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 인정한 한국 최초의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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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을 전 세계에 알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런던에서도 한국 현대 미술에 주목하는 2개의 대규모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테이트 모던과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각각 열리는 이미래 작가와 양혜규 작가의 전시가 그 주인공인데요. 한국 미술의 독창성과 세계적인 감각을 오묘하게 섞어 ‘최초’의 타이틀을 얻은 이미래와 양혜규 작가의 전시를 만나볼까요?

테이트 모던에 디멘터를 풀어놓은 작가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현대 예술가만 선다는 그 무대. 한국인 최초로 테이트 모던의 터빈홀을 장악한 작가는 바로 이미래입니다. 시멘트, 실리콘 등 산업 재료와 조각을 결합한 예술을 선보이는 그는 과거 화력 발전소였던 테이트 모던의 역사적 배경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곤 터빈홀의 드넓은 공간을 아름다움과 기괴함이 공존하는 생산 공장으로 되돌려놓았죠.

전시를 처음 마주하면 언뜻 해리 포터 속 ‘디멘터’가 생각납니다. 천장부터 바닥의 금속 체인에 매달려 있는 49개의 직물 조각은 ‘피부’라고 불리는 작품들인데요. 홀 끝에 위치한 크레인의 터빈을 거쳐 새로운 피부 조각으로 탄생하는 섬세한 섬유 조각들은 아름다움, 불쾌함, 연민, 그리고 공포 같은 상반된 감정들을 동시에 불러일으킵니다.

마치 신체의 내부를 보는 듯한 이 광경을 통해 불확실한 미래에 함께 맞서고 경험하는 인간의 심리를 살피고자 했던 이미래 작가의 시선은 내년 3월까지 런던에 머물 예정입니다.

〈현대 커미션: 이미래: Open Wound〉
장소 런던 테이트 모던 터빈홀
기간 2024.10.9 – 2025.3.16

빨래 건조대를 화려한 주인공으로 만드는 작가

독일 캐피탈이 선정한 ‘2023년 세계 100대 작가’ 중 유일한 한국인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볼프강 한 미술상을 받은 작가. 양혜규는 동아시아 전통부터 자연까지 다양한 관습을 기반으로, 주관적 경험을 신비롭게 풀어내는 작업으로 유명한데요. 이때 블라인드, 나일론 방울, 금속 실 등 일상 속 잡동사니는 작가의 시선을 해학적으로 표현하는 매개체가 되죠. 양혜규의 25년이 헤이워드 갤러리에 응축됩니다.

갤러리 전시실 입구에 커튼처럼 달린 파란색과 은색 방울(〈소리 나는 조각〉)을 양옆으로 밀어내면, 반짝이는 빨래 건조대와 폭신한 선인장, 형형색색의 블라인드가 유쾌하게 관광객을 맞이합니다. 해당 공간엔 약 120점의 작품이 총망라되어 있어요. 손잡이를 밀어 움직이는 〈소리 나는 의상 동차〉부터 보관할 장소가 없어 작품을 박스채 보관했던 시절을 재연한 〈창고 피스〉, 종이와 짚을 활용한 〈황홀망〉과 〈중간 유형〉을 한걸음에 만날 수 있죠.

갤러리 수석 큐레이터 융 마는 작가를 두고 “문화적 유동성의 정의를 확장하는 작가”라는 평을 전하기도 했어요. 현대와 전통을 아우르는 양혜규 작가의 감각적인 작품 세계는 그렇게 런던 한편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양혜규: 윤년〉
장소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
기간 2024.10.9 – 20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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