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휘 기자의 IT Duck질 ⑥] 화면은 언제나 평면? 편견을 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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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기술은 나날이 발전합니다. 이른바 “기술이 세상을 구한다”는 테크 오타쿠들의 신앙고백(?)처럼, 다양한 첨단 기술들은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오히려 인간들이 기술에서 멀어지고 소외되는 측면도 존재합니다. 물질 문화의 변화 속도를 비물질 문화가 따라잡지 못하는 ‘문화 지체’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죠. 이에 <투데이신문>에서는 다양한 신기술들을 알기 쉽게 풀어보며 이 같은 지체 현상을 해소해보고자 합니다. 서구권 엔지니어들의 잇(IT) 아이템인 덕테이프(덕트 테이프)처럼, 기술과 사람 사이 벌어진 틈을 잘 막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신제품 갤럭시 Z 폴드5와 플립5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신제품 갤럭시 Z 폴드5와 플립5 [사진 제공=삼성전자]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최근 삼성전자에서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플립5와 폴드5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과거 폴더폰처럼 디스플레이를 접어서 부피를 줄이거나 다양한 방식의 활용이 가능하게 만든 것이죠. 비록 정식 출시는 되지 않았지만,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제품도 공개돼 이목이 집중된 적도 있었습니다.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대중화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트렌드 변화가 참 빠른 것처럼 느껴집니다. 

여기서 제가 주목하는 점은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잠재력입니다. 디스플레이를 접는다는 게 기술적으로 상당히 난이도가 있다는 건 알겠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죠. 하지만 실제 폴더블폰을 사용해보면 상당한 이점이 있습니다.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기능은 물론, 카메라 사용이나 간단한 전화 수신이나 메시지 확인 등 여러 장점들이 있죠. 조금만 익숙해지면 각종 창의적인 활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들도 존재합니다. 일반적인 바 형태의 스마트폰보다 비싼 가격과 공간의 한계에서 오는 배터리 용량, 성능 등이 꼽힙니다. 이번 주 IT Duck질에서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더 작게, 더 선명하게

사실 디스플레이가 원래부터 평면은 아니긴 했습니다. 디스플레이 발전사를 살펴보면 크게 CRT(음극선관), 완전평면, 플렉서블이라는 3가지의 굵직한 흐름이 발견됩니다. 먼저 CRT의 경우 1990년대 TV나 컴퓨터 모니터를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잘 아실 텐데요, 일명 ‘브라운관’이라고 부르는 물건입니다. 형광물질이 도포된 앞면 유리에 전자 빔을 투과해 글자나 형체를 표현하는 특수 진공관이죠. 음극선이 퍼져나가는 형태가 방사형이라 화면 가장자리로 갈수록 음극선이 도달하는 거리가 길어진다는 단점이 있어, 당시 대다수의 디스플레이는 앞쪽으로 볼록한 형태를 띠고 있었죠. 

이러한 단점은 기술의 발전으로 점차 극복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완전평면’ CRT 디스플레이가 등장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CRT는 LCD에 자리를 내주면서 이제는 거의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LCD에 비교해 높은 명암비와 빠른 반응속도 등의 장점이 있었지만, 지나치게 크고 무거운데다 전력소모와 발열도 심했고, 수명도 짧았죠. 이제는 CRT 모니터를 기억하는 이들조차 별로 없게 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CRT 모니터의 수명이 다하며 백남준 등 비디오 아트 거장들의 작품이 존폐 위기를 맞이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CRT TV 1003대를 사용한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대표작 ‘다다익선’ [사진 제공=뉴시스]
CRT TV 1003대를 사용한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대표작 ‘다다익선’ [사진 제공=뉴시스]

