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이름도 없다는데… 제주 앞바다서 포착된 ‘투명젤리 물고기’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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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앞바다서 발견된 투명젤리 물고기. / 유튜브 '제주놀미'

제주도 앞바다서 발견된 투명젤리 물고기. / 유튜브 '제주놀미'
제주도 앞바다서 발견된 투명젤리 물고기. / 유튜브 ‘제주놀미’

제주 바다에서 정체불명의 해양 생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투명한 몸에 물고기처럼 지느러미와 꼬리를 가진 이 생물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관찰된 적 없는 종이다.

제주해양수산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 세기알해변 인근 바다에서 카리나리아 크리스타타(Carinaria cristata)로 추정되는 생물이 발견됐다. 열대와 아열대 해역에서 주로 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주에서 목격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발견자는 인플루언서 ‘제주놀미’다. 지난달 27일, 유튜브 채널 ‘제주놀미’에 이색적인 영상이 올라왔다. 제목은 ‘전 세계 1%만 본다는 생물, 제주에서 실제 첫발견!’이었다. 해당 영상을 촬영한 이는 제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 ‘제주놀미’다.

그는 김녕 앞바다에서 패들보드를 타던 중 물속을 유영하는 낯선 생물을 우연히 목격했고, 이를 즉시 촬영해 연구기관에 전달했다. 제보를 받은 연구진은 현장으로 곧바로 출동했다. 발견 당시 생물은 살아 있었지만, 곧 폐사했고 현재는 냉동 상태로 보관 중이다.

어류처럼 생겼지만 분류는 복족강

제주도 앞바다서 발견된 투명젤리 물고기. / 유튜브 '제주놀미'
제주도 앞바다서 발견된 투명젤리 물고기. / 유튜브 ‘제주놀미’

해당 생물은 복족강(Gastropoda)에 속하는 연체동물이다. 조개나 소라처럼 껍데기를 가진 종류가 대부분이지만, 이번에 발견된 개체는 껍데기가 없다. 머리와 아가미, 지느러미, 꼬리까지 갖춰 겉모습만 보면 물고기로 착각하기 쉽다.

몸은 반투명한 젤라틴질로 이뤄졌으며, 배 쪽에는 돛처럼 펼쳐지는 부유용 발이 달려 있다. 이를 이용해 유영하며 먹이는 플랑크톤을 따라 표층을 떠다닌다. 발견된 개체는 길이 45cm, 무게 390g으로 기록됐다.

제주해양수산연구원 양병규 연구사는 “내용물은 복족류이지만 형태가 어류에 가깝다”며 “분류 기준이 모호해 해외 참고자료를 바탕으로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유전자 분석과 조직 검사도 병행하고 있다.

카리나리아 크리스타타는 학명 외에는 공식적인 한글 명칭도 없다. 국내 서적이나 데이터베이스에서도 관련 자료를 찾기 어렵다. 이번 발견은 한국 연안에서 처음 채집된 사례로, 향후 공식 명칭이 붙을 가능성도 있다.

해외에서는 하와이, 인도양, 일본 남부 등에서 간헐적으로 채집된 기록이 있다. 하지만 이처럼 비교적 큰 개체가 연안 가까이 유입된 사례는 드물다. 표층에 떠다니는 습성상 먼바다에서 목격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전문가들은 일시적 유입인지, 제주 근해에 서식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추적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주변 해역에서 추가 개체가 발견되면 정착 가능성도 점검할 계획이다.

투명한 생김새와 젤리 조직… 혼란 주는 생물학적 구조

위키푸디 네컷만화.
위키푸디 네컷만화.

가장 혼란스러운 지점은 형태와 분류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물고기처럼 보이지만, 내부 구조는 복족류의 전형을 따른다. 껍데기는 없고, 젤라틴 조직으로 유연하게 구성돼 있다. 부유성 생활을 하며 껍데기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된 진화 결과로 해석된다.

배 쪽에 있는 발은 수영용으로 변형됐고, 조개류 특유의 구조도 내부에 존재한다. 전문가들도 처음 보는 형태에 당황했을 만큼 독특한 생물이다. 구조적 진화 방향이 기존 복족류와 다르기 때문에 학술적으로도 주목된다.

한편,. 국내에는 해당 생물에 대한 표본, 사진, 영상 등 기본 자료조차 없다. 이번 발견으로 촬영된 사진과 영상을 중심으로 첫 기록이 남게 됐다. 분석이 마무리되면 학술 보고서로 정리해 국내외 학회에 공개할 예정이다.

정식 명칭 부여 여부도 분석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이미 알려진 종과 일치한다면 기존 학명에 근거해 국문명만 지정될 수 있고, 변종이거나 미기록 생물일 경우 새롭게 이름이 붙을 수 있다.

제주해양수산연구원은 “현재는 실물 샘플을 냉동 보관 중이며, 분석 완료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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