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열광한 ‘가심비’ 해외 여행지 1위 “강원도 갈 돈이면 OOO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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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行 열풍의 비밀, 가심비

스위스·하와이, 비싸도 만족도 최상위

홍콩·몽골·중국, 가심비와 만족도 이중고

한국 관광 취약점은 먹거리 물가와 상도의


베트남 / 사진=언스플래쉬

한국인 여행객들이 꼽은 최고의 ‘가심비’ 여행지는 베트남이다. ‘가심비’란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뜻하는 신조어다. 베트남에 이어 체코, 스페인, 뉴질랜드, 헝가리 등 유럽 동·남부 국가와 대양주 지역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북·서부 유럽과 미주 지역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한국은 중위권에 자리했다.


베트남 / 사진=언스플래쉬

이런 주목할 만한 결과는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연례 여행 만족도 조사’에서 나왔다. 조사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간 해외여행을 다녀온 1만 2074명과 국내 여름휴가 여행객 1만 707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주요 여행지와 해당 지역 가심비에 대한 평가를 분석했다. 응답자 표본수 60사례 이상인 32개국을 대상으로 여행자가 평가한 국가별 종합만족도와도 비교했다.


2024년 국내·해외 여행지 평가 가심비와 종합 만족도 / 이미지=컨슈머인사이트

베트남, 가심비 신흥 강자로 떠올라


베트남 / 사진=언스플래쉬

베트남은 69.5%로 가심비 1위를 차지했다. 베트남 여행객 10명 중 7명이 “여행지로서 가심비가 우수했다”라고 답한 셈이다. 베트남은 한국인이 일본 다음으로 많이 찾는 해외 여행지다. 코로나19 발생 전과 비교해 한국인의 여행지 점유율이 가장 크게 늘어난 국가이기도 하다. 지난 2019년 8월 대비 올해 8월에 78%나 증가했다.

체코(68.9%), 스페인(67.5%), 뉴질랜드(67.0%), 헝가리(66.9%)가 베트남 뒤를 이었다. 사이판(66.3%), 포르투갈(65.9%), 일본(65.6%)도 상위권에 올랐다. 상위 8개국 간 가심비 차이는 4%p 내외다. 근소한 차이로 순위가 갈렸다. 권역별로는 아시아(60.8%), 대양주(58.3%), 유럽(56.1%), 미주(49.9%) 순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에서는 베트남, 일본과 함께 대만(61.2%, 9위)이 상위권에 들었다. 한국(55.1%, 16위)은 중위권에 머물렀다. 유명 여행지로 꼽히는 유럽의 스위스(51.0%, 22위), 프랑스(45.3%, 29위), 영국(33.4%, 32위)과 미주의 하와이(51.5%, 21위), 캐나다(50.4%, 23위), 미국(하와이 제외, 46.2%, 28위)은 가심비에서 하위권을 기록했다.

가심비 vs 만족도, 묘한 상관관계


2024년 국내·해외 여행지 평가 가심비와 종합 만족도 / 사진=컨슈머인사이트

가심비와 종합만족도 간 상관관계도 분석했다. 체코(가심비 2위, 만족도 5위), 스페인(3위, 4위), 뉴질랜드(4위, 8위)는 가심비와 종합만족도가 모두 높은 국가로 꼽혔다. 사이판(6위, 9위), 포르투갈(7위, 11위), 일본(8위, 10위)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주로 유럽 동남부 국가와 대양주 지역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고품질 여행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 사진=언스플래쉬

베트남(1위, 19위)은 가심비에서 최고였지만 만족도는 낮았다. 최저 비용(1일 평균 19만 8000원)으로 우수한 먹거리와 쉴거리를 즐길 수 있어 가심비 1위를 차지했다. “강원도 갈 돈이면 베트남”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전반적인 여행 인프라 부족으로 만족도는 중위권에 그쳤다.

스위스(22위, 1위)와 하와이(21위, 3위)는 가심비는 낮지만 종합만족도는 최상위권이었다. 높은 물가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자연경관, 관광명소, 질 높은 서비스로 높은 만족도를 기록했다.

홍콩(31위, 31위), 몽골(26위, 29위), 중국(24위, 30위)은 가심비와 종합 만족도 모두 낮은 대표적 여행지로 꼽혔다. 높은 물가, 빈약한 관광자원, 정치적 불안 요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홍콩은 여러 요인이 겹쳐 관광객 유치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둘 다 최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한국, 가심비 중위권의 눈물나는 현실


삼계탕 / 사진=언스플래쉬

한국(16위, 26위)은 가심비는 중위권, 종합만족도는 하위권에 속했다. 일본, 베트남, 대만 등 주변국과 비교해 관광 인프라와 콘텐츠 면에서 만족도가 낮았다. 특히 ‘먹거리’ 부문에서 ‘물가·상도의’ 문제가 가심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초초긴축 여행’ 트렌드에 따라 식비를 줄이는 여행객들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가심비의 핵심은 “이 돈 내고 이 정도 먹고 놀면 괜찮다”라는 생각이다. 비싸더라도 “이 돈 내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 가심비가 높아진다. 반대로 “돈이 아깝다”란 생각이 들면 가심비는 곤두박질친다. 여행하는 동안 돈을 쓰면서 느끼는 감정이 더 중요하다.

여행 총비용이나 1일당 평균비용과는 상관관계가 없었다. 여행 전체 예산과는 무관하고 식음료비와 같은 일상적 지출 내용과 형식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여행에서 불합리한 소비를 강요받는다는 느낌, 특히 먹거리에서 이런 경험은 가심비 평가에 치명적이다.


베트남 / 사진=언스플래쉬

이번 조사 결과는 여행지 선택에 있어 가심비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트남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한국인 여행객의 선호도가 크게 높아졌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만족스러운 여행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결과로 볼 수 있다.

반면, 유럽과 미주의 유명 관광지들이 가심비 면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점은 눈길을 끈다. 이들 지역은 전통적으로 인기 있는 여행지였지만, 높은 물가와 비용 대비 만족도 측면에서 한국인 여행객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이 가심비와 종합만족도 모두에서 중하위권에 머문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 여행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무엇보다도 먹거리 부문 물가와 상도의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번 조사 결과는 여행객들 선호도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보다 비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여행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여행 업계와 각국 관광 정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는 관광 자원을 갖추는 것은 물론, 여행객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질 높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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