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닭보다 7배 비싸다… 임금도 따로 챙겨 먹었던 ‘귀한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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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재현한 백봉 오골계 모습입니다. / 위키푸디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재현한 백봉 오골계 모습입니다. / 위키푸디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재현한 백봉 오골계 모습입니다. / 위키푸디

초여름 강원도 춘천의 숲속. 농장 한복판에서 수천 마리의 닭이 흙을 파고 다닌다. 온몸에 하얀 깃털을 두르고 있지만, 피부는 물론이고 뼈와 내장까지 모두 검은색이다. 발가락 수는 여섯 개다. 냄새도 거의 나지 않는다. 이 품종은 ‘백봉 오골개’라 불린다. 중국에서는 흰 봉황이라 불렸고, 국내에서도 예부터 귀한 닭으로 분류됐다. 깃털만 흰 것이 아니라 살까지 검은 특징을 지닌 오골계 중에서도 희귀한 개체다.

지난달 31일 유튜브 채널 ‘EBS 극한직업’에서는 이 품종을 대규모로 사육 중인 농장을 소개했다. 이곳에서는 10만 마리의 백봉 오골개를 키우고 있었다. 닭들이 지내는 축사 바닥은 전부 흙이다. 일반 닭처럼 시멘트 바닥 위에서 키우면 오골계는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흙을 파고 다니며 먼지 목욕을 하고, 몸을 비벼 기생충을 털어내는 습성이 강하다. 흙을 통해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체온을 조절한다. 바닥이 콘크리트거나 물기가 많으면 폐사 확률이 급격히 올라간다.

병아리를 입식하기 전에는 축사 안의 흙을 모두 걷어내고 새로 깐다. 이 작업은 단순한 청소를 넘는다. 사람이 직접 손으로 긁어낸다. 흙과 함께 분변, 먼지, 사료 찌꺼기까지 함께 제거된다. 축사 바닥이 정비되면 이후엔 소독이 이뤄진다. 하루에 2~3회 이상 소독을 반복하며, 병아리 입식까지는 보통 1주일 이상 비워둔다. 바이러스나 세균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병아리가 입장하면 집단 폐사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바닥뿐 아니라 모이통, 벽면, 닭장 안 구석구석을 소독제로 닦아낸다.

병아리는 온도와 소리에 민감… 24시간 관리 필요

백봉 오골계 병아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구현했습니다. / 위키푸디
백봉 오골계 병아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구현했습니다. / 위키푸디

백봉 오골개의 병아리는 사육 초기에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생후 15일 정도까지는 온도를 34도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며, 이 기준이 조금만 무너져도 먹이를 거부하거나 몸을 떨며 한 곳에 웅크리고 있는 경우가 생긴다. 온도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폐사하는 일도 생긴다. 전용 난방기를 통해 실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며, 기온이 급격히 변하는 새벽이나 비 오는 날은 관리가 더 까다롭다.

병아리는 소리에도 민감하다. 큰 소음이 들리면 본능적으로 한 곳에 몰리는데, 이 과정에서 서로를 밟거나 부딪쳐 다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갑작스런 문 닫는 소리, 기계음, 사람 발소리 등도 모두 영향을 줄 수 있어 축사 안에서는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해야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백봉 오골계는 좁은 케이지에서 사육하는 방식으로는 키우기 어렵다.

백봉 오골계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구현했습니다. / 위키푸디
백봉 오골계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구현했습니다. / 위키푸디

백봉 오골계는 일반 닭과 비교했을 때 성장 속도가 느리다. 일반 육계는 6주면 출하가 가능하지만, 이 품종은 1년 이상 키워야 고기용으로 쓸 수 있고 6개월 이상 자라야 산란이 시작된다. 게다가 산란 주기도 길다. 하루 한 알씩 낳는 닭과 달리 3~4일에 한 번 알을 낳는다. 그럼에도 하루 3000개 이상 달걀이 생산되는 건 개체 수가 많기 때문이다.

알을 낳는 장소도 정해져 있지 않다. 축사 곳곳에서 달걀을 낳기 때문에 이를 찾는 것도 사람 몫이다. 허리를 굽혀 축사 바닥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수천 마리 닭이 다니는 바닥 위에서 달걀을 손으로 하나씩 주워야 하며, 이 과정은 하루 평균 1000번 이상 허리를 굽히는 노동으로 이어진다. 닭이 알을 품으려는 성향이 강해, 달걀을 꺼내려다 손을 물리는 경우도 흔하다.

수거된 달걀은 실내 분류장으로 옮겨진다. 백봉 오골계 알은 크기가 작고 껍질이 연한 편이다. 모양과 무게가 일정하지 않아 기계 분류만으로는 어려워 작업자가 직접 확인하며 정란, 특란 등으로 나눈다. 똥이나 흙이 묻은 알은 세척기로 1차 세척을 진행한 뒤, 묻은 부분이 남아 있는 경우 손으로 닦아야 한다. 하루 수천 개를 다루다 보면 손목에 무리가 간다는 작업자도 있다.

영양 높고 쓰임새 넓어… 백숙·진액으로도 소비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재현한 백봉 오골계 모습입니다. / 위키푸디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재현한 백봉 오골계 모습입니다. / 위키푸디

백봉 오골계는 단순한 닭이 아니라 약재로 여겨져 왔다. 과거 궁중에 진상됐으며, ‘동의보감’ 등 고문헌에도 기록이 남아 있다. 기운을 보충하고, 몸이 허할 때 도움이 되는 식재료로 쓰였다. 특히 산후 조리와 관련된 요리에 자주 활용됐다.

영양 성분으로 보면, 백봉 오골계 고기에는 철분과 아연이 풍부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일반 닭고기보다 철분 함량은 2~3배, 아연은 1.5배 이상 많다. 단백질 함량은 동일하거나 약간 높고, 피부와 연골에는 콜라겐도 많다. 이 때문에 단순 식재료뿐 아니라 관절 건강 식품, 뷰티 보조 제품 원료로도 쓰이고 있다.

백봉 오골계는 백숙으로도 자주 먹는다. 농장에서는 직접 장작불에 백숙을 끓이기도 했다. 2시간 이상 푹 고아낸 국물은 색이 짙고 맛이 묵직하다. 고기보다 국물이 진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백숙은 출하한 닭 중 1년 이상 자란 개체만 사용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재현한 백봉 오골계 모습입니다. / 위키푸디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재현한 백봉 오골계 모습입니다. / 위키푸디

방송에 등장한 전북 김제의 가공 공장에서는 진액 생산도 이뤄지고 있었다. 100마리 분량의 닭을 한 솥에 넣고, 숙지황·홍삼·계피·강황·당귀 등 10여 종의 약재와 함께 120도 이상 고온에서 20시간 끓인다. 완성된 진액은 파우치 형태로 포장되어 판매된다. 닭의 뼈까지 함께 달이기 때문에 영양 성분이 깊게 우러나온다고 한다.

시장 가격도 일반 닭보다 현저히 높다. 백봉 오골계 생닭은 한 마리에 2만~3만 원으로, 일반 육계 닭(1마리 약 4000원)보다 최대 7배 비싸다. 달걀은 10개 기준 1만 원 이상에 거래된다. 사육 환경이 까다롭고 생산량이 제한되기 때문에 소량 생산 방식으로 유통된다. 소비층은 보신식을 선호하는 중장년층이 많고, 최근에는 오골계를 미리 조리해 봉지에 담은 레토르트 백숙, 진액, 탕용 팩 등으로 가공해 유통하는 방식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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