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가격도 높다”…경매시장 ‘찬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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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라고 불리는 경매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에 경매 물건은 쌓이고 있지만 낙찰가는 떨어지고, 낙찰받는 물건도 줄어들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도심공항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발표한 ‘2023년 11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829건으로 지난달 2629건 대비 7.6% 늘었다. 전년 동월(1904건)에 비하면 48.6%가 증가한 수치다.

아파트 수요가 높은 서울에서도 경매 매물이 쌓이고 있다. 11월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81건으로 지난 4월 이후 7개월 연속 늘었다. 지난달(238건)과 비교해도 43건 늘어나며 연중 최고치 기록을 다시 썼다.

일반적으로 경매로 나오는 매물은 매매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온다. 그럼에도 수요자들이 고금리 속 이자부담 탓에 관망세를 보이면서 매물이 쌓이고 있다. 이에 낙찰률은 37.8%로 전달 대비 2%포인트 하락했지만, 전국 평균 낙찰가율은 7개월 만에 하락한 80.8%에 머물렀다.

경매시장 찬바람은 브랜드 아파트도 피하지 못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는 두 차례 유찰 끝에 감정평가액 42억원보다 약 19% 저렴한 34억356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 9월 거래된 36억원보다 싼 가격에 나온 후에야 낙찰된 것이다.

삼성물산이 시공한 서울 성북구 장위동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 전용 101㎡도 두 차례 유찰 후 감정평가액 15억8000만원보다 약 29% 싼 11억2199만원에 주인이 나타났다. 지난 10월 같은 단지 전용 84㎡가 10억35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에 낙찰가가 형성됐다.

일반적으로 경매 시장은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라고 불린다. 시장이 활기를 띠면 더 싼 값에 매물을 구매할 수 있는 경매 시장에 수요자들이 몰리지만 시장이 가라앉으면 수요자들이 더 낮은 가격을 기다리면서 관망세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선행지표인 경매시장이 얼어붙은 사이 아파트 매매시장도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14일 발표한 12월 2주 아파트 가격 동향 결과 매매가격은 0.04% 하락해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도 하락폭이 커지며 0.03%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경매시장에서도 한파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이전까지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수요를 이끌었지만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대출이 지난 9월 중단된 데 이어 우대형도 내년 1월을 마지막으로 중단돼 수요가 얼어붙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등으로 인해 낙찰가율 등 투자 심리가 살아날 요인이 없다”며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이자를 버티지 못해 경매에 나오는 물건이 늘어날 수 있고 전세사기 관련 매물이 대기 중인 만큼 매물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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