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장모님 모시고 사는 70대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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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TV쇼 진품명품’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해 대중에게 익숙한 KBS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왕종근.

부산 KBS의 아나운서로 활약하던 그는 한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경험한 후, 39세이던 1993년 12살 연하의 성악가 김미숙과 결혼한다. (당시 김미숙은 교사로 근무 중이었다고 함)

공교롭게도 왕종근은 재혼하지 얼마 되지 않은 1994년 본사로 발령받아 여의도 KBS에서 근무하게 되었고,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신혼 초부터 아내와 주말 부부로 지내게 된다.

그런데 그는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서야 아내가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5년 동안 며느리 노릇을 강요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학교 일을 마치는 즉시 매일같이 시댁에 가서 집안일을 했다는 김미숙.

왕종근은 아내가 무남독녀임에도 명절에 친정에 갈 생각은 엄두도 못 냈었다며, 처가댁에는 사위로서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을 겪고 나서 오랜 시간이 흘러 왕종근도 어느덧 70대의 나이가 되었다.

이제 편안한 노후를 보내야 할 나이가 된 그는 놀랍게도 2년 전부터 치매에 걸린 장모님을 모시고 사는 중이다. 2022년 초 그의 아내는 “엄마를 모시고 살아야겠다”라고 갑작스럽게 통보한 후 부산에서 장모님을 모셔 오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장모님이 착한 치매라는 것인데, 하지만 자기주장이 너무 강해 한 번 꽂히면 무조건 해야 하는 편이라고. 그의 장모는 한 번은 부산에 가야겠다며 잡을 새도 없이 짐을 싸서 길 한복판에서 택시를 잡으려 시도한다.

부리나케 장모님을 잡으러 달려 나간 왕종근. 하지만 그를 본 장모님은 수십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닥에 다짜고짜 드러누워 악을 쓰며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아!
사위가 장모 팬다!

심지어 그와 아내는 장모님에게 수차례 도둑으로 몰리기까지 했는데, 한 번은 너무 힘들어서 “장모님 저 힘들다. 저 요새 같으면 이혼하고 싶다”고 토로했더니 헤어지라는 대답을 들었다며 실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사실 왕종근과 아내를 공포에 떨게 만드는 것은 장모님의 치매뿐만이 아니다. 장모님 뿐만 아니라 장인어른과 자신의 부모님 마저도 치매를 모두 겪었던 지라 검사를 해보았다는 그.

본인과 아내 모두 치매 유전자가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 의사로부터 부모 중 한 명이 치매면 일반 사람보다 치매 걸릴 확률이 4배, 양가 부모가 치매가 있으면 17.5배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치매가 제발 늦게 오라고, 가기 직전에 와서 1년만 날 괴롭히고 갔으면 좋겠다고 매일 바란다”고 말하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해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치매를 겪은 부모님들과 장모님을 돌보며 삶의 고단함을 절감하고 있는 왕종근, 동시에 가족을 향한 책임감과 사랑으로 버텨내고 있는 중이다. 모쪼록 그와 아내 모두 걱정없이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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