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플시승] 스타일리쉬한 아이코닉 프렌치 SUV, 푸조 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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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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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dict

푸조 3008, 멋에 죽고 사는 트렌드 세터를 위한 차

GOOD

– 경쾌한 핸들링과 기본기가 탄탄한 샤시

– 일단 멋지고 잘생기고 예쁘고 보기 좋다

BAD

– 새차를 샀지만 과거로 돌아가는 기분

– 토션빔과 3기통이 빚어내는 ‘환장의 조합’

Competitor

– 미니 컨트리맨 : 같은 값으로 더 젊어 보인다

– 볼보 XC40 : 같은 값으로 더 안전해 보인다

푸조 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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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브랜드 간 연합과 제휴가 광범위해지면서 그 고유 특성이 희석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자동차 회사의 특징은 해당 국가의 지리적 특성과 문화적 취향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같은 의미에서 프랑스라는 걸출한 문화 대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푸조는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번에 시승한 3008은 중형 SUV로서 푸조의 핵심 모델이자 푸조가 지향하는 최신 디자인 언어를 품고 있다. 다만 문제는 ‘한국에서 푸조’라는 것.

우선 푸조는 지프와 함께 스텔란티스코리아의 주축 브랜드다. 지난 3월 말 만난 스텔란티스코리아 방실 신임대표 조차 “지프와 푸조로 2024년 브랜드를 재건할 것”이라고 할 정도. 지프가 아이코닉 오프로더라면 푸조는 프렌치 스타일리쉬 디자인 모델이라는 독특한 나름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나 3008은 실용적 가치까지 보태어 멋지면서 남들과 다른 차를 소유하길 희망하는 ‘트렌드 세터’들에게 적합한 차다.

푸조 3008
푸조 3008

이렇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우선 차 자체가 멋지다. 지금은 르노로 옮긴 스타 디자이너 질 비달(Gilles Vidal)이 완성한 푸조의 디자인은 현행 3008로 와서 그야말로 물이 올랐다. 닫혀 있던 팰린룩을 걷어내고 푸조만의 발톱 라인을 헤드램프에 형상화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후 프론트 범퍼는 최근 디자인 가운데 가장 감각적이고 뛰어난 선과 면의 조화를 보여준다. 특히 이 선과 면의 조합을 감미롭고 센세이셔널하게 보여준 푸조 3008의 전후 범퍼는 육상운송을 위한 모든 모빌리티 모델 가운데 최고의 찬사를 보내주고 싶을 정도.

푸조 3008
푸조 3008

푸조 3008의 측면 디자인도 프렌치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준다. 실용적인 중형 SUV를 지향하면서도 감각적인 캐릭터 라인과 무심하게 흐르는 듯 하지만 절제된 곡선의 조화는 동급 모델 가운데 가장 인상적일 정도다.

푸조 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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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디자인은 직전 모델과 전체적으로 다를 바가 없지만 기어봉을 토글 타입으로 바꾸고 시트 디자인과 패턴을 바꾸는 방식으로 다시한번 세련미를 부여했다. 여기에 헤드라이너 바로 위부터 시작하는 선루프 커버는 2열 운전석 끝까지 열 수 있어 햇빛에 열광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취향을 반영했음을 알 수 있다.

시트 디자인은 이 차의 백미 중의 하나로 손꼽을 만하다. 보기 드물게 안마시트 기능을 넣은 것은 약간 과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좌우 어깨부터 갈비뼈까지 감싸주는 버킷 시트는 기능적으로도 보기에도 만족스러웠다. 스티어링 휠 너머로 계기판을 보는 푸조의 독특한 스타일도 개성이 있다. 또 기능적으로도 출중하다.

푸조 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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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발톱을 형상화한 전후 조명 디테일처럼 실내 버튼 역시 그러하지만 배치 자체가 프랑스식으로 둔 터라 국내 실정과 다소 맞지 않고 내비게이션 등은 사실 비교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도어 패널 역시 2세대 이전 아우디 A6가 생각날 정도로 구식의 태를 벗지 못했다.

시승차인 푸조 3008 GT 크기는 푸조안에서 중형차급이라고 하지만 전장 4,455mm로 아반떼보다도 작다. 이런 핸디캡은 트렁크 공간을 보면 여실히 드러나는데 골프백 하나도 넣기 힘들다. 하지만 2열을 여러 공간으로 포개어 극복했으며 여러 단을 두어 큰 짐보다는 소형짐을 여러 개 둘 수 있도록 배려한 부분은 다행스럽다.

