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옥토버페스트처럼 2조원 벌 수 있을까” 글로벌 축제로 본 성공하는 축제의 조건 [지방소멸의 와일드카드, 축제]
잘 만든 축제 하나는 지역을 넘어 국가를 대표하는 관광 콘텐츠로 성장한다. 축제 하나가 지역 경제를 먹여 살릴 정도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반면 어떤 축제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금세 사라진다.
그렇다면 성공한 축제와 실패한 축제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번 편에서는 해외 사례를 통해 잘되는 축제와 그렇지 못한 축제의 공통점을 짚어봤다.
커지는 축제 경제…옥토버페스트만 연 2조원

사진= 도이치옥토버페스트코리아
종교축제를 제외한 일반 지역축제만 놓고 보면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가장 큰 축제는 독일 옥토버페스트였다. 연간 약 18억~20억유로(약 2조9000억~3조2000억원)의 경제효과를 낸다. 브라질 리우 카니발은 약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8억5200만파운드(약 1조6000억원), 미국 뉴올리언스 마디그라는 약 8억9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한다.
옥토버페스트는 지난해 약 670만 명이 찾았고 600만ℓ 이상의 맥주가 소비됐다. 숙박과 외식, 교통, 쇼핑 등을 포함한 경제효과는 연간 약 11억~14억9000만유로(약 1조5000억~2조2000억원)로 추산된다.
지금은 세계적인 맥주 축제의 대명사가 됐다. 전 세계에서 2000개가 넘는 ‘옥토버페스트형 축제’가 열릴 정도다. 축제는 ‘독일=맥주’라는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고, 국가 관광과 맥주 산업 성장에도 큰 역할을 했다.
옥토버페스트는 전체 방문객의 약 20~30%가 해외 관광객으로 추정된다. 축제를 보기 위해 항공권을 끊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경제효과가 큰 글로벌 축제들은 그 지역 뿐만 아니라 국가 큰 기여를 한다

사진= 언스플래쉬
태국 송크란도 그 예시다. 2026년 송크란 축제는 공식 기간을 전후한 5일 동안 약 303억5000만바트(약 1조4000억원)의 관광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6%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50만 명으로 4% 늘었고, 이들이 창출한 관광 수익은 약 81억바트(약 3747억원)에 달했다. 국내 관광객 이동도 596만 건으로 7% 증가했다.
“‘우리 축제’라는 감정이 성공을 만든다”
전문가들은 성공한 축제들의 공통점으로 ‘진정성’을 꼽았다.
화려한 공연이나 유명 가수보다 지역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담은 축제가 오히려 글로벌 방문객들을 끌어모은다는 것이다.
지역성이 강할수록 다른 곳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없다. 독일의 맥주 문화, 브라질의 삼바, 일본의 눈 문화, 인도의 종교 문화처럼 특정 지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문화가 글로벌 관광객을 이끄는 힘이 된다.
정신 축제경영연구소장은 “지역 주민이나 방문객이 그 축제를 ‘우리 축제’라고 인식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축제를 만드는 사람과 즐기는 사람이 하나라는 일체감을 느끼는 축제가 오래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체감이 단순히 주민 참여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축제에 직접 관여하는 사람은 전체의 0.02%도 안 된다. 대부분은 구경꾼으로 오지만 즐기면서도 ‘이건 우리 축제’라는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축제가 해외에도 널리 알려진다.”
지역 주민의 직접 참여 여부보다 방문객 스스로 축제에 대한 소속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재방문과 만족도, 입소문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사진= 언스플래쉬
실제 해외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약 1만 명의 축제 참가자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문화적 정체성이 분명한 축제일수록 참가자와 지역 사이의 유대감이 강해지고, 이러한 사회적 유대가 관광객 소비와 지역경제 효과로 이어지는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성공한 축제는 주민이 주인공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옥토버페스트는 지역 양조장과 주민들이 중심이 되고, 리우 카니발은 삼바학교가 1년 내내 축제를 준비한다. 쿰브 멜라는 종교 공동체가 축제를 이끈다. 관광객을 위해 만든 공연이 아니라 원래 존재하던 지역 문화를 관광객이 함께 즐기는 구조다.
