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들 ‘격분’ , “다 거품이었나” … 다이소, 10분의 1 가격에 업계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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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원 건기식 등장에 약사들 ‘격분’
성분 차이 크지 않은데 가격은 6~1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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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약국에서 3만 원에 사던 걸 3000원에 판다고?”

건강기능식품이 생활용품점 다이소 매대에 등장하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다이소는 지난 24일부터 전국 200여 개 매장에서 대웅제약, 종근당건강, 일양약품과 손잡고 30여 종의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종합비타민부터 루테인, 밀크씨슬, 프로바이오틱스까지 품목은 다양하며, 가격은 단돈 3000~5000원에 불과하다.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싸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한 다이소 매장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을 사려는 고객들로 장바구니가 가득 차기도 했다.

일부는 “정말 괜찮은 제품인지 확인해보겠다”며 자녀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가격이 지나치게 저렴하다 보니 성분과 함량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분 차이 거의 없는데… ‘가격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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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다이소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대웅제약 밀크씨슬 제품을 기존 브랜드 제품과 비교한 결과, 주요 성분인 실리마린 함량은 130mg으로 동일했다.

다만 일부 비타민과 보조 성분에서 차이가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다이소 입점 제품은 단일 기능성에 집중한 제품으로, 프리미엄 제품과는 차이가 있다”면서도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탐탁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약사들은 “함량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 약사는 “우리 약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실리마린 함량은 350mg인데, 다이소 제품은 130mg에 불과하다”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일부러 낮춘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실리마린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130mg으로, 다이소 제품이 최소 기준을 충족하는 것은 사실이다.

“약국 망하겠다”… 약사들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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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약사들은 다이소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것에 격분했다.

약사 커뮤니티에서는 “제약사가 약국을 배신했다”, “5000원짜리 약 먹고 싶은 사람은 다이소로 가라”,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하류 브랜드가 될 것” 등의 날 선 반응이 쏟아졌다.

일부 약사는 불매운동까지 예고했다. “대웅제약 제품 전량 반품 신청했다”, “남은 재고 소진 후 다시는 들이지 않겠다”는 등의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다르다. “성분이 비슷한데 가격이 6~10배 차이 난다는 게 말이 되냐”며 오히려 약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

“약사들이 이렇게 반발하는 걸 보니, 이제까지 터무니없는 가격을 받았던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가격 전쟁, 소비자는 환영하지만 오남용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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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매년 성장하는 중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6조 440억 원으로, 2030년에는 25조 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건강기능식품의 대중화가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은 약과 식품의 중간 영역에 있기 때문에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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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특히 비타민 A·D·E 같은 지용성 비타민은 과잉 섭취할 경우 독성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을 싸게 살 수 있는 경로는 이미 많았다”며 “그럼에도 약국에서 사는 소비자는 약사의 상담을 받고 싶어서 오는 것이므로 다이소의 저가 건강기능식품이 약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가격 차이가 지나치다는 지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성분이 큰 차이가 없는데도 그동안 비싸게 팔아왔던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다이소가 불러온 변화가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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