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자가 수리 프로그램.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가 미국에 이어 한국에 ‘자가 수리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용자들의 선택권을 넓히는 동시에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장하는 애플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다.
삼성전자는 30일부터 국내에서 ‘자가 수리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대상 제품은 스마트폰(갤럭시S20·S21·S22)과 노트북(갤럭시북 프로 15.6형), TV 3개 모델이다. 갤럭시S23 등은 자가 수리가 불가하다. 스마트폰은 디스플레이, 후면 커버, 충전 포트 등 3개 부품, 노트북은 터치패드와 지문 인식, 전원 버튼 등 총 7개 부품을 자가 수리할 수 있다. TV는 패널만 교체 가능하다.
자가 수리 부품의 보증기간은 1년이다. 이를 적용받으려면 홈페이지에 제품 정보를 등록해야 한다. 만약 고객이 수리 과정에서 고장이 발생하면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면 된다. 서비스센터에서 새 부품으로 교체해야 하는 경우 부품비와 기술료가 청구된다. 새 부품을 사용하지 않고 수리하는 경우 기술료만 청구된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온라인에서 부품과 공구를 구입해 매뉴얼과 동영상을 참고해 수리하면 된다. 자가 수리 비용은 서비스센터에 비해 2만5000원 저렴하다. 사실상 공임비를 아끼는 것이다. 예컨대 갤럭시S22 울트라 디스플레이를 서비스센터에서 교체하면 30만8000원이다. 자가 수리 비용은 28만3000원이다. 이는 부품값(36만4000원)에 기존 액정을 반납(8만1000원)해 계산된 가격이다. 공구비(3만원)는 사용 후 30일 내 반납하면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
삼성이 자가 수리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2021년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소비자의 수리권을 제한하는 제조사의 관행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애플은 지난해 4월, 삼성전자는 8월 미국에서 자가 수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삼성이 자가수리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은 애플을 견제하고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의 점유율은 각각 63%, 34%다. 삼성이 여전히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삼성은 4%포인트 줄었다. 애플은 2%포인트 증가했다.
일각에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미국의 경우 넓은 영토로 고객의 서비스센터 접근이 어려운 반면, 국내에서는 특히 삼성 서비스센터의 접근성이 좋고, 다른 나라에 비해 수리 비용이 저렴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비용 차이가 많이 난다면 모를까 국내 삼성 서비스센터 상황을 고려하면 자가 수리 수요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자가 수리 프로그램이 보편화되면 복잡한 수리 위주로 서비스센터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어 삼성에 긍정적이란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가 수리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높이고 수리 용이성 또한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한국을 기점으로 다른 국가에도 서비스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