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완성차도 계약… 국산 기술로 판도 바꿀 ‘꿈의 배터리’ 정체


SM그룹 제조 계열사 SM벡셀이 미국 소재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손잡고 차세대 양극 소재인 리튬망간리치(LMR)를 적용한 원통형 이차전지 개발에 본격 뛰어들었다. 협업 상대의 이름은 계약상 비공개이지만, 이 소식만으로 SM벡셀 주가는 하루 만에 약 18% 급등했다.
LMR은 망간 비중을 높이고 코발트를 사실상 배제한 차세대 양극 소재로, 배터리 업계가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꿈의 소재’다. 에너지밀도와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판도를 바꿀 기술로 주목받는다.
코발트 없애고 망간 65%…LMR이 주목받는 이유
LMR 양극 소재의 대표 조성은 망간 65%, 니켈 35%, 코발트 0% 수준이다. 고니켈 삼원계(NCM)에서 필수적으로 쓰이던 코발트를 사실상 제거한 구조다. LG에너지솔루션·서울대 공동 연구에서 측정된 LMR 셀의 코발트 함량은 질량 기준 0.27%에 불과했다.
코발트는 채굴 과정의 인권 논란과 가격 변동성이 큰 원자재다. LMR은 지구상에 풍부하고 저렴한 망간을 주원료로 삼아 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공동 개발 중인 LMR 셀은 자사 최고 성능 LFP 셀 대비 약 33% 높은 에너지밀도를 제공하면서도 원가는 유사한 수준을 목표로 한다.
883회 충·방전에도 92.2% 유지…’상용화 벽’ 넘었나

LMR의 최대 난제는 충·방전 과정에서 양극 내 산소가 방출되며 구조가 붕괴되고, 전압 강하와 용량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대형 셀에서 이 현상은 더 심해져 상용화의 걸림돌로 오랫동안 지적돼 왔다.
LG에너지솔루션·서울대 연구팀은 전압 구동 범위를 재설계하고 저온 활성화(포메이션) 공정을 적용해 가스 발생을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40Ah급 LMR 대형 셀이 883회 충·방전 후에도 초기 에너지의 92.2%를 유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업계에서는 이를 “EV급 사이클 수명 달성”으로 평가한다.
다만 뮌스터대 연구진은 LMR이 현행 NCM 대비 장기 구조 안정성이 여전히 낮고, 대량 상용화를 위해서는 전해액·전극 설계·공정 최적화를 포함한 복합 솔루션이 필수라고 경고한다. LG·GM조차 양산 목표를 2027~2028년으로 잡고 있다는 점에서, 단기 내 기존 소재를 대체하기보다 특정 차종부터 제한적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SM벡셀의 전략…’평가 플랫폼 기업’으로 포지셔닝
이번 프로젝트에서 SM벡셀은 자체 준양산 원통형 전지 생산라인을 활용해 전극 설계부터 셀 조립, LMR 특성에 맞춘 포메이션, 초기 성능 및 신뢰성 평가까지 전 과정을 실제 셀 단위로 수행한다. 미국 완성차 파트너는 원통형 셀 구조 설계와 화성 공정 조건 최적화, 소재 변경에 따른 성능 변화 분석을 담당한다.
주목할 점은 적용 범위다. 이번에 구축된 평가 플랫폼은 LMR에만 그치지 않는다. 고니켈계 양극재, LFP, LMFP, 실리콘계 음극재, 신규 전해액 등 다양한 차세대 소재의 실제 셀 적용성 검증에도 활용할 수 있다. SM벡셀은 앞서 2026년 8월 국책과제를 통해 전고체 배터리 제작·평가 기술도 확보한 바 있어, 전고체·LMR·LFP·LMFP까지 아우르는 ‘차세대 소재 검증 플랫폼 기업’으로 자신을 포지셔닝하려는 전략이 뚜렷하다.
기존 LMR 상용화 논의가 프리즘형·파우치형 대형 셀 중심이었던 것과 달리, SM벡셀은 원통형 포맷에 집중해 차별화된 위치를 노린다. 최세환 SM벡셀 배터리사업부문 대표는 “글로벌 완성차·배터리·소재 기업과의 기술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LMR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자리 잡는다면, 이 소재를 실제 셀로 구현하고 검증하는 능력이 곧 경쟁력이 된다. SM벡셀이 대형 셀 양산 기업과 차별화된 ‘원통형 검증 플랫폼’으로 입지를 굳힐 수 있을지, 주가 급등을 넘어선 실질적인 성과가 언제 가시화될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