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또 업비트 리스크…조달·운용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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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업비트 예수금에 의존해 유동성 리스크에 시달렸던 케이뱅크가 이번에는 고비용 조달이라는 운용 리스크에 직면했다.

지난해 말 기준 케이뱅크의 총수신은 19조6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20.70%(3조9486억원)이 업비트 이용자 예탁금으로 보관된 법인 보통예금이다. 총수신의 20%가 수시입출금식예금이라는 점은 케이뱅크가 유동성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업비트의 예탁금도 마찬가지다. 업비트가 케이뱅크와 제휴를 시작했던 2020년 예탁금은 5조8000억원이었지만, 지난 2022년에는 2조9050억원, 지난해에는 3조9486억원으로 부침이 크다.

케이뱅크의 유동성도 업비트의 예탁금과 유사하게 출렁거렸다. 케이뱅크 예수금 평균잔액은 17조818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케이뱅크의 총수신이 19조676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평균적으로 2조원 이상의 변동성을 보인다는 얘기다. 지난해 6월~9월 245.81%였던 평균 유동성커버리비율도 10월 184.45%, 11월 162.02%, 12월 139.39%로 오르락내렸다.

지난해 벌어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처럼, 인터넷전문은행의 채널 특성상 일순간에 예금이 빠져나가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업비트 이용자 예치금은 코인 가격의 등락에 따라 입출금이 빈번하다는 점에서, 디지털 뱅크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케이뱅크에 대한 검사 후 경영유의 사항을 통해 “가상자산사업자(VASP) 예금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 자금조달 구조가 편중되어 있고, 해당 예금은 일반 소매예금, 저축성 예금 대비 가상자산 시장 상황 등에 따라 급격한 자금 이탈 가능성 등 높은 변동성을 가지고 있어 수신 구조의 안정성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업비트 예탁금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유동성 리스크에 더해 조달비용 증가에 따른 운용리스크도 우려된다.

지난해 케이뱅크는 업비트 예치금에 대한 이자 명목으로 연 0.1%에 해당하는 39억4826억원을 지급했다.

총수신의 20.70%에 해당하는 자금을 연 0.1%라는 저금리로 조달한 것이다. 저원가성예금 조달 비중이 높다보니, 대출자산이 늘면서 케이뱅크의 순이자마진은 2022년부터 2%대로 뛰었다. 그러나 올해 7월부터는 저원가성예금이던 예치금이 고금리 조달로 바뀐다.

가상자산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계약을 맺은 은행권이 당국에 제시할 가상자산 예치금 이용료율 수준이 연 1.0% 수준에서 정해진다면 케이뱅크가 부담할 이자비용은 약 400억원 수준이다. 약 40억원 수준이던 이자비용이 10배 급증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업비트 예탁금을 줄일 수도 없는 처지다. 요구불예금이 비중이 36%에 불과해, 순안정자금조달비율도 148%로 인터넷은행 중 가장 낮다. 만일 업비트 예탁금이 빠져나가면 케이뱅크의 예대율은 91%까지 올라 대출을 줄여야 한다. 예대율 규제는 100%로, 초과하면 대출을 줄이거나 심한 경우 잠정 중단해야 한다. 케이뱅크로서는 금리변동으로 인해 자산부채종합관리(AML) 시스템의 손상을 입게 되는 상황이다.

금감원도 이 같은 조달 구조 문제 개선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케이뱅크에 보낸 경영유의 사항에서 “VASP 예금의 특성상 예금 인출이 예상 대비 급증할 경우 유동성리스크에 노출될 우려가 있음에도 이에 대비한 세부 검토과정 없이 대출 사용 규모를 설정하는 등 경영계획 수립 절차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케이뱅크 로고와 쓰러져 있는 체스 피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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