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군 명소 베스트 2 천 년의 시간이 눈 위에 내려앉았습니다
![[대구 불로동 고분군] 국내 고분군 명소 2 / 사진=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양지뉴 필름](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5/12/CP-2023-0442/image-65141b4c-df33-4d64-b890-569ac9209731.jpeg)
겨울의 첫눈은 여행자의 발걸음을 가볍게 붙잡습니다. 하얀 눈발이 대지 위에 내려앉으면, 평소와 다르지 않던 풍경도 한 겹 더 고요해지고, 그 안에 담긴 시간이 깊어집니다. 고분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옛 무덤이 모여 있는 유적이 아니라, 눈으로 덮인 언덕과 둔덕 위에 서 있는 역사적 흔적이 차분함과 장엄함을 동시에 드리우는 순간, 눈길을 뗄 수 없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겨울 설경이 특히 아름다운 국내 고분군 두 곳을 소개합니다.
대구 불로동 고분군

대구 동구 불로동 일대에는 삼국시대에 조성된 고분이 약 200여 기 모여 있습니다. 사회 지도층과 토착세력의 공동묘지로 추정되는 이 고분들은 작은 구릉을 따라 자리 잡고 있어요.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금호강변의 풍경과 고분이 어우러지며, 겨울에는 강변 억새밭과 함께 눈 덮인 봉토가 독특한 풍경을 만듭니다. 이곳은 아는 사람만 찾는 조용한 명소입니다.
눈 내린 날이면 나뭇가지 사이로 쌓인 하얀 눈 아래 봉토의 둥근 실루엣이 또렷해지고, 생태공원 산책로는 계절의 정취를 더합니다. 낮게 비치는 겨울 햇살이 고분 언덕에 닿을 때면 설경이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오죠. 특히 언덕 위에 홀로 선 나무는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포인트입니다.
방문객이 적어 한적하고, 고분 사이를 걷다 보면 오래된 시간의 층위 위에 겨울이라는 계절이 겹쳐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역사 유적이지만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공간이라 겨울 산책지로도 좋습니다.
지산동 고분군

경북 고령의 지산동 고분군은 가야 시대 왕족과 귀족의 무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4~6세기에 조성된 704기가 넘는 고분이 구릉을 따라 펼쳐져 있고, 2023년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어요. 겨울이 되면 이곳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넓은 고분 구릉이 눈으로 덮이면 산등성이를 따라 이어진 봉토들이 파도 같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그 사이로 난 길에는 발자국만 남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언덕 위에 서면 가야 사람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겹쳐지는 묘한 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고분군이 워낙 넓어서 걷는 데만 한참 시간이 걸리지만, 그만큼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눈 쌓인 날이면 주변 산림과 유적이 하나로 어우러지면서 고요하고 깊은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겨울 설경 속 고분군은 과거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동시에 지금 여기의 풍경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겨울에 고분군을 방문한다는 것은 유적을 보는 것 이상의 경험을 줍니다. 눈 덮인 언덕 위에서 과거의 흔적과 계절의 풍경이 만나는 순간, 사진기 셔터를 누르지 않고는 지나칠 수 없는 장면들이 펼쳐집니다. 불로동과 지산동, 두 고분군 모두 겨울에 더욱 빛나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