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부품사들 살리기 나섰다… 은행권과 손잡고 꺼낸 ‘이 히든카드’


미래차 전환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현대차·기아 공급망 말단의 중소 부품사들은 자금 조달 장벽이라는 또 다른 벽과 마주해 왔다. 이 구조적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 정책금융·완성차·시중은행이 한데 뭉쳤다.
신용보증기금(신보)은 5일 현대차그룹, KB국민·NH농협·우리·하나·IBK기업·신한·iM뱅크·BNK경남은행 등 8개 은행과 ‘차세대 모빌리티 개발 및 해외시장 진출 활성화를 위한 상생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조성된 재원 200억 원을 바탕으로, 현대차그룹 수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2·3차 협력사에 총 3000억 원 규모의 공동 프로젝트 보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80억 포함 200억 출연…보증 레버리지 15배
재원 구조를 살펴보면, 현대차그룹이 80억 원을 특별출연하고 KB국민·NH농협·우리·하나·IBK기업은행이 각 20억 원씩, 신한은행 10억 원, iM뱅크 6억 원, BNK경남은행 4억 원을 각각 출연해 총 200억 원을 조성한다. 신보는 이 재원을 발판으로 3000억 원 규모의 보증을 공급하는 구조로, 출연금 대비 약 15배의 보증 레버리지 효과를 낸다.
보증 조건도 파격적이다. 대상 기업에는 보증비율 100%와 연 0.8% 고정 보증료율이 적용된다. 여기에 협약 은행들의 보증료 지원이 더해져, 1차년도에는 보증료가 전액 면제되고 2~3차년도에는 0.3%포인트가 추가로 감면된다. 결과적으로 대상 부품사는 첫해 실질 보증료 0%, 이후 2년간은 0.5% 수준의 비용으로 대출 보증을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번 협약 구조는 지난달 말 등장한 유사 모델과 맥을 같이한다. 기술보증기금은 지난 7월 30일 현대차·기아, IBK기업은행과 협약을 맺고, 현대차 협력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1000억 원 규모의 협약보증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당시에도 보증비율 100%, 3년간 연 0.5% 고정 보증료율, 처음 2년간 보증료 실질 0%라는 조건이 적용됐다.

공급망 안정과 투자 촉진…규모의 한계는 과제
완성차 업계 관계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현대차그룹에도 실익이 있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전기차·소프트웨어 중심의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2·3차 협력사의 부도나 투자 지연은 곧 공급망 리스크로 직결되는 만큼, 협력사의 자금 조달 안정이 완성차 입장에서도 장기적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논리다.
다만 규모의 한계는 짚어봐야 할 지점이다. 신보는 2025년 한 해 동안 신성장동력 분야에 19조 7439억 원, 수출기업에 17조 2519억 원 규모의 보증을 공급한 바 있다. 이와 비교하면 이번 3000억 원 프로그램은 현대차 전체 공급망(수천 개 협력사)을 아우르기엔 제한적인 규모다. 금융권에서는 향후 2·3차 협력사 중 실제 지원 대상을 어떤 기준으로 선별할지, 선정 기준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가 제도 안착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신보 관계자는 “이번 협약이 미래 모빌리티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자동차 부품사들의 원활한 자금조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