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럭젓국·게국지가 대체 뭐야…토박이 식당에서 맛본 서산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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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듣고는 감히 정체를 상상도 할 수 없는 음식이 있다. 분명 한글로 적혀 있고 주재료가 이름 안에 떡 하니 들어가 있는데도 말이다. 서산 별미 우럭젓국과 게국지가 그렇다. 우럭과 게가 들어가는 것은 같은데 대체 어떤 요리일지 예상할 수가 없다. 인터넷으로 사진을 봐도 맛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이럴 땐 역시 직접 먹어보는 수밖에 없다.

헛헛한 속 채우러 서산으로 갔다. 우럭젓국과 게국지의 정체를 확인하겠다는 핑계로 제대로 먹부림을 하고 왔다. 지난봄에 잡은 꽃게로 담근 게장으로 밥 두 그릇을 해치우고 제철 굴도 실컷 먹었다.

# 너무 흔해서…우럭젓국 탄생 비화

가장 궁금했던 음식, 우럭젓국. 우럭젓국은 서해안 지역의 토속음식이다. 서산 사람들은 추운 겨울날 우럭젓국을 떠올린다. 우럭젓국은 쌀뜨물에 꾸덕하게 말린 우럭 살을 넣고 뜨끈하게 끓여 낸다. 생선이 들어가는 맑은 탕으로 간은 새우젓으로 한다. 시원한 맛을 내는 무, 달큼한 양파, 다진 마늘과 미나리를 곁들여 깔끔하다.

서산 대산읍 삼길포항은 예부터 우럭(정식 명칭: 조피볼락)이 많이 잡혔다. 지금도 매년 6월 초가 되면 삼길포항에서 우럭 축제가 열린다. 냉장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절, 유통망도 시원치 않아 차고 넘치는 우럭을 처리하기가 힘들었던 서산 사람들은 햇볕에 우럭을 말려 두고두고 먹었다.

처음 맛본 우럭젓국은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얇게 포를 뜬 우럭살이 쫀득하게 씹혔다. 다만, 입맛에 따라 짜다고 느낄 수도 있으니 국물이 졸지 않게 불 조절을 잘해가면서 먹는 것이 좋겠다.

# 본래 서산 게국지에는 게가 없다

게국지 역시 충남 일부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토속 음식이다. 서산사람들은 제각각 겟국지, 갯국지, 깨꾹지 등 다양하게 부른다. 게국지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는 바로 게국, 게장 국물이다. 간장 게장을 건져 먹은 다음 남은 국물을 넣고 끓인 국이 게국지다.

배추 얼갈이 혹은 무청, 호박 등 채소를 넣고 시원하고 칼칼한 맛을 낸다. 일부 식당에서 파는 게국지에는 주홍빛 꽃게가 통째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지만 본래 살림집에서 먹던 게국지에는 꽃게가 들어가지 않았단다. 대신 민물새우, 농게, 돌게 등을 넣었다.

서산에서 맛본 게국지는 확실히 달랐다. 예전 다른 지역에서 먹은 게국지는 솔직히 꽃게탕이랑 차이점을 못 느꼈었는데, 서산 게국지는 소박하면서도 강력했다. 겉보기엔 평범한 우거지 된장국 같았지만 맛은 전혀 달랐다. 수개월 간 게 맛이 스며든 게장 국물 때문인지 바다의 맛이 물씬 느껴졌다.

사실 게국지보다 더 유명한 서산의 꽃게 음식은 게장이다. 꽃게 주산지 중 하나이기 때문에 살이 튼실하게 오른 꽃게로 담근 게장을 파는 식당이 곳곳에 있다. 서산 시내 먹거리골에 위치한 ‘향토’는 서산 토박이가 2대째 운영하는 식당이다. 봄 꽃게를 냉동창고에 쟁여놓고 1년 내 장사를 한다. 한상차림 메뉴를 시키면 게장부터, 우럭젓국, 게국지 등을 맛볼 수 있다.

# 서산에 딱 2명, 조리 기능장의 굴밥

이 계절 서산 먹거리 최강자는 바로 굴이다. 서산 간월도는 어리굴젓으로 유명하다. 간월도 갯벌에서 자라는 자연산 굴을 서산 사람들은 ‘토굴’이라고 부른다. 양식 굴보다 크기는 작아도 육질이 단단하고 향이 강하다. 자연산 굴에 소금, 고춧가루로 양념을 하고 발효시킨 것이 어리굴젓이다. 간월도에서는 어리굴젓은 그저 밑반찬이다. 간월도 사람들은 굴을 물회로 먹고, 부쳐도 먹고, 양념에 무쳐 먹고 온갖 몸에 좋은 재료와 함께 솥에 쪄 밥으로도 먹는다.

간월도에 위치한 ‘큰마을 영양굴밥’은 조리기능장 김병식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 서산시에서도 인증한 건강식당이다. 간월도 토박이 김병식 대표는 부모님에 이어 2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큰마을 영양굴밥은 서산에서 유명한 맛집이다. 평일 낮 12시가 되기도 전에 사람들이 줄을 선다.

굴 물회는 난생처음 먹어봤다. 직접 담근 동치미 국물에 신선한 굴과 당근, 오이 등 각종 채소를 썰어 넣어 만든다. 잡내를 잡아주는 생강을 듬뿍 넣어 예민한 사람도 생굴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영양굴밥을 주문하면 1인용 솥밥과 커다란 양푼이 같이 나온다. 밥을 덜어 양푼에 넣고 솥에는 뜨끈한 국물을 부어 숭늉을 만든다. 대추와 은행, 버섯과 굴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 영양굴밥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기호에 맞게 비빔밥을 만들어 먹으면 더 별미다. 밥에 무 장아찌, 무생채, 콩나물 등 밑반찬을 알맞게 넣는다. 여기에 어리굴젓, 청국장, 굴 회무침 등 먹고 싶은 것을 넣어 비벼 먹으면 된다. 냉이 간장도 인상적이었다. 종지 가득 냉이를 썰어 넣어 맛과 식감을 살렸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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