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SDV의 세계 1.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를 위해 필요한 하드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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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는 이미 20세기 말에 수소 연료전지차와 함께 가야 할 미래였다. 2015년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과 테슬라의 등장이 기폭제가 되어 속도가 빨라졌다. 테슬라는 통합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을 이슈화하며 단번에 이슈를 장악했다. 더불어 생산 기술 혁신도 동원했다. 중국시장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기가 상하이의 규모를 확대했다. 그러면서 인포테인먼트와 커넥티비티와 자율주행차를 SDV로 통합하고 있다. 레거시 자동차회사 입장에서는 소위 C.A.S.E라고 표현되는 커넥티비티와 자율주행, 공유, 전기차라는 2016년 등장한 화두를 테슬라가 바꾸었다.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라는 용어로 국한되지 않고 산업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저감을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하고자 하고 있다. 자동차의 성격이 주행성에서 이동성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관계 설정 등에 관해 살펴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2022년 말 챗 GPT 등장 이후 인공 지능이 최대의 화두로 부상하면서 지금은 ADV, 즉 AI 정의 자동차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지금의 AI는 그 발전이 특이점을 지났다고 말한다. 인간이 하드코딩해서 그것을 따라 기동하는 머신 러닝이 아니라 AI 가 스스로 분석하고 판단해 실행한다는 것이다. 특별한 물체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이제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기계가 스스로 판단한다. 다만 돌발적인 상황을 만드는 블랙박스 현상에 대해서는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용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싸움이라는 칼럼을 썼던 2017년만 해도 컨텐츠 사용자들은 혁신 기술보다는 지금 당장 탈 수 있는 자동차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친 지금은 자동차에 대한 관점이 많이 달라졌다. 특히 테슬라가 자율주행으로 이슈몰이를 하면서 자동차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하드웨어로 흥했던 IBM이 윈도 95를 내놓은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에 주도권을 빼앗긴 것과 같은 상황이 자동차산업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던 2017년의 예상이 현실화되어가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보쉬를 필두로 콘티넨탈과 ZF, 덴소, 델파이 등 전통적인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그동안 Tier1의 입지에서 Tier2와 Tier3의 하위 부품업체들을 장악해 완성차업체들에 모듈과 시스템을 납품하며 세를 키워 왔다. 이들은 전 세계 완성차공장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공급을 위한 생산 시설을 설립해 숫자로 압도해 왔다.
 
그런 기존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구글이나 애플 등 검색과 스마트폰 등으로 힘을 키워 온 업체들이 자동차산업에 뛰어들었다. 구글은 2016년 말 자율주행기술 개발회사 웨이모를 설립했다.”
 
외부의 파괴적 경쟁자의 등장으로 업태 변화 가속화

그때 이미 모빌아이를 인수한 인텔과 엔비디아가 부상했다. 자율주행차를 구동시키기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도 그때 등장했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이 필요하며 고도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필요한데 완성차 업체들은 단독으로 이 작업을 수행할 수 없다.
 
외부의 파괴적 경쟁자들은 자동차산업 장악에 나선 것이다. 인텔은 자동차, 커넥티비티, 클라우드라고 하는 세 개의 플랫폼을 통합한 시스템 개발을 지원하는 자율주행 솔루션 인텔GO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는 2016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자율주행차용 슈퍼컴퓨터 ‘드라이브(DRIVE™) PX 2’를 볼보의 ‘드라이브 미(Drive Me)’ 자율주행 프로젝트에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2017CES에서는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을 위해 선보인 기술 인공지능 Co-Pilot 시스템을 공개했다.
 
이 시스템은 카메라와 마이크 등을 통해 차량과 차량 외부의 센서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고, 차량이나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소리 또는 다양한 방법으로 운전자에게 상황을 전달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내부의 카메라를 통해 운전자의 시선과 머리의 움직임, 심지어 입술의 모양을 통해 어떤 말을 하는지 판단하고 차량의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의 상황변화에도 대처하게 된다.
 
 자동차 제조를 중심으로 하는 주도권이 완성차회사나 전통 부품회사가 아니라 인공 지능과 반도에 업체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제법 시간이 지났다는 얘기이다. 지금은 자율주행 관련해서는 엔비디아가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테슬라가 오토파일럿과 FSD로 주도하고 있고 그 시스템을 구동하는 하드웨어도 엔비디아가 아닌 자체 개발하고 있다.
 
그런데 2020년 엔비디아를 위협하는 퀄컴의 스냅드래곤라이드가 등장해 충격을 주었다. 랜드로버 디펜더에 가장 먼저 채용된 것으로 레벨2+수준의 주행 보조부터 완전 자율주행인 레벨5까지 지원하는 모듈형 솔루션이다. 스냅드래곤은 연산 속도와 에너지 효율에서 파격적이다. 최대 700TOPS의 엄청난 고성능을 130W의 저 전력으로 이룬다.
 
이는 그동안 이 부문에서 독보적이었던 엔비디아의 자비어가 30TOPS이고 2019년 말에 선보인 소프트웨어 정의 플랫폼 엔비디아 드라이브 AGX Orin의 시스템 온 칩(SoC)은 그 일곱 배가량인 200TOPS이므로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얼마나 획기적인지 알 수 있었다. 퀄컴은 통신 부문의 강자답게 C-V2X솔루션인 스냅드래곤 오토모티브 플랫폼을 통해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 모두를 제공하는 통합 솔루션 제공자로 부상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이 부분에서는 한국의 스타트업 베이레스(Beyless)가 AI를 통한 솔루션 개발을 지원하는 시스템 솔루션 회사 RECOGNI 가 개발하고 있는 칩은 퀄컴의 700TOPS보다 높은 1,000TOPS의 엄청난 고성능을 저 전력으로 이룰 수 있다고 한다. 

