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채상병 특검’ 거부권 행사할까…취임 2주년 기자회견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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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52회 어버이날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52회 어버이날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여야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9일이 유력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는 이유를 소상히 설명하고, 여론의 동향을 살핀 뒤 14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전날 오후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윤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과 관련 “취임일(10일)을 넘기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9일이 저희가 볼 때는 적일(적절한 날)”이라며 “국민들이 궁금해하시는 것들에 대해 대통령의 생각을 많이 말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수용할 수 없는 이유를 국민들에게 상세히 설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여야 합의도 안 한 이 법안을 받는 것은 대통령의 직무유기이자,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후문이다.
 
홍 수석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건이고 여야가 합의가 안 됐다는 문제가 있다”며 “법을 집행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는 자칫 나쁜 선례가 될 수 있고 국회에서 앞으로 유사한 일이 벌어질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문제가 생기는 지점이 고민”이라고 부연했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 본회의에서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돼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한다. 그러나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경우 대통령은 같은 기간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돌려보낼 수 있다. 특검법이 2일 본회의를 통과한 만큼 정부 일정을 감안하면 14일 국무회의를 통한 거부권 행사가 유력하다.
 
다만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기에는 고려해야할 사안이 많다. 우선 특검법에 대한 국민적 지지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시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특검법에 찬성 응답이 67%였고, 반대 응답이 19%였다. 보수층에서도 찬성 응답이 49%로, 반대 응답(35%)보다 높았다.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러한 여론을 반전시키지 못하고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그나마 남아있는 보수 지지층 분열만 초래할 수 있다. 4월 총선 국민의힘 참패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윤 대통령의 ‘불통과 오만’ 이미지만 심화시킬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거부권을 행사하고 27일 혹은 28일 열릴 본회의에서 재의결될 가능성이 있는 것도 부담요소다. 재의결에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구속 수감된 윤관석 무소속 의원을 제외한 재적 의원은 295명으로, 이들이 모두 본회의에 참석할 경우 197명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이중 범야권은 민주당 155석 등 약 180석을 차지해 범여권(국민의힘 113석·자유통일당 1석·무소속 1석)에서 17석만 이탈표가 나오면 거부권이 무력화된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그 허들은 더욱 낮아진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 중 22대 국회에 입성하는 당선자는 55명뿐으로, 낙선이나 낙천, 불출마한 현역은 50여명에 달해 얼마나 많은 의원들이 참석할지 미지수다. 또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 표결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얼마든지 ‘소신 투표’가 가능한 구조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웅 의원이 공개적으로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졌고, 안철수 의원은 표결에는 불참했지만 특검법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 대표 출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우리는 머릿속에서 독립운동을 한 사람을 독립유공자로 기리지 않는다”며 여당 의원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채상병 특검법이 여당 의원들의 소신 투표로 재의결될 경우 윤 대통령의 국정 동력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차라리 법안을 수용하고 국정쇄신 행보에 속도를 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특검법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즉각 재추진할 예정이다. 박찬대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총선 민심에 대한 정면 반박”이라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을 22대 국회가 개원하는 즉시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양곡관리법·간호법·노란봉투법·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김건희 여사 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이태원참사특별법 등 9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이중 이태원참사특별법만 여야 합의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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