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현대차 ‘당황’… 폭스바겐, 주행거리 2배 늘린 대반전 전략은?


폭스바겐이 전기차 시장의 ‘배터리 용량 경쟁’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9월 14일, 폭스바겐은 순수 전기 콘셉트카 ‘미션 이피션시(Mission Efficiency)’를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공개하며 공기저항계수(Cd) 0.158이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치를 발표했다.
이는 기존 양산 전기차 공기역학 1위로 꼽히던 루시드 에어(0.197Cd)는 물론, 메르세데스-벤츠 EQS(0.20Cd), 현대차 아이오닉 6(0.21Cd), 테슬라 모델 S(0.208Cd)를 단번에 압도하는 수치다.
풍동이 만들어낸 걸작, 0.158Cd의 비밀
미션 이피션시의 Cd 0.158이라는 수치는 물방울형(티어드롭)과 캄백(Kammback) 루프라인, 완전 평탄화된 언더바디(차체 하부 커버), 후륜을 감싸는 리어 휠 스커트, 특허 출원된 에어로 휠 디플렉터, 5가지 조합으로 제어되는 3개의 능동식 냉각 플랩 등 복합적인 공력 설계가 총동원된 결과다.
특히 대중형 전기차 ID.Polo 대비 후륜 폭을 170mm 줄여 후면 단면적을 획기적으로 낮춘 것이 핵심 설계 포인트로 꼽힌다. 전면 투영 면적(Frontal Area)은 2.08㎡로, Cd 값과 결합한 ‘Cd×A’ 수치가 극도로 낮아지면서 고속 주행 시 공기 저항이 경쟁 모델 대비 눈에 띄게 줄어든다.
차체는 전장 4,775mm, 전고 1,392mm의 쿠페형 2+2 구조로, 성인 4명이 탑승 가능하다. 트렁크 용량도 약 481L를 확보해 극단적 에어로 디자인과 일상 활용성을 동시에 잡으려 했다.

54.9kWh로 1,278km… ‘배터리 다운사이징’의 새 기준
미션 이피션시의 파워트레인은 놀랍도록 현실적이다. 차세대 MEB+ 플랫폼 기반의 전륜구동 레이아웃에 APP290 영구자석 동기 모터(출력 99kW·약 133마력), 넷 용량 54.9kWh NMC 배터리팩을 탑재했다. 이는 폭스바겐의 대중형 소형 전기차 ID.Polo와 동일한 구동계 구성이다.
최고속도는 160km/h, 0→100km/h 가속은 9.0초로 고성능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폭스바겐이 내세우는 것은 성능이 아닌 효율이다. 제어된 테스트 기준 소비전력은 6.48kWh/100km에 불과하다. 고속도로 실주행 시 17~18kWh/100km 수준인 현대 아이오닉 6와 비교하면 에너지 소비가 절반 이하다.
폭스바겐은 실증을 위해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오스트리아 빈까지 총 1,278km를 실제 도로에서 주행했다. 충전 손실을 포함한 실측 소비전력은 7.51kWh/100km로, 유럽의 공신력 있는 기록 인증 기관으로부터 ‘양산 근접형 4인승 EV’ 기준 세계 기록으로 공인받았다. 54.9kWh라는 소형 배터리로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XL1의 후계자인가, 기술 쇼케이스인가

자동차 업계는 미션 이피션시를 2010년대 초 폭스바겐의 초고효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XL1의 ‘전기차 시대 재탄생’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XL1이 극소량 생산·고가 구성으로 ‘실험적 쇼카’에 머물렀다면, 미션 이피션시는 ID.Polo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에 안전 및 편의 사양도 양산차 수준으로 맞춘 ‘양산 근접형(near-production)’ 모델이라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폭스바겐 브랜드 CEO 토마스 셰퍼는 “희귀한 슈퍼카 기술이 아닌, 대중을 위한 기술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이 프로젝트의 의도를 설명했다. 다만 폭스바겐은 미션 이피션시에 대해 EU 도로 주행 승인(road-legal)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판매하지 않는 콘셉트카”임을 공식적으로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