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 오지캠핑 타프 아래 하룻밤 솔로캠핑

이번 솔로캠핑은 지인의 사유지에서 즐기는 캠핑이다.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곳으로, 겨울이면 다니기 참으로 곤란한 지역에 사시는 분의 아지트다.

꽤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올라가는 길도 제법 불편하다. 게다가 겨울 눈 오고 얼음이라도 얼면 완전 으악!

2023년에는 길이 조금 나아졌다 하셨는데 내 보기엔 그나저나 엇비슷하단 느낌.

바람만 불지 않는다면 타프 아래 하룻밤도 나쁘지 않다.

예전 같으면 조금 더 내려서 설치했을 텐데 허리 구부리는 게 힘들어서 조금 높였다.

솔로캠핑이 아니라면 더 넓은 타프에 텐트 세팅으로 캠핑 모드를 변경했을 가능성이 더 많겠지만 지금은 딱 좋다.

백패킹을 하면서 처음 사용한 실타프.

그전까지는 오토캠핑 타프를 오지캠핑에서 사용하는 정도였고 백패킹에서 사용한다는 건 불가능이라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실타프 영입 후 종종 애용을 했었고 폴 없이 스틱으로만 중심을 잡고 사이드는 나무에 묶거나 팩다운으로 세팅을 했었다. 당연히 야침모드가 아니라 바닥모드였다.

그러던 것이 세월이 10여 년 흐르니 이런 스타일은 무조건 오지캠핑이나 오토캠핑에서만 가능한 모드로 정착.

지금의 이 실타프를 사용한 것은 만으로 12년이고 햇수로 13년이나 됐다. 확실히 사용감이 있지만 어지간한 바람에도 끄떡없고 미친 듯이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여전히 제 실력을 발휘해 주는 녀석이다.

예전과 달리 이젠 찬 바람이 싫어 비비색을 준비했다.

이 비비색 역시 실타프와 같은 해 구입한 것으로 고어텍스 소재다. 이렇게만 들으면 현재까지도 제 기능을 다 발휘할 것 같지만 솔직히 이젠 모르겠다. 고어텍스 소재는 멤브레인이 생명인데 만으로 12년째 사용하다 보니 완전히 믿기 힘들다. 그래서 타프가 더욱 필요한 보온용 커버라 하겠다.

지금 사진에서 보이진 않지만,

차는 바로 옆에 있다. 불만 끄면 완벽하게 깜깜한 곳이라 차가 옆에 있어도 보이질 않는다.

그저 랜턴 불빛만이 고즈넉하게 주변을 밝힌다.

아~ 아니구나!

밤하늘의 별도 나의 솔로캠핑에 빛을 내려주고 있긴 하다.

살짝 대비 보정을 했더니 까만 건 더 까맣게 하얀 건 더 하얗게 보인다. 이러니 디지털 사진기를 다루며 보정 프로그램 하나 정도 다루지 못하면 안 되는가 보다. 보정 프로그램을 거쳐 나와야 더 선명해진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어도비 제품.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는 블로그를 하기 이전부터 업무상 해왔던 터라 매우 익숙하지만 점점 그 사용하는 기능의 범위가 좁아지고 매번 사용하던 기능만 사용하고 있기에 매월 지불하는 비용이 급 아깝단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현재 사용하는 토털 프로그램 키트가 아닌 11,000원짜리 포토샵과 라이트룸 프로그램으로 바꿔야겠다.

다음 날 아침.

비비색 안에서 보는 풍경이다.

보통은 고어텍스 패브릭을 열고 메시창만 둔 상태에서 이용을 했는데 어젠 이상하게 추워 전부 닫고 잤다.

덕분에 내가 뿜어낸 입김이 내부에서 맴돌며 비비색 바닥에 모였다. 당연히 침낭은 축축한 상태.

비비색을 매번 비비색이라 부르면서도 어느 나라말인지 전혀 모르겠다.

하여 네이버 지식백과를 찾아봤다. bivy sack(비비색 ; 영어), bivouac sack(비박색 ; 영어), bivouac gear(비박 기어 ; 영어), Zeltsack(젤트자크, 젤트색) 등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비비색을 구입하게 된 것은 종주산행이나 둘레길, 올레길 트레킹 등에서 야영을 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의도한 만큼 활용하지 못 한 장비 중 하나다. 대부분은 이렇게 오지캠핑에서 사용하는 정도였던 것 같다.

하룻밤을 보내고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하늘이 시커멓다.

하늘만 봐서는 눈이 쏟아져야 정상으로 보이는 정도.

지난밤 찬 이슬로부터 나를 보호해 준 타프를 이제 정리해야 할 시간이 됐다.

언제 어디서고 백패킹이나 오지캠핑을 하고 난 뒤 최대한 빨리 정리를 해버린다.

오늘처럼 사유지인 경우엔 그래도 부담이 없지만 공유지에서 텐트 펼쳐놓고 느지막하게 일어나는 건 민폐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강원도 인제 기온이 차갑긴 한가보다.

손톱으로 스윽 긁어내니 그 결정이 몹시 차다.

겨울 초입의 오지캠핑이자 솔로캠핑.

춥긴 하구나.

철수를 준비하기 전에 드립 백 하나를 걸었다.

언제나처럼 첫 잔은 내가 마실 커피.

두 번째 잔은 철수 후 운전을 할 때 마실 커피.

커피 물이 끓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보며 블랑켓을 무릎에 감싼다. 내 무릎은 소중하니까.

물이 떨어지며 피어오르는 향긋한 커피 내음.

좋구나!

솔로캠핑을 즐기며 가장 좋은 시간 중 한 포인트. 물론, 다인 캠핑에서도 좋지만 솔로캠핑에서의 느낌이 더 좋다.

풍악을 울리게 하고 느긋하게 커피 한 잔을 즐긴다.

그 즐거움을 마친 뒤 곧바로 운전자용 커피 한 잔.

타프 아래 솔로캠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라는 눈은 어데 가고 초청하지 않은 겨울비만 쏟아지고 있다.

오늘만 용서하겠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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