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 출신 배우가 국회로 달려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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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한 밤 국회에 나타나 완전 무장한 후배 군인들에게 훈계를 늘어놓던 배우 이관훈이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특전사에서 4년간 복무한 이관훈은 제대 후 수영 강사와 모델로 일하며 생계를 꾸렸다.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직접 에이전시에 프로필 사진을 돌리며 기회를 찾아다녔다.

특전사 복무 이력은 그가 자주 거론되는 독특한 경력 중 하나다. 이관훈이 특전사에 지원한 것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당시 ‘날라리’였던 그는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군대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에 솔깃했다. 병무청에서 검은 베레모를 쓴 군인을 보고 멋있다고 느낀 것도 그 계기였다.

군 생활을 하면서 배우의 꿈이 다시 떠올랐다. 군대에서 밤 10시 소등 후 2시간 동안 상상에 빠져들며 제대 후 계획을 세우곤 했다. 그렇게 2004년 1월 제대한 이관훈은 부산 집에 들르지 않고 곧장 압구정으로 향했다. 찜질방에 짐을 풀고 포장마차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찜질방에서 만난 사기꾼에게 돈과 카드를 털리며 빈털터리가 되기도 했지만, 수영 강사로 일하며 재기를 도모했다.

잠실 소재의 스포츠센터에서 800:1의 경쟁률을 뚫고 강사로 들어가며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입을 얻었고, 회원들의 사랑도 받았다. 이후 26살에 모델 학원에 등록하며 연기의 꿈을 본격적으로 추구하기 시작했다. 모델 혜박과의 촬영을 계기로 수영 강사 일을 그만두고 기획사를 찾았지만, 일이 쉽게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연예인 축구단에서 만난 최수종을 통해 드라마 ‘대조영’에 출연하게 되었다.

이후에도 차기작을 잡지 못하며 어려운 시기가 있었으나, 전쟁 드라마 ‘로드 넘버원’에 출연하면서 전라도 사냥꾼 권진철 하사 역을 맡았다.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전라도 지역을 직접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사투리를 녹음해왔고, 성지루 선배의 도움을 받아 전라도 사투리를 완성했다. 그 결과 그는 전라도 출신처럼 자연스럽게 연기를 소화해냈다.

이후 다양한 작품에서 도회적인 매력과 사극 이미지를 오가며 천의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이관훈, ‘옹박’ 감독의 태국 액션영화 ‘전설의 검을 찾아서: 더 킥’에도 출연 했는데, 감독이 그의 몸을 보고 단번에 오케이 했다는 후일담이 전해진다.

이관훈은 부모님께 무언가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한다. 부산 범어사 근처에서 손칼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부모님을 돕기 위해 열심히 활동 중이다. 그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꿈을 계속해서 추구하고 있다.

지난 3일, 그는 한밤중 국회에 나타나 비상계엄 선포로 국회에 모인 707부대 출신 계엄군을 직접 설득했다. 자신이 부대 선배 출신이라는 사실을 밝히며 계엄군을 진정시키고자 했고, 계엄군을 설득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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