이렇게 디스플레이 계의 대세가 된 LCD는 꽤 오랜 시간 주류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산업 관점에서 소형화에 용이한 구조와 저전력, 고해상도, 긴 수명 등은 CRT나 PDP 등 기존의 방식으로는 넘어서기 힘든 강점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러한 구도는 OLED가 시장 전면에 등장하며 서서히 바뀌기 시작합니다. 자체적으로 발광하는 유기물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LCD와 달리 소자가 직접 발광한다는 점에서 암부 표현과 높은 명암비, 빠른 응답속도 등을 얻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면서도 전력 소비는 더 줄일 수 있죠. 물론 아직까지도 여러 전자제품에 LCD가 많이 채용되기는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초대형 TV나 플래그십 스마트폰 등 고가 제품들은 OLED가 주로 쓰이고 있습니다.

휘어지고, 접히기까지

특히 OLED의 등장은 평면으로 굳어졌던 디스플레이의 공식을 다시 한 번 흔들었습니다. 후면부 백라이트가 필요해 평면 형태를 고수할 수밖에 없었던 LCD와 달리, OLED는 전기를 통해 소자가 직접 발광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로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이른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이에 시장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디스플레이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한 자리에 고정해두고 사용하는 대형 TV나 모니터보단 스마트폰처럼 손에 항상 들고 다니는 소형 디바이스에서 많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있습니다. 앞쪽으로 볼록하게 튀어나왔던 CRT와는 달리 오목하게 들어가 있는 형태인데요, 시야각이 더 넓어지고 화면 중앙부와 가장자리 간 거리로 인한 왜곡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혼자 사용하는 컴퓨터용 모니터로는 큰 강점으로, 저 또한 집에서 커브드 모니터를 사용하고 있죠. 하지만 정면에서의 왜곡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과 달리 측면에서 시청할 때는 오히려 왜곡이 심화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시청하는 대형 TV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뜻이죠.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이 커브드 디자인이 적용된 삼성전자의 게이밍 모니터 ‘오디세이 OLED G9’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이 커브드 디자인이 적용된 삼성전자의 게이밍 모니터 ‘오디세이 OLED G9’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디스플레이 모서리를 휘어놓은 ‘엣지 디스플레이’도 있습니다. 화면 끝부분을 휘게 해 제품 측면으로 둘러놓을 수 있기 때문에 베젤리스 디자인에 매우 유리하고, 이 곳에 다양한 기능들을 탑재할 수도 있죠. 하지만 파손 위험과 오작동 위험이 크다는 단점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쳐, 최근에는 폴더블 디스플레이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화면을 접었다 펼 수 있도록 해서 제품의 물리적 부피를 줄이는 것이죠.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더블폰이 대표적으로, 이 라인업의 흥행으로 폴더블폰 시장은 급격하게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화웨이 등 중국 제조사들을 비롯해 모토로라, 심지어 구글까지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이죠.

확실한 강점 ‘유틸리티’

지금이야 아이폰 14 프로를 사용하고 있지만, 저 역시 이전에 갤럭시 Z 플립3를 사용해본 적이 있습니다. 10개월 가량 썼던 것으로 기억나는데요, 제가 가장 크게 느꼈던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장점은 역시 휴대성입니다. 요즘 스마트폰들이 다들 대형화되는 추세라 작은 가방에는 담기 어렵고 주머니에 넣어도 거추장스럽지만, 폴더블폰의 경우 접어서 부피를 줄일 수 있어 상대적으로 수월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이는 폴드 시리즈보다는 플립 시리즈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UI(사용자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유틸리티가 더 좋아진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는 폴드 시리즈에서 두드러지는 장점인데요, 평상시에는 접은 상태에서 보조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다가, 좀 더 큰 화면에서 봐야 할 때는 펼치는 식이죠. 폴드 시리즈의 경우 소형 태블릿에 준하는 크기인 7인치 디스플레이가 되는 데다, 창 여러개를 동시에 띄우는 스플릿 뷰 기능도 지원해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갤럭시 Z 플립5의 ‘플렉스캠’ 기능을 활용하고 있는 장면.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면서 외부 디스플레이를 모니터로 활용할 수 있다. ⓒ투데이신문
갤럭시 Z 플립5의 ‘플렉스캠’ 기능을 활용하고 있는 장면.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면서 외부 디스플레이를 모니터로 활용할 수 있다. ⓒ투데이신문