김재호 인하공전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축제 성공의 핵심으로 ‘정체성’을 꼽았다.
그는 “지역 홍보나 교육보다 ‘즐겁게 노는 것’을 우선순위로 둔 축제에 사람들이 모인다”며 “태국 송끄란 역시 새해맞이 의식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누구나 함께 즐기는 축제라는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에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실패하는 축제들의 공통점
성공 사례만 보면 해외 축제는 모두 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해외에도 운영 실패와 재정난으로 사라진 축제가 적지 않다
지역의 역사나 특산물에 담긴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유행만 좇아 급조한 축제는 생명력이 짧다. 전문가들은 실패한 축제의 공통점으로 ‘지속성 없는 이벤트성 기획’과 ‘문화적 원형(스토리)의 부재’를 가장 먼저 꼽았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광고판 / 사진=AFP
대표 사례가 일본 정부가 추진한 ‘쿨재팬(Cool Japan)’이다. 쿨재팬은 일본 음식과 애니메이션 등 자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2013년 출범했다. 한국의 한류 전략을 벤치마킹한 정책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 주도 투자에 의존하면서 출범 초기부터 수익을 내지 못했다. 2024회계연도 기준 누적 적자는 383억엔(약 3600억원)에 달했고, 정부 출자금은 1406억엔(약 1조3000억원)에 이른다. 일본 언론은 정책 목표가 모호했고 시장 감각과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갖추지 못한 점을 실패 원인으로 지목했다.
김재호 인하공업전문대학교 관광경영학 교수는 실패한 축제의 원인을 정리했다.
그 중 하나가 ‘문화적 원형’의 부재다. 축제는 원래 지역의 문화적 스토리와 특산물에 담긴 서사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데 이를 단기 유행에 맞춰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진= 언스플래쉬
김 교수는 “실제로 술 축제를 제외하면 ‘먹는 축제’가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며 “지역의 이야기를 담지 못하면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민 참여 부족이다. 민간이나 국가, 지방자치단체가 일방적으로 만드는 축제는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토마토 축제와 맥주 축제, 에든버러 페스티벌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적인 축제들은 모두 주민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명확한 타깃과 마케팅 전략의 부재도 문제다 “‘모든 사람을 다 부르겠다’는 식의 축제는 성공하기 어렵다”며 “국내에서도 명확한 타깃 없이 진행된 ‘방문의 해’ 사업 상당수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축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킬러 콘텐츠’의 부재도 문제로 꼽았다. 토마토 축제는 토마토 던지기, 리우 카니발은 삼바 퍼레이드,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도시 전체가 무대가 되는 공연예술처럼 세계적인 축제는 누구나 떠올리는 대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도 옥토버페스타처럼…한국 축제가 바꿔야 할 것들
야놀자리서치는 글로벌축제를 위해 한국 축제들이 축제 콘텐츠 역시 공급자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몽골 텐트 아래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고 정치인의 축사 뒤 트로트 공연이 이어지는 익숙한 구성은 지역민에게는 친숙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관광객이 원하는 몰입형 경험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유하고 싶은 장면을 만들지 못하면서 해외 확산력도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야놀자리서치는 한국 축제가 이제는 낡은 특산물 전시형 행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특산물을 진열하고 개회사를 듣는 방식만으로는 글로벌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스페인 라 토마티나가 토마토를 던지는 체험을, 워터밤이 물놀이를 앞세우듯 관광객은 직접 참여하는 경험에 비용을 지불한다. 언어와 국적을 넘어 누구나 함께 뛰어놀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가 앞으로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야놀자리서치는 축제의 경쟁력을 더 이상 방문객 수나 추정 경제효과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글로벌 축제는 대형 무대나 유명 연예인이 아니라 방문객의 기억에 오래 남는 경험을 만드는 행사라는 것이다. 낯선 사람과 함께 웃고 뛰놀았던 기억, 다시 찾고 싶은 감동이 축제의 진짜 경쟁력이라는 설명이다.
1200년 넘게 이어져 온 일본 기온마쓰리가 지금까지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 역시 화려한 상업화가 아니라 지역의 전통과 진정성을 지켜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서연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