자동차 부문에서 이 기술을 주도해 온 것은 테슬라다. 레거시 자동차업체들이 2025년 실용화를 목표로 하는 것과 달리 테슬라는 2014년 HW1.0이라는 이름으로 1세대 전자 플랫폼을 선보인 이후 2016년 HW2.0, 2019년에는 HW3.0을 모델 3에 도입했고 지금은 HW4.0까지 발전해 있다.
 
테슬라는 HW 3.0에서 모델3에 30~70개의 ECU대신 통합 ECU를 포함해 3개의 ECU로 해결했다. 분산형 ECU와 제어영역형 ECU를 건너뛰고 중앙집중형으로 바로 진화했다. 더 놀라운 것은 통합 ECU의 연산처리능력이 144TOPS(매초 144조회)로 높고 소비 전력도 72W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테슬라는 그 통합 ECU를 자체 개발해 TSMC에 위탁 생산한다. 엔비디아나 퀄컴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테슬라는 센서인 카메라를 당초 모빌아이의 EYEQ3 대신 자체 개발한 고성능 AI칩인 SoC(System on Chip)를 통합 ECU에 채용했다. 트라이캠을 포함해 9개의 카메라를 탑재해 라이다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감지를 할 수 있다고 한다.
 
HW4.0에서는 3개의 저해상도 카메라 대신 2개의 고해상도 카메라로 바꾼다. 새로운 카메라 허브에는 카메라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팬 또는 난방 시스템이 장착된 것으로 보인다. B 필러의 카메라에도 추가된다. 다만 그동안 모델3 프로토타입에서 볼 수 있었던 헤드램프와 범퍼 카메라를 추가할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에 현재의 레벨2에서 레벨4로 일약 도약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었다. 앞서 언급한 고해상도 카메라로 바꾸고 그 카메라를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한다고 해도 도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흙탕물 등을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카메라로 촬영한 물체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FSD 16.69 베타버전에서 구겨진 비닐봉지 앞에 멈춰 버린 것에서 보여 주었다. 다만 테슬라라는 것을, 인공지능을 기반으로로 한 뉴럴넷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디커플링 시대 도래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테슬라가 앞서 언급한 모빌아이의 EYEQ3를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방식이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소프트웨어 디커플링을 선언한 것도 이런 흐름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읽힌다. 현대차그룹은 전체 모빌리티 생태계의 구성 요소를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구축하겠다는 ‘Software-defined everything’으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와 자율주행 기술 등으로 전기차로의 전환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지고 그만큼 자동차회사들은 주도권을 잡기를 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테슬라는 그를 위해 ECU를 통합하는 하드웨어를 개발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를 발전시켜 오고 있다. 현 상황에서 이 부문은 테슬라가 주도하고 있고 다음으로 바이두가 주도하고 있는 소수의 중국 자동차회사는 현대차그룹이나 폭스바겐보다 앞서 있다는 것이 서정대학교 박철완 교수의 주장이다.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와 자율주행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이 부문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둘을 분리하면 하드웨어에 의존하지 않고 기능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고, 개발 및 재사용을 가속할 수 있으며, 판매 후 차량 업데이트, 사용자 및 목적지별 사용자 정의, 차량 전체의 제어를 통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X in 1로 표현되는 부품 통합도 마찬가지이다. 저비용, 소형화 등 많은 장점이 있기 때문에 자동차회사들은 하드웨어만 구매하려는 것이 추세라는 것이다. 파워 일렉트로닉스가 대표적이다. 현대자동차의 유니버설 휠과 모비스의 e코너 시스템도 그중 하나다. 보쉬와 콘티넨탈, 발레오 등 세계적은 메가 서플라이어들은 이미 분리해서 판매한다는 쪽으로 방향전환을 했다. ZF는 그 중간 단계인 티어 0.5를 표방하고 있다. 

더불어 SDV 및 AD 전환에서는 메인 컨트롤러가 제어해야 할 영역이 더욱 확장된다. ECU의 통합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메인 컨트롤러에 필요한 처리 능력이 매우 높다. 컨트롤러의 처리 능력을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처리 내용에 따라 컨트롤러의 용량을 적절하게 분배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동차업체가 소프트웨어를 제어하면 자원 분배를 최적화하기가 더 쉬워지리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ECU의 통합은 소프트웨어 개발과 수정 및 업데이트 등의 복잡성을 줄이고 제어의 응답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제어 소프트웨어가 여러 ECU에 분산되어 있는 경우, 한 ECU의 소프트웨어 변경은 관련 ECU의 소프트웨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CU의 통합은 이러한 효과를 중앙에서 더 쉽게 관리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을 용이하게 한다. 또한, 통합 ECU는 다양한 액추에이터 및 센서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통합 제어의 부가가치를 쉽게 높일 수 있다. 당연히 소프트웨어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소프트웨어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동기도 강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BMW는 제어 반응성을 개선하기 위해 파워트레인과 차량 역학 제어를 통합할 수 있는 “Heart of Joy”라는 고성능 컨트롤러를 개발하고 있다. 이전에 BUS로 연결되었던 여러 ECU를 고성능 컨트롤러로 대체하는 것이다. 다양한 ECU의 기능을 동일한 소프트웨어 요소 그룹에 포함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제어의 응답성을 많이 증가시킬 수 있다. ECU의 통합으로 응답성이 향상된다면 통합제어의 부가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그 이야기는 자동차회사들이 소프트웨어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야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자동차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든, 소프트웨어 개발 속도를 높이는 것이든, 자동차용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진 것은 분명하다. 다시 말하면 5년 전 부상하기 시작했던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의 가치를 결정짓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런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무엇을 제공할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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