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상 호텔 센타라 라이프 난바 오사카와 로컬 시장 가보니

해외 여행 시 숙소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따지는 건 위치다. 태국 호텔 체인 센타라 호텔 & 리조트가 일본 오사카에 선보인 두 번째 호텔, 센타라 라이프 난바 오사카(Centara Life Namba Osaka)는 그 기준에서 꽤 알맞은 곳이었다. 지난 4월 문을 열었고 같은 그룹의 5성급인 센타라 그랜드 오사카보다 훨씬 가볍고 활기찬 분위기다.
이 건물엔 짧지만 흥미로운 내력이 있다. 원래 2024년경 네스트 & 라이즈 오사카 난바라는 이름의 로컬 디자인 호텔로 처음 문을 열었던 곳이지만 센타라 그룹이 인수했다. 인근에 이미 135m 높이의 5성급 센타라 그랜드 호텔 오사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일본 시장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터였다.

이번엔 합리적인 가격대를 원하는 젊은 여행객과 가족 단위 여행객을 겨냥해 전면 리노베이션을 단행했다. 가구를 교체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브랜드 컬러인 옐로우, 터쿼이즈 블루, 오렌지가 공용 공간 곳곳에 더해졌고, 원목 가구와 부드러운 마감재로 호텔 특유의 차가운 느낌을 걷어냈다. 객실 벽면에는 벽지 대신 오사카 랜드마크 실루엣을 팝아트 형식으로 그려 넣었다.

입지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마미야에비스역 2분, 다이코쿠초역 5분, 난카이 난바역 8분이다. 피규어 천국 덴덴타운과 구시카츠 골목 신세카이가 도보권이고, 키즈 도매시장은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나온다.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난카이 전철을 타면 환승 없이 난바역에 바로 닿는다.
로비와 공용 공간은 태국의 활기찬 야시장과 오사카의 역동적인 도심 밤풍경에서 영감을 얻은 싱그러운 옐로우(Yellow)와 터쿼이즈 블루(Turquoise Blue)가 포인트 컬러로 사용했다.

1층 로비는 천장이 높고 개방감이 좋다. 체크인을 마치고 나면 웰컴 드링크가 나온다. 객실은 총 300개로 스탠더드부터 디럭스 패밀리룸까지 6가지 유형이다. 아이를 데리고 왔다면 벙커룸 패밀리 객실을 추천한다. 패밀리룸은 서양식과 다다미방 일본식 중 고를 수 있다. 방마다 책상이 있어 출장 겸 여행에도 무난하다.
막상 짐을 풀면 공간이 생각보다 넉넉하다. 침대 하부와 벽면을 영리하게 활용한 수납 구조 덕분에 대형 캐리어를 펼쳐도 동선이 막히지 않았다. 일본 비즈니스 호텔에서 캐리어를 세워둔 채 옆걸음으로 다닌 경험이 있다면 반가운 부분이다.

침대 머리맡 벽에는 오사카성, 도톤보리, 구로몬 시장, 야사카신사를 아기자기하게 그려 넣었고, 헤드보드엔 조명 스위치, 콘센트, USB 포트가 나란히 박혀 있다.

식음업장은 두 곳이다. 조식은 2층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운영한다. 오픈 키친에 대형 통창으로 아침 햇살이 들어오고 일본식 조식 옆에 태국 정통 요리인 팟카파오무쌉 같은 메뉴도 나란히 오른다.


11층 루프톱 소라 바(SORA BAR)는 실내와 야외 데크를 모두 갖췄다. 낮에 걸었던 신세카이 골목의 네온사인과 쓰텐카쿠 타워, 아베노 하루카스 야경이 밤이 되면 통유리창 너머로 한눈에 들어온다. 안주가 따로 필요 없다.
호텔 바로 맞은편,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키즈 도매시장(大阪木津卸売市場)이 나온다. 구로몬 시장이 관광지화된 것과 달리, 오사카 일류 일식집 셰프들이 새벽마다 식자재를 구하러 오는 300년 역사의 진짜 도매시장이다.

1710년 에도 시대 오사카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형성한 사설 시장이 시초로 전쟁과 대화재를 거치면서도 오사카 시민들의 식자재 창고 역할을 이어왔다. 시장 바닥엔 새벽 경매와 생선 손질로 늘 차가운 얼음과 물기가 스며 있고, 천장엔 오래된 간판들이 빼곡하다. 꾸며진 공간이 아니라 매일 아침 실제로 돌아가는 시장이라는 게 들어서는 순간 느껴진다. 시장 남측 오디엠(ODA) 식재 센터에서 다시 팩, 소스류, 제철 과일 쇼핑을 끝내고 2분이면 호텔 객실에 짐을 던져둘 수 있다.
키즈 시장을 나와 동쪽으로 3분 걸으면 덴덴타운 메인 스트리트와 이어진다. 피규어, 애니메이션 굿즈, 빈티지 게임기가 끝없이 늘어선 거리를 따라 올라가면 난바 파크스와 연결되고
빔즈, 단톤, 요시다 포터 같은 일본 현지 패션 브랜드 쇼핑도 슬리퍼 차림으로 끝낼 수 있다.
도톤보리 글리코상까지 도보 15분이라 늦은 밤 타코야키와 생맥주를 즐기고 막차 걱정 없이 걸어서 돌아오는 것도 가능하다. 반대 방향으로 9분을 걸으면 신세카이와 쓰텐카쿠 타워가 나온다. 1912년 파리와 뉴욕의 번화가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거리로 거대한 입체 간판들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다.
글, 사진/ 오사카=권효정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