다.
KT클라우드는 지난 9월 열린 ‘KT클라우드 서밋 2026’에서 2031년까지 1GW 이상의 AIDC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현재 군산·청라·안산 등 신규 데이터센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추가로 약 200MW 규모의 구축도 진행 중이다.
목표치인 1GW는 기존 시설의 단순 전환이 아닌 순수 신규 확보 용량이다. 방재원 KT클라우드 AIDC 사업개발팀장은 “기존 데이터센터를 AI 데이터센터로 전환하려면 하중과 전력, 냉방 등에서 상당한 투자가 수반된다”며 “가산이나 부천, 앞으로 공급할 신규 데이터센터는 기존보다 최소한 1.5~2배 정도 하중 기준을 높여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1GW 공급 목표…직접 짓고 빌리고 인수한다

데이터센터 구축방식도 다변화한다. 기존에는 KT 보유 통신국사 부지에 자체 자본을 투입해 데이터센터를 직접 구축하는 방식었으나 앞으로는 외부 개발사의 데이터센터를 임차하거나 자산을 직접 인수하는 방식을 확대할 계획이다.
AIDC 구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전력·냉각 분야 전문기업과 협력도 확대한다. 데이터센터는 부지 확보부터 전력 수전, 인허가, 설계, 시공까지 통상 3~4년이 걸리는 만큼 전문기업과 협력을 통해 구축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LS일렉트릭과 모듈형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인프라를 공동 연구하고 주요 전력 설비 공급을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버티브와는 전력·액체냉각·모듈형 인프라를 함께 고려한 설계 최적화를 추진한다. 특히 군산 AIDC에는 버티브의 모듈형 인프라 솔루션을 국내 최초로 적용할 예정이다. 주요 전력 설비를 공장에서 미리 제작·검증한 뒤 현장에 설치하는 방식이다.
방 팀장은 “고객이 원하는 장소에 가장 준비된 서비스와 사업 형태로 1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공급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