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광물안보 위해 리튬 확보 나서야 한다

10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한국에 있어 리튬 확보는 절실하다. 현존하는 금속 중 가장 가벼운 리튬은 휴대폰과 노트북 등의 전지에도 쓰인다. 한국의 미래 첨단산업은 반도체과 배터리이다. 특히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은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을 확보하지 못하면 주도권을 놓치고 만다. 따라서 탄산리튬 매장량 세계 전체 약 65%를 갖고 있는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3개국에서 리튬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 국가 중 볼리비아가 제일 많은 량을 갖고 있어 세계 여러 나라의 관심이 집중 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다.

볼리비아는 세계 제일의 탄산리튬 부존국이지만 리튬 생산국과는 다른 문제가 있다. 볼리비아 우유니 염수는 마그네슘 성분이 리튬 함량 대비 약 18~24배 수준으로 인근의 칠레, 아르헨티나에 비해 고농도로 존재한다. 또 우유니 지역은 연간 증발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자연 증발의 적용도 쉽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볼리비아는 다른 국가들의 리튬 정제 과정을 같은 방식으로 적용할 수 없는 난제가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국가에 기술개발 협력이 필요하다. 2009년~2012년 우리나라가 볼리비아 리튬에 관심을 갖게된 이유는 이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염수에 존재하는 리튬의 특성, 현존하는 자연건조 기술 그리고 농축된 염수로부터 불순물을 제거해 고순도 염화리튬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 등으로 계획을 준비했다. 볼리비아의 염수가 한국의 기술과 합쳐진다면 이 보다 더 강력한 결합은 없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토착민, 유럽인, 아시아인, 아프리카인들이 모두 포함하는 다민족 국가로 유명한 볼리비아는 세계에서 28번째로 넓은 나라다. 콜롬버스 이전 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나라였던 잉카제국의 일부였던 이곳은 아마존 지역과 안데스 분지를 아우르고 있다. 그 중 알티플라노 고원지대의 티티카카호와 세계에서 가장 넓은 우유니 소금사막이 가장 유명하다.

한국은 2010년 8월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 이하 광물공사)와 볼리비아 과학기술위원회 간 리튬 개발 및 산업화 연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시 볼리비아에서는 자체적으로 탄산리튬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 다른 국가의 리튬 공정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볼리비아 염수만의 특수성이 존재했다. 칠레, 아르헨티나의 경우 염수를 빛에 자연 건조시키면 리트당 60g의 리튬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볼리비아 염수는 다량의 복합 염으로 인해 타 국가처럼 리튬을 농축하는 데 무리가 있다. 볼리비아 우유니는 지각 변동으로 안데스 산맥이 융기하면서 바닷물이 갇혀 호수가 됐고 그 호수는 오랜 시간 햇빛을 받아 증발되면서 소금만 남아 오늘의 소금 사막이 됐다. 당시 볼리비아 리튬을 둘러싼 한국·일본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었고 일본은 대표단 40여명을 볼리비아 수도 라파즈에 보내 현지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볼리비아의 리튬 확보를 위해서 전 세계 8개국이 경합중이였지만 당시는 한국과 일본의 2파전으로 압축되고 있었고 여기서 최종적으로 한국이 승리했다.

2011년 7월 29일 볼리비아 광업부 회의실에서 한국과 볼리비아 간 리튬사업 공동 추진 MOU 체결이 있었다. 볼리비아 우유니 염수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체결한 MOU는 세계 최초였다. 볼리비아에서 백색황금 \’리튬\’을 얻기 위해, 한국의 노력은 이렇게 진행됐다. 그로부터 13년이 흘렸다. 최근 유럽 국가들이 중국 등 특정 국가나 지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고 광물 안보 확보를 위해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인센티브까지 도입하고 있다. 독일 리튬 공급업체인 발칸에너지는 처음으로 염화리튬 생산을 시작했다. 유럽연합(EU)회원국이 자체 리튬 채굴에 속도를 내는 건 핵심 광물의 일정 비율을 자체 조달하도록 의무화 했기 때문이다.

EU는 2035년부터 합성연료를 제외한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면서 배터리 공급망이 더 중요해 졌지만, 리튬 등 핵심 광물은 여전히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글로벌 리튬 배터리 수요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11월 기준 글로벌 리튬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중국 CATL 34%, LG엔솔 14%, BYD 12%, 파나소닉 10%, SK온 7%, 삼성SDI 5% 순으로, 2030년 리튬 배터리 수요는 3,360GWh에 달해 2023년 이후 연평균 22%의 고성장 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2022년 탄산리튬 및 수산화리튬 수입액은 각각 8억9000만 달러(약 1조1906억원), 20억 달러(약 2조7690억원)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256%, 426% 증가했다. 주요 수입 대상국은 칠레(6억6000만 달러), 중국(1억6000만 달러)으로 전체 탄산리튬 수입액의 92%를 차지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첨단산업의 핵심인 배터리산업을 육성.발전 시키기 위해서는 리튬 배터리의 주원료인 리튬 확보는 필수이다. 정부의 자원외교를 통해 리튬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1
0
+1
0
+1
0
+1
0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