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엄청 막히겠네” 50년 넘긴 잠수교, 차량 영원히 금지
10월 26일 0시부터 차량 통행 중단…보행 전용 다리 전환 착수
405·740번 버스는 반포대교로, 세빛섬 정류소 이용도 달라져
첫날 큰 혼잡 없었다고 끝낼 일은 아니다…익숙한 동선 바뀐 시민들
이번 통제는 비가 그친 뒤 풀리는 통제가 아니다

잠수교가 막혔다고 하면 비부터 떠올렸을 운전자가 많다. 이번에는 수위가 내려가기를 기다려도 차를 몰고 건널 수 없다. 10월 26일 0시부터 자동차 통행이 중단됐다. 보행 전용 다리로 바꾸기 위한 통제다.
1976년 문을 연 뒤 50년 동안 자동차가 오가던 길의 쓰임이 바뀌었다. 서울의 새 명소라는 설명과 매일 다니던 길이 사라졌다는 반응은 같은 다리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이다. 사업의 성패는 조감도보다 이 두 시선을 얼마나 잘 연결하느냐에 달렸다.
26일 SBS와 YTN의 현장 보도에 따르면 잠수교는 이날부터 차량 진입을 막고 보행 공간으로 전환하는 공사에 들어갔다. 완공 목표는 2027년 8월이다. 전망 공간 등을 조성해 차가 지나가던 자리를 사람이 머무는 곳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운전자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정보는 새로운 시설의 이름보다 바뀐 길이다. 잠수교를 지나던 405번과 740번 버스는 반포대교를 이용한다. 남단의 ‘반포한강공원·세빛섬’ 정류소도 양방향으로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예전 습관대로 내리거나 기다려서는 일정이 어긋날 수 있다.
공사 기간의 보행과 자전거 통행도 차량 통제와 구분해야 한다. 보도된 계획상 대부분의 기간에는 보행자와 자전거가 오갈 수 있지만, 마무리 공사 때는 별도의 통제가 예정돼 있다. 자동차가 못 간다는 소식을 다리 전체가 당장 완전히 폐쇄됐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방문 전에는 그날의 안내를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처음 며칠은 익숙한 길을 따라 움직이다가 진입부에서 방향을 바꾸는 사람이 생기기 쉽다. 안내는 현장 표지판 하나로 끝나서는 안 된다. 내비게이션과 버스 안내, 한강공원 접근 정보가 함께 맞아야 혼선을 줄일 수 있다.
다리 위가 넓어지는 만큼, 누군가는 돌아간다

보행 공간 확대에는 분명 얻는 것이 있다. 차의 흐름에 맞춰 서둘러 건너던 곳에서 잠시 멈춰 강을 보고, 아이와 함께 걷고, 물 가까운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목적지까지 가기 위한 통로가 목적지 자체로 바뀌는 셈이다.
반대편에는 우회하는 사람이 있다. 늘 이용하던 정류소가 사라진 승객, 익숙한 진출입로가 바뀐 운전자에게는 몇 분의 변화도 매일 반복된다. 도시 전체에서 보면 작은 수치여도 당사자의 출근 시간에는 작지 않다.
SBS가 전한 첫날 현장은 큰 교통 혼란 없이 지나갔다. 보행 공간을 반기는 시민도 있었고, 길이 바뀌어 이동 시간이 늘었다고 말한 이용자도 있었다. 두 반응은 동시에 성립한다. 자동차 흐름에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와 특정 승객이 불편하다는 경험은 서로를 부정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도시의 평균 수치가 놓치는 사람이 생긴다. 다리 전체의 차량 속도가 유지돼도 늘 이용하던 정류소까지의 길이 달라진 승객은 이전과 같은 하루를 보내지 않는다. 특히 버스에서 내려 걷는 거리가 중요한 사람에게는 차가 몇 대 지나갔는지보다 정류소 하나의 변화가 더 크다.
걷기 좋은 다리를 만드는 사업인 만큼 접근하는 길도 평가에 포함돼야 한다. 다리 위에 도착한 사람만 편하면 된다는 기준으로는 보행 전용 공간의 취지가 좁아진다. 새로운 풍경을 구경하러 온 사람과 그 주변을 매일 오가는 사람을 함께 놓고 볼 필요가 있다.
관광 명소의 점수와 생활 도로의 점수

잠수교는 이제 두 종류의 평가를 받게 된다. 하나는 머물 만한 장소가 됐는지, 다른 하나는 기존 통행을 다른 길로 옮기는 과정이 납득할 만했는지다. 전망 공간이 인기를 얻는다고 버스 동선의 불편이 자동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시설 완공 때 찍히는 사진은 첫 번째 평가를 보여 주기 좋다. 두 번째 평가는 눈에 덜 띈다. 우회 구간의 시간대별 흐름과 정류소 이용, 한강공원에 들어가는 보행 동선을 꾸준히 살펴야 드러난다. 사람들이 새 길에 익숙해진 뒤에도 남는 불편이 있다면 단순한 적응 문제와는 구별해야 한다.
도로를 사람에게 돌려준다는 표현은 매력적이다. 다만 자동차와 버스 안에도 사람이 타고 있었다. 누군가의 여가 공간이 넓어지는 동안 다른 누군가의 이동은 길어질 수 있다. 새 보행 공간을 얻는 과정에서 늘어나는 우회 부담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이번 사업의 또 다른 과제다.
비가 그치면 다시 열리던 잠수교의 자동차 길은 이제 다른 용도로 바뀐다. 처음 며칠의 낯섦은 지나갈 것이다. 그 뒤에도 시민에게 남는 것이 좋은 풍경뿐인지, 매일의 불편까지인지가 중요하다. 잠수교의 진짜 성적표는 완공식 사진보다 그 이후의 출퇴근길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