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차 미국 공장 허용’ 발언… 관세 장벽 우회 가능성에 자동차 업계 술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자동차 업체의 미국 내 공장 설립을 ‘조건부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고율 관세로 사실상 봉쇄돼 있던 중국차의 미국 시장 진입 전략이 ‘현지 생산’ 방식으로 재편될 가능성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조건부 허용’ 발언… 미·중 정상회담 앞둔 협상 카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11일 폭스뉴스 ‘The Ingraham Angle’ 인터뷰에서 “중국이 와서 여기서 그들의 차를 만드는 공장을 세우고 싶다면, 나는 괜찮다(If China wanted to come in and open a plant to build their cars here, I’d be okay with that)”고 발언했다. 단, 조건으로 “일본처럼 우리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The big thing is they hire our people)”며 미국 내 생산과 미국인 고용을 전제로 내걸었다.
이 발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와 미·중 정상회담이 오는 24일로 예정된 가운데 나온 것으로, 정상회담을 앞두고 관세·안보·산업 정책을 지렛대로 협상력을 높이려는 ‘협상용 시그널’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트럼프는 같은 인터뷰에서 중국산 차량의 ‘수입’에 대해서는 기존의 강경 입장을 유지하겠다고 밝혀, 수입은 차단하되 현지 생산은 허용한다는 이중 구조를 제시했다.
현재 중국산 차량 관세 ‘전기차에 최고 127.5%’
현재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무역법 301조(Section 301)에 따른 100% 추가 관세를 2024년 9월 27일부터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기본 관세 2.5%와 기타 부과금을 더하면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가 미국으로 수출될 경우 실효 관세율은 약 127.5%에 달한다. 차량 가격의 두 배에 가까운 관세 부담이 발생해 사실상 수입이 금지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구조다.
관세는 원산지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 조립·생산된 차량은 중국산 완성차로 분류되지 않아 Section 301의 100% 관세 적용을 피할 수 있다. 트럼프가 제시한 ‘미국 내 공장 설립을 통한 생산’은 바로 이 고율 관세 장벽을 합법적으로 우회하는 방법이다. 중국 자본이 공장을 소유하되 생산 거점을 미국으로 옮기는 구조가 현실화될 경우, 자동차 업계 전반의 경쟁 지형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럽은 이미 현실… 中 브랜드 점유율 11.2%로 한국 추월

미국이 직면한 상황은 유럽에서 이미 현실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5.3%의 상계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헝가리·스페인 등 유럽 내 생산거점을 구축해 관세 장벽을 우회하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그 결과, 올해 7월 기준 유럽 승용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11.2%로 한국 브랜드의 7.6%를 추월했다.
현대·기아, 직접 타격 받나… 보급형 SUV·전기차 세그먼트 ‘정면 충돌’
중국 업체의 미국 현지 생산이 현실화될 경우,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 중 하나가 한국 완성차 업체다. 현대차 코나·투싼, 기아 셀토스·스포티지 등 주요 SUV와 기아 EV3 같은 보급형 전기차는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강점을 가진 세그먼트와 차급이 겹친다. 지금까지는 중국차가 미국에 진입하지 못해 한국 브랜드가 ‘중간 가격대의 품질 좋은 대안’으로 반사이익을 누렸지만, 중국 업체가 관세 없이 미국 내에서 판매할 경우 가격·스펙 경쟁이 정면으로 맞붙을 수 있다.
다만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은 배터리 원산지와 부품 공급망에 엄격한 조건을 부과하고 있어, 중국 업체가 현지·동맹국 공급망을 활용하지 않는 한 보조금 혜택을 받기 어려운 구조다. ‘보조금 없는 중국차 vs 보조금 받는 미국·한국차’라는 구도가 유지된다면 한국 업체에게 일정한 방어막이 될 수 있다.
현지 생산 현실화, 아직은 갈 길 멀다
중국 업체의 미국 내 생산이 곧바로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도 많다. 미국 내 생산시설을 신설하려면 부지 확보, 공장 건설, 생산설비 구축에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기존 공장을 인수해 전환하는 방식 역시 관련 규제와 대규모 투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미국 자동차 노동조합(UAW)과 디트로이트 빅3 역시 “중국 자본이 미국 공장을 세우면 장기적으로 기술과 브랜드만 중국으로 귀속되고 미국은 단순 조립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결국 중국 업체의 미국 현지 생산 여부는 이달 24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 결과와 Connected Vehicle Security Act의 최종 입법 향방, 그리고 미국 행정부와 의회 사이의 정책 조율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트럼프의 ‘허용’ 시그널과 의회의 ‘봉쇄’ 움직임이 맞부딪히는 가운데,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