최근 공개된 플립5 역시 이러한 부분이 부각됐는데요, 외부 디스플레이가 부쩍 커지면서 다양한 위젯을 배치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간단한 전화통화나 문자 메시지 답장 같은 일들도 접혀진 상태에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굿락에서 애드온을 받아 설치하면 삼성 자체 앱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등 외부 앱도 쓸 수 있다고 해요.

무엇보다 폴더블폰 최고의 장점은 ‘플렉스 모드’로 대표되는 전용 UI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갤럭시 폴더블폰을 예로 들자면, 카메라 구동 상태에서 화면을 90도로 접을 경우, 상단 화면은 카메라 화면으로, 하단부는 셔터와 화면비율 조정 등 조작부로 나눠지게 됩니다. 플립5에서는 외부 디스플레이에도 현재 촬영 중인 화면을 띄워 모니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죠. 듀얼 디스플레이를 채택해 다양한 활용을 지원했던 LG V50처럼, 향후에는 별도의 가상 게임패드를 띄워놓거나 하는 식으로도 이용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남아있는 숙제들

다만 현재 출시되는 폴더블폰은 아직 시작 단계로, 완성형이 되기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우선 기기의 내구성에 대한 의문을 해소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까지 많은 대중들은 폴더블폰의 기계적 신뢰성에 의문을 품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접었다 펴는 화면의 특성상 스크래치를 피하기는 쉬울 수 있으나 물리적 충격에 의한 손상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계속 접었다 펴며 사용할 테니, 피로에 의한 손상도 걱정되는 부분이고요.

다만 이번에 공개된 갤럭시 Z 플립5·폴드5는 물방울 형태의 힌지를 채택해 접었을 때 상·하단 화면 사이의 틈새를 대폭 줄인 것이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이물질이 껴서 화면이 파손되거나 할 가능성을 줄인 것이죠. 또한 한 유튜버가 플립5의 내구성을 시험해보려 일주일 가까이 밤을 새가며 기기를 접었다 펴고 있는데요, 모토로라의 레이저40 울트라가 약 12만회에서 고장이 난 반면 플립5는 37만회를 넘겼음에도 기능이상이나 고장 없이 정상 작동한다고 합니다. 

갤럭시 폴더블폰 신제품을 접었을 때의 측면부. 물방울 형태의 힌지를 적용해 접었을 때의 틈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투데이신문
갤럭시 폴더블폰 신제품을 접었을 때의 측면부. 물방울 형태의 힌지를 적용해 접었을 때의 틈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투데이신문

가격 역시 폴더블폰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장벽이 됩니다. 그나마 플립5의 경우 일반적인 플래그십 스마트폰 수준의 가격이지만, 폴드5는 200만원이 넘는 출고가를 자랑하죠. 이번 플립5·폴드5도 물방울 힌지 적용 등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하며 가격이 약간 인상됐죠. 수리 비용 역시 만만치 않은지라 제조사 A/S 역량이 중요한 관건으로 작용합니다. 

무엇보다 배터리 용량은 이용자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문제이지만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이기도 합니다. 디스플레이를 접는 것은 비교적 간단했지만, 기기 메인보드나 배터리까지 접을 수는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바 형태의 스마트폰에 비해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접었을 때 활용할 보조 디스플레이까지 붙다 보니 전력소모량은 증가하게 되죠. 저 역시 플립3를 사용하면서 가장 불편했던 점이 짧은 배터리 타임이었는데요, 이후 나온 제품들도 이 부분이 아쉽다는 평가가 많아 제조사들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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