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플칼럼] 예의 없는 르노코리아, ‘이것이 최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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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코리아 부산공장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르노코리아가 24년만에 엠블럼을 ‘태풍의 눈’에서 ‘로장주’로 바꿨다. ‘삼성’을 뗀 지 2년만이다. 보태어 사명이었던 ‘르노코리아자동차’에서 ‘자동차’도 없앴다. 국내 시장에서 흐려진 존재감을 살리기 위한 방편이다. 물론 신차 계획도 올해 ‘오로라1’ 프로젝트 모델과 내년에 ‘세닉 e-테크’를 선보이는 등 매해 1대 씩 신차를 내겠다는 계획도 선보였다. 하지만 지난 24년간 동고동락해 온 것들을 가차없이 버리는 일에는 아무런 유감도 표시하지 않았다. 예의가 없다.

뉴 르노 QM6
뉴 르노 QM6

3일 성수동 르노자동차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만난 스테판 드블레즈 사장의 발언은 가관이다. 그는 새로운 브랜드 전략 ‘일렉트로 팝’을 발표하며 사명을 바꾼 이유에 대해서 “모터스 즉 자동차라는 명칭을 사명에서 제외한 것은 모빌리티 회사로 나아가기 위해 덧붙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존 엠블럼(태풍의 눈)보다 새로운 로장주 엠블럼은 글로벌 차원에서 더 유명하고 국내에서도 큰 인지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르노 뉴 아르카나
르노 뉴 아르카나

스테판 드블레즈 사장은 “르노가 제안하는 새로운 물결은 한국에서 확실히 효과를 낼 것”이라며 “르노코리아가 보유한 뛰어난 생산 및 연구개발 자산을 바탕으로 르노의 DNA에 한국의 역량을 더하겠다. 우리는 이를 ‘프랑스 생, 한국 산’이란 말로 표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르노의 변화는 지난 2년 동안 신차가 한 대도 없었던 것은 물론 판매량도 끝을 모르는 추락을 거듭하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했던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한마디로 유럽의 방식으로 한국에서도 성공을 노리겠다는 의미다. 그는 마지막으로 “프랑스에서 태어나 한국이 만든다”라는 말로 압축했다.

자동차 브랜드가 작별 인사하는 법
자동차 브랜드가 작별 인사하는 법

변화는 반가운 일이다. 특히 새로운 기획과 신차는 회사 성장의 자양분이다. 하지만 24년이나 썼던 엠블럼을 뒤안길로 보내는 르노코리아 방식은 무례하다. 적어도 보도자료 하나 보내지 않을 정도인가 싶다. 우리는 수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그들의 과거 모델들과 작별인사를 하는 멋진 장면들을 목격했었다. 볼보가 디젤엔진을 단종하며 보였던 사랑의 인사, 폭스바겐이 비틀과 작별을 고하며 남긴 메시지, 2022년 BMW가 M760Li에 12기통 엔진을 마지막으로 사용하며 남긴 존경과 사랑의 기록들은 단지 모터팬들을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수년 간 사용한 애지중지하며 썼던 자동차를 중고차를 보낼 때도 울컥하는 마음이 드는 데, 르노코리아는 그렇게 많은 자산들을 버리고도 괜찮은가 보다.

르노코리아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
르노코리아 성수 플래그십 스토어

자동차 회사가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는 방향이 어디든 마땅하다. 하지만 아주 적은 판매량이라도 그들이 만든 차를 사준 사람이 분명히 있었고, 보잘 것 없더라도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24년을 노력한 사람들이 지금도 분명 있을 텐데 지금은 도대체 볼 수 없다.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일렉트로 팝’을 이 땅에 심어보겠다는 욕심이 커 가려진 탓 일까.

일렉트로 팝
일렉트로 팝

르노코리아는 마음이 급하다. 판매량이 초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내수 승용차 시장에서 르노코리아 신차등록대수는 2만 2,460대로 전년 대비 57.0% 급감했다. 압도적 꼴찌다. 차종별로 봐도 QM6, XM3, SM6 순서로 3개 차종 모두 출시 이후 연간 신차등록대수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매달 고객 혜택을 강화한다지만 판매조건도 오락가락이다. 지난 3월 QM6는 36개월 미만 기준 3%였던 할부이자는 이달 2.9%로 찔끔 줄어든 것 같지만 개월수가 늘어나면 이율이 오히려 올랐다. SM6도 무이자 할부였던 3월대비 4월에는 할부 이율이 3.3%로 올랐고, XM3는 140만 원하던 구매혜택이 90만원으로 주저 앉았다.

로장주 엠블럼, 이제 이 엠블럼에 익숙해지자
로장주 엠블럼, 이제 이 엠블럼에 익숙해지자

르노코리아는 변화도 좋지만 기존 고객들도 보호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고객들이 자신도 존중받는다는 믿음이 생길 것이다. 엠블럼을 고쳐달고 사명과 자동차 이름까지 바꿀 수 있기까지 버틴 그간의 태풍의 눈 엠블럼과 르노코리아자동차에게 나라도 말하고 싶다. “그 동안 수고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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