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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자가 더 수상하다” 트럼프가 겨냥한 의결권 자문사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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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트럼프 행정부가 ISS와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 같은 의결권 자문사(proxy advisory firm)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아울러 이들 회사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는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은 진영을 가리지 않고 환영 받아야 할 일이다. 기업지배구조를 오래 연구해 온 학자로서 보건대, 이런 움직임은 옳을 뿐 아니라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수십 년 동안, 아직 이런 비판이 ‘유행’이 되기 한참 전부터 이 글의 첫 번째 필자는 의결권 자문사들의 신뢰성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아 왔다. 이런 시각은 그의 전유물도 아니다.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JP모건체이스 CEO도 최근 주주 서한에서 “의결권 자문사들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면서 “많은 기업들은 이들의 정보가 균형 잡혀 있지도 않고, 전체 그림을 대표하지도 않으며, 정확하지도 않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날카롭게 경고했다.

일론 머스크도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본래 주주에게 속한 의결권을 가로채려 했다며 이들을 “기업 테러리스트”라고 맹비난했다. 당시 1조 달러 규모의 보상 패키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주주들이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를 압도적으로 거부하고 머스크 편에 섰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의결권 자문사가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문제가 많은지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우리가 직접 그들을 “테러리스트”나 “갈취꾼”이라고 부르지는 않겠지만, “일각에서는 사실상 공갈에 가까운 행태라고 말할 수도 있다”고까지는 말하겠다.

의결권 자문사가 문제라는 점을 필자가 수십 년 동안 지적해온 주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이해상충이 만연해 있다. 첫 번째 필자가 2003년 월스트리트저널에 쓴 글에서 “일부 지배구조 평가 기관은 자신들이 감시한다고 주장하는 기업들보다 더 수상해 보인다”고 비판했듯, 이들 평가기관은 자신들이 평가하는 기업을 상대로 컨설팅 서비스를 팔고 있다. 사실상 ‘돈을 내면 좋은 점수’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구조다.

당시 필자는 “이런 행태는 학교 일진의 보호비 장사나, 지배구조 전문가들이 늘 비판해온 회계법인·컨설팅 회사의 이해상충과 닮아 있다”고 썼다. ISS는 기관투자가들에게는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는지’ 조언을 팔면서, 동시에 그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려는 경영진에게도 자문을 판다.

둘째, 실제 데이터를 거의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체크리스트에 의존한다. 의결권 자문사들은 지배구조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한 직원들로 구성돼 있고, 이들이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이 담긴 기계적 체크리스트를 들고 기업을 평가한다.

그런데 그 기준 상당수는 사실이 아니라 ‘미신’에 가깝다. CEO·이사의 임기를 제한해야 한다거나, 의무적인 정년을 둬야 한다거나, 이사회 의장과 CEO를 반드시 분리해야 한다는 식의 항목이 대표적이다. 이런 기준을 뒷받침하는 실증 연구는 거의 없다. 오히려 지난 수십 년간 벌어진 대형 기업 스캔들, 엔론·월드컴·타이코 같은 사례 중 상당수가 이런 허술한 체크리스트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그만큼 이들이 ‘좋은 지배구조 vs 나쁜 지배구조’를 가려내는 데 아무 쓸모가 없다는 얘기다. 정작 문제를 일으킨 쪽은 의결권 자문사 자신인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HP와 콤팩의 재앙적 인수합병을 찬성하라고 권고했던 ISS의 영향력 있는 애널리스트가 나중에 자기 학력을 위조한 사실이 드러난 사례가 있다.

셋째,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틀리는 등 오류가 빈발한다. 필자는 의결권 자문사들의 보고서가 얼마나 허술하게 작성되는지, 그리고 그런 실수가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지적해 왔다.

예컨대 디즈니와 넬슨 펠츠의 격렬한 위임장 대결이 한창일 때, 한 주요 의결권 자문사가 CEO 밥 아이거의 주가 성과를 산정하면서 밥 채펙 시기 부진까지 아이거 탓으로 돌리는 중대한 오류를 범했다. ISS는 또 디즈니가 메이슨 모핏의 이사회 진입을 막고 있다며 비난했는데, 정작 메이슨 모핏은 공적으로도 사적으로도 “이사회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고 여러 차례 밝힌 인물이다.

물론 의결권 자문사가 처음부터 다 나빴던 것은 아니다. 옛날 의미의 ‘진짜’ 의결권 자문가들, ISS의 공동창업자 넬 미노(Nell Minow)와 밥 몽크스(Bob Monks), 그리고 리레이셔널 인베스터(Relational Investors)의 랄프 휘트워스(Ralph Whitworth) 같은 인물들은 1980년대에 의결권 자문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선구자들이다.

이들은 기관투자가협의회(Council of Institutional Investors) 등 다른 주주권 단체들과 함께, 기업지배구조의 책무성과 투명성, 주주가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만연한 기업 비리와 정실 인사, 과도한 특권을 드러내고 바로잡는 데 앞장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들 스스로가 그토록 비판하던 비리, 정실, 과잉의 문제에 물들기 시작했다. 특히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이해상충이 심각한 해외 투자자와 사모펀드에 연달아 인수되면서 이런 흐름이 심해졌다. ISS만 보더라도 지난 30년 동안 주인이 무려 여덟 번이나 바뀌었다. 자기 회사의 지배구조가 의자 뺏기와 폭탄 돌리기를 섞어놓은 듯한 모습인데, 과연 어떻게 다른 기업의 ‘장기 주주가치’를 평가하겠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너무 오랫동안 의결권 자문사들은 기업지배구조 생태계에서 골칫거리로 남아 있었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는, 정치적 성향을 떠나 마땅히 평가받아야 할 조치다.

/ 글 Jeffrey Sonnenfeld, Steven Tian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제프리 소넨펠드는 예일대학교 경영대학원 리더십 실무 레스터 크라운 석좌교수이자 예일 최고경영자 리더십 연구소 설립자다. 리더십과 지배구조 분야의 석학으로, 현직 CEO들을 위한 세계 최초의 교육기관을 만들었으며 정파를 가리지 않고 다섯 명의 미국 대통령에게 자문해 왔다. 스티븐 티안은 예일 최고경영자 리더십 연구소의 연구 책임자이자 로커펠러 캐피털 매니지먼트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한 경력이 있다. 그에 앞서 미 국무부 이란 핵 비확산 담당 차관실에서 근무했다.

논평 기사에 담긴 견해는 전적으로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포춘의 공식 입장이나 신념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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