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미국항공우주국)가 달 표면에서 가동할 초소형 원전 상상도. / 사진=NASA(미국항공우주국) |
한국이 경쟁 우위를 점한 원자력 기술을 우주탐사에 활용한다. 달·화성 탐사에 필요한 전력을 원자력으로 확보하겠다는 목적이다. 이를 통해 유인(有人) 우주시대를 본격 준비해 나갈 방침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일 오후 항우연 대전 본원에서 ‘우주 원자력 전력과 추진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기관은 이번 협약으로 △우주용 방사성동위원소 발전시스템 △핵분열 발전시스템 △원자력 열·전기 추진 시스템 △원자력 이용 우주 시스템 등을 개발키로 했다.
현재 미국·중국·일본을 포함해 세계 각국은 유인 우주 탐사를 준비 중이다. 대표적으로 NASA(미국항공우주국)는 2025년 우주비행사를 달에 착륙시키는 ‘아르테미스 임무’에 나섰다. 달을 거점 삼아 화성으로 나아가는 계획이다.
달·화성은 지구와 달리 영하 170℃까지 떨어지는 극한환경이다. 이 때문에 우주선에 탑재되는 이차전지는 방전되고 전자기기는 망가진다. 하지만 원자력전지로 불리는 우주용 ‘RTG'(방사성동위원소전지)는 극한환경을 견딜 수 있다.
앞서 원자력연은 지난해 6월 국산 우주발사체 누리호에 120㎽(밀리와트)급 우주용 RTG를 탑재해 발사했고, 당시 모두 설계대로 정상작동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우주 헤리티지(우주 환경에서 검증)를 확보한 결과였다.
원자력연과 항우연은 이같은 방사성동위원소 발전시스템을 더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다. 궁극적으로 2032년 달 탐사선에 RTG 확보를 목표한다.
왼쪽부터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
두 기관은 우주용 원자로 개발에도 나선다. 달은 낮과 밤이 14일을 주기로 바뀌어 태양에서 멀어지거나 그늘진 곳에선 태양광을 활용할 수 없다. 하지만 원자력은 외부 동력원 없이 전기를 자체 생산하고, 온도, 압력 등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타 에너지원에 비해 출력밀도가 높다.
현재 이 분야는 NASA와 미국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가 선도하고 있지만, 두 기관이 힘을 합쳐 기술 선도를 목표한다. 특히 우주용 원자로는 기존 원전처럼 물을 활용하거나 가압기가 없어 사고 확률이 대폭 줄어든다.
또 양 기관 연구진은 원자력 열·전기 추진 시스템 개발에도 나선다. 원자력은 화학 에너지 대비 출력이 높아 더 높은 추력(밀어 올리는 힘)을 낼 수 있다. 에너지 출력이 높은 원자력을 각종 장비에 적용하면 중량을 줄일 수 있고, 이는 우주선 무게를 줄여 우주탐사에 장점이 된다.
주한규 원자력연 원장은 “항우연과 협력을 통해 국제 우주 탐사에서 우리나라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원자력은 달 기지 건설, 심우주 탐사 등 도전적 우주 임무에 필요한 중요 기술”이라며 “이번 협력이 우주탐사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밑바탕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누리호에 탑재됐던 162.5㎏ 성능검증위성(왼쪽)과 그 내부에 탑재된 750g 짜리 우주용 ‘방사성동위원소전지'(오른쪽) 시제품. /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