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HVAC ‘대격돌’…누가 M&A로 판세 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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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탈탄소 규제 강화로 각광
삼성전자, 존슨콘트롤즈 HVAC 사업부 인수 물망
LG전자, HVAC 사업 매출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성장

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가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되는 북미 최대 공조 전시회 ‘AHR 엑스포’에 참가해 혁신적인 공조 솔루션을 선보인다. 삼성전자 모델이 DVM 라인업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미래 사업’으로 불리는 냉난방공조(HVAC) 시장을 두고 가전 라이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인수‧합병(M&A)이나 지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사업을 확장하는 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조만간 두 회사가 HVAC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M&A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 배경으로 유럽의 ‘탈 탄소’ 규제 강화가 꼽힌다. 친환경 정책에 따라 화석연료가 아닌 전기를 이용한 히트펌프가 각광받고 있는데, 국내 두 전자 회사가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해외 HVAC 전문 기업을 인수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 것도 이 같은 배경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3월 미국계 다국적 기업 존슨콘트롤즈가 HVAC 사업부를 최근 매물로 내놓았는데 그 인수 후보군 중 하나가 삼성전자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미 2014년 미국 공조회사 콰이어트사이드를 인수하는 등 공조 사업 확대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은 크지 않다. 존슨콘트롤즈를 인수한다면 빌딩 등에 들어가는 업무용 냉난방 기기를 공급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자료제공=LG전자LG전자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12~15일(현지시간) 열리는 ‘모스트라 콘베뇨 엑스포(MCE; Mostra Convegno Expocomfort) 2024’에서 다양한 공간에 맞춤형으로 적용하는 고효율 공조 솔루션을 선보인다.

LG전자는 HVAC 분야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최근 3년간 연간 15%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지난해에는 2022년 대비 30% 가까운 매출을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해 ‘2030 미래비전 발표회’에서 가정‧상업용 HVAC 사업 매출을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조 사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조인트벤처(JV)나 M&A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빠르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최근 지분 투자 정도로 이야기되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두 회사 모두 아직은 구체적인 HVAC 사업 확장 계획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글로벌 HVAC 시장 규모는 점차 커지고, 향후 유럽의 친환경 정책이 국내까지 이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최대 전자회사인 두 회사가 HVAC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장조사기업 IBIS 월드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냉난방공조 시장규모는 584억 달러로 추정되며, 2028년 610억 달러 규모로 매년 0.8%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냉난방공조 전공인 한 대학교수는 “‘오존층 파괴 지수(ODP)’나 ‘지구 온난화 지수(GWP)’ 등 유럽에는 여러 규제가 있고, 이에 여러 기업은 규제를 피해가며 친환경적인 냉매를 적용한 에어컨들을 계속 만들고 있다”며 “이러한 규제는 지금 유럽과 미국에만 있지만 곧 우리나라도 따라가게 돼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냉난방공조는 유럽 시장에서도 아직 확장성이 큰 분야로 우리나라 기업이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꽤 많은 곳”이라며 “러시아 전쟁 등의 이유로 가스비가 폭등하는 가운데 전기를 활용하는, HVAC의 핵심 히트펌프 분야가 더 개방되고 있어 어떤 기업에든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두 회사는 해외 현지 기업들에 대한 투자와 M&A를 통해 그들의 영업망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나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현지 기업들이 구축해 놓은 영업망 등을 보고 M&A를 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LG전자가 캐나다의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와 합작법인을 만든 것 역시 LG전자의 모터 기술력과 마그나의 영업망으로 시너지 효과를 보자는 의도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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