탄탄한 샤시, 부족한 파워트레인

푸조 3008
푸조 3008

푸조 3008은 이 차급에선 보기 드물게 배기량이 낮다. 3기통 1,199cc 가솔린 퓨어 테크 가솔린 엔진과 8단 변속기로 앞바퀴를 굴리는데 최고출력 131마력을 낸다. 10년 전 푸조 308에 처음 얹었던 엔진(코드명 : EB2 DTS)이다. 단일 유닛으로는 푸조-시트로엥 모두 들어가 유럽과 중국에서 저변이 가장 넓은 엔진이다. 2017년에는 올해의 엔진상도 수상했을 정도.

푸조 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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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엔진은 낮은 rpm에서 효율이 매우 뛰어난 편인데, 콤팩트한 3기통 저배기량 가솔린 엔진이라는 핸디캡을 200bar 직분사 방식으로 연료를 투입하고 대용량 터보 차저로 과급하는 방식으로 한계를 떨쳐낸다. 샤시는 전륜 맥퍼슨 스트럿과 토션빔을 썼다. 스텔란티스 코리아는 ‘트위스트 빔’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토션빔이라는 국내 인식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푸조 3008
푸조 3008

시동음을 비롯해 배기음은 조용한 편이다. 특히 저속과 고속 어떤 영역에서도 흡기와 배기 영역에서 사운드의 존재감은 거의 없을 정도. 디젤엔진을 사용했다면 분명히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다만 진동영역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가솔린 엔진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차 시 진동음 특히 유별나다. 특히 오르막 경사에서 정차할 경우 더욱 더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편이다. 더불어 유럽식 특유의 단단한 샤시 튜닝은 구매 전 분명히 자신의 취향과 걸맞는지 살펴봐야 할 터.

푸조 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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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량과 차체 크기를 감안하자면 60km/h 이전까지 가속은 꽤 호쾌한 편이다. 하지만 이후 추월 가속이나 대담하게 속도를 더 끌어올리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는 낮은 배기량을 터보차저로 과급하는 방식을 쓰는 거의 모든 대중차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구불거리는 곡선도로에서 과감한 핸들링은 진동과 차체 안정성 측면에서 토션빔의 한계를 여지없이 드러낸다.

푸조 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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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시가 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상당히 탄탄한 편인데, 오히려 이런 한계를 미리 드러내 운전자로 하여금 어디까지 한계인지 분명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일례로 몇 번 핸들을 휘감아 코너를 들어가보면 그 다음에는 어떤 식으로 운전해야 할 지 곧바로 감이 온다. 반면 제동력은 탁탁 꽂히는데다 고속부터 저속까지 균일하게 감속효과를 보이는 등 만족스러웠다. 공차중량이 1,510kg인 탓인지 차체 거동 부문에서는 가장 좋은 점수를 줄만 했다.

푸조 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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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을 스티어링 휠 너머로 볼 수 있어 전방 시야를 크게 확보한 점은 푸조의 전매특허다. 다만 A필러가 약간 두꺼운 편이라 측면 시야는 주의가 필요했다. 측면 벨트라인이 대체로 높은 것 같지만 실내에서 외부를 주시할 때는 불편함이 없었고, 시트는 탄탄하게 조여져 있으면서도 보기도 좋아 만족스러웠다. 다만 도어트림과 대시보드 그리고 센터 콘솔부 등의 플라스틱 소재는 4천만원대 중반에 이르는 가격대 SUV라기엔 무심해 보였다.

푸조 3008
푸조 3008

트렁크 적재 용량은 520L로 너무 작다. 요즘 나오는 국산 소형 SUV의 것보다 조금 큰 정도.  스텔란티스코리아는 뒷좌석을 접은 공간으로 1,670L를 제시했지만 좁고 길어 실용성이 없다. 인포테인먼트도 발목을 잡는다. 옹졸한 화면은 그런대로 넘어가더라도 일단 UI가 단촐함을 너머 초라하다. 후방카메라 화질은 이 시대의 것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데다 유선으로만 연결되는 스마트폰 연결은 정품 인터페이스를 엄격하게 요구했다. 감각적인 내외부 디자인으로 애써 젊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해도 UI로 확장성이 제한되는 상황을 어찌 감당할 수 있을까. 푸조 3008을 기획한 스텔란티스 코리아 상품 담당자는 고민이 컸을 터. 향후 반면교사로 삼을 차다.

푸조 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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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자동차 제조 역사가 깊은 프랑스 대중차 브랜드 푸조 3008은 실용적이면서 감각적인 내외관 디자인에 대한 만족감과 차의 기본기를 충실하게 갖춘 점에선 좋은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국산차 대부분 모델들이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편의장비와 뛰어난 UI는 기대하기 어렵다. 기대했던 만족감은 컸고 기대하지 못했던 실망감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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