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가 장애인 주차구역?” 국회에 나온 법안, 주차칸은 충분할까
임신 중이거나 출산 후 6개월 미만 여성까지 이용 대상 확대 추진
전용 표지와 실제 탑승 요건 담아…현재 시행된 제도는 아니다
배려 대상 확대와 함께 살펴야 할 주차면 수·승하차 공간
마트 주차장에서 빈자리를 찾는 일과 차에서 내릴 수 있는 자리를 찾는 일은 다르다. 문을 조금만 열어 몸을 비틀면 나갈 수 있는 사람에게는 주차 가능한 공간이다. 휠체어를 옮겨야 하거나 임신으로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주차 편의를 이야기할 때 빈자리의 개수만 세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임산부도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이 이 문제를 다시 꺼냈다.

주차구역 이름부터 바꾸자는 법안
10월 28일 뉴시스는 김정재 의원이 임산부도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이용이 허용됐다는 뜻은 아니다.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 개정안이다.
보도에 따르면 명칭을 ‘장애인 등 전용주차구역’으로 바꾸고, 임신 중이거나 출산 후 6개월 미만인 여성이 탄 차량에도 이용 길을 여는 내용이다. 전용 주차표지를 발급받아야 하며, 표지가 있어도 임산부가 실제 타고 있지 않으면 주차할 수 없도록 했다.
법안이 다루는 불편은 구체적이다. 차를 세우는 데 성공해도 옆 차량과 간격이 좁으면 내리기 어렵다. 출입구 가까이에 주차할 수 있는지와 몸을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고 승하차할 수 있는지는 함께 살펴야 한다.
이용 대상을 넓히자는 제안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제 논의해야 할 것은 그 취지를 실제 주차장에서 어떻게 구현할지다.

이용 자격을 늘리면 공간도 따라가야 한다
기존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은 보행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의 이동을 돕기 위한 공간이다. 이용 대상을 넓히는 과정에서도 기존 이용자가 필요한 자리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주차면 수를 그대로 둔 채 이용 자격만 확대하면, 수요가 몰리는 시설과 시간대에는 자리 경쟁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이용 여유가 있는 시설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전국의 주차장을 하나의 상황으로 가정하고 찬반을 나누는 방식은 충분하지 않다.
병원과 대형마트, 공동주택은 방문 목적과 머무는 시간이 다르다. 병원에서는 진료 시간에 수요가 집중될 수 있고, 공동주택에서는 장시간 주차를 전제로 공간을 운영한다. 대상 확대를 논의하면서 시설별 이용 실태와 확보해야 할 주차면도 함께 살펴야 한다.
이 문제를 장애인과 임산부 가운데 누가 더 배려받아야 하느냐는 경쟁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필요한 공간을 충분히 준비하지 않은 채 이용자끼리 양보하도록 두는 것이 오히려 갈등을 키울 수 있다.

차에서 내린 뒤까지 이어져야 하는 배려
넓은 주차칸을 확보했다고 이동 불편이 모두 해소되지는 않는다. 출입구까지 가는 통로가 막혀 있거나 차도와 보행 동선이 뒤섞이면 주차 이후에도 어려움이 이어진다. 차 문을 여는 순간부터 건물에 들어갈 때까지 연결해서 봐야 한다.
관리 기준도 중요하다. 표지 발급 절차와 이용 요건, 현장의 확인 방식이 명확해야 한다. 임신 초기처럼 겉모습만으로 상태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는 만큼, 이용자가 주차장에서 자신의 신체 상태를 설명하는 상황에 의존해서는 곤란하다.
시설에는 정확한 안내가 필요하고, 이용자에게는 자신이 지켜야 할 조건이 분명히 전달돼야 한다. 표지를 발급받았다는 사실과 해당 이용자가 실제 탑승했다는 요건을 구분하는 것도 그 과정에 포함된다.
이번 법안은 그동안 주차장에서 겪던 불편을 제도 안으로 가져오려는 시도다. 취지가 현장에 도착하려면 이용 자격뿐 아니라 공간과 관리 방식까지 준비돼야 한다. 허용되는 사람이 늘었다는 발표 뒤에도, 정작 필요한 사람이 차에서 내리지 못한다면 개선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