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AR로 MEP 병목 풀었다…글로벌 시장 공략 속도 내는 ‘에스엘즈’
지난 6월 부트캠프를 시작으로 CJ GLO!VentUs(Global+Venture+Us·이하 글로벤터스) 선발 8개 기업은 숨 돌릴 틈 없이 달려왔다. CJ인베스트먼트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가 공동 주관한 올해 프로그램은 지난 9월 성과공유회를 기점으로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기업들은 이제부터가 본격전이다. 12월 현재 대부분 기업이 미국 현지에서 잠재적 고객사 및 투자자들과 거친 씨름을 하고 있다.
![이유미 에스엘즈 CEO가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에스엘즈]](https://www.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2/50853_44599_2652.png)
에스엘즈는 ‘설계 및 시공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건설-테크기업(Con-Tech)이다. MEP(Mechanical/Electrical/Plumbing‧기계/전기/배관) 설비 설계자동화 솔루션은 AI/AR 기술을 사용해 디지털화한 가상 시각 데이터를 생성, 현장의 설계‧시공‧수정 작업을 돕는다.
2020년 전문건설업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에스엘즈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가 발굴한 우수 스타트업이다. 그간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신뢰를 쌓았고, 올해 해외 마케팅에 전력질주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며, 또 CJ인베스트먼트와의 첫 협업 기대가 바탕이 돼 글로벤터스에 지원했다.
숨 가쁘게 프로그램을 완주한 현재는 낭보를 기다리는 중이다. 지난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이머전 위크(Immersion Week) 행사에서 연결된 현지 투자자가 ‘실질적인’ 투자 검토에 들어간 데다 잠재적 고객사와 솔루션 구독 및 협업 가능성을 논의 중인 까닭이다. 이유미 대표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에스엘즈 사업 내용을 들여다봤다.
Q. 2029년 매출 목표치가 1000억 원입니다. ‘목표’이긴 하지만, 그래도 스타트업임을 고려하면 굉장히 높은 것 같습니다.
1000억 원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닙니다. 현실적 또는 보수적으로 생각해도 300억~500억 원은 가능하다고 봐요. 해외 매출이 필수적인데, 올해 첫 수출에 성공해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특히 미국은 전문인력 부족과 높은 인건비로 인력에 의존하는 기존 MEP 설계 방식이 디지털 솔루션으로 대체되는 추세죠. 현재 AI 수요를 고려하면, 향후 3년은 저희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기라 판단합니다.
Q. 수출과 AI가 관건이라는 말씀이신데, 건설-테크기업인 에스엘즈와 어떤 상관이 있을까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산업시설의 MEP 설계 자동화 솔루션 수요가 매우 높습니다. AI 도입으로 다양한 산업시설이 스마트팩토리로 전환되고 있죠. AI 발전을 지원할 반도체 생산이 중요해지다 보니 반도체 공장 증설‧관리를 위한 솔루션이 특히 주목받습니다.
Q. 건설 분야에 생소한 독자들을 위해 좀 더 쉬운 설명이 필요합니다.
MEP는 모든 건축물과 시설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분야입니다. △M(기계)엔 공조, 냉난방 설비, 팬/펌프, 배연 설비 등이 있고 △E(전기)엔 변압기, 배전반, 케이블 트레이, 조명, 콘센트, 발전기 등이 있으며 △P(배관)엔 급배수, 공정배관, 소방배관, 특수가스 배관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공종(工種·공사 분야별 작업 카테고리)이 복잡한 데다 이를 3차원으로 구현하기가 매우 어려워 시공 단계에서 다른 카테고리와의 간섭(Clash)이 빈번히 일어납니다. 소방배관이 지나는 자리에 냉난방 설비가 겹치는 등의 일이 벌어지죠. 그래서 공기(工期·공사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전체 기간)를 지연시키는 주범으로 꼽힙니다.
반도체 공장과 바이오팹, 데이터센터, 조선소 등은 MEP 설비 복잡도와 공간적 제약이 매우 큽니다. 그중에서도 최고는 반도체 공장이죠. 일반 건물에 10여 개의 MEP 공종이 필요하다면, 반도체 공장은 무려 40개에 육박하는 MEP가 필요해요. 초고난도 시설입니다.
게다가 새로운 칩으로 공정을 전환할 때마다 다수의 장비가 교체돼 MEP 설계와 시공 단계에 병목현상이 있습니다. 그래서 AI/AR 기반 자동화 솔루션 활용도가 높아요. 그리고 워낙 난도가 높다 보니 반도체 공장에서 활용되는 솔루션은 ‘모든 산업군에 적용할 수 있다’는 간접 인증을 받은 것으로 치부되죠. 저희 솔루션이 그렇습니다.
![ROUTi-AR 시연 장면. 3D 설계 도면과 AR 디지털 트윈을 연결해 작업자의 현장 이해도를 높인다. [사진=에스엘즈]](https://www.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2/50853_44600_280.jpg)
Q. IR자료에는 솔루션으로 △ROUTi-AI △ROUTi-AR △Build AR 2.0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각각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ROUTi-AI는 시설 전체 MEP를 AI를 활용한 추론과 알고리즘으로 자동설계하는 솔루션입니다. 예를 들면, 두 개의 파이프 연결 지점을 지정하면 주변 간섭을 피하면서 가장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파이프라인을 자동 생성해요. 산업시설에서 MEP 비중은 20~70%까지 차지하는데, 최적화를 통해 기업은 비용 절감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습니다.
ROUTi-AR은 MEP 도면의 3D모델을 실제 현장에서 AR로 겹쳐 보여줘 △간섭 체크와 △시공 오류 사전 검출 △오차 확인 △유지보수 공간 검증 △교육에 활용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ROUTi-AI에서 생성한 가장 효율적인 파이프라인 경로를 현장에서 식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거죠.
Build AR 2.0은 대규모 현장에 적용되는 솔루션입니다. 드론이 현장을 날아다니며 수집한 영상으로 전체 건물은 물론 도시 규모까지 3D 증강 현실을 확장할 수 있죠. 이를 통해 설계와 오차‧공정률 분석을 더욱 정교화하고 자동화합니다.
Q. PoC는 어떻게 진행하셨나요?
국내 주요 반도체 제조사를 중심으로 진행했습니다. 현재는 조선소 및 중동 건설사와도 PoC가 진행 중이에요.
완료된 PoC 결과는 만족스러웠습니다. △4000개 배관을 자동설계하는 데 2시간이 걸렸고 △MEP 간섭 없이 설계된 비율은 95%에 달했으며 △최적화 설계에 따른 재료비 감소가 7%였고 △AR 오차는 ±2cm에 불과했어요. 매우 우수한 결과로 대부분 본계약으로 연결됐죠.
Q. ‘피지컬 AI 개발’이나 ‘자체 개발 AI 칩 사용’ 같은 IR 내용에도 눈길이 갑니다.
에스엘즈는 AR이나 디지털트윈에 강점을 가진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지만, 이 기술들을 물리적 세계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저희 로보틱스팀이 관련 이족보행 로봇인 ‘프로토타입 BG1’을 개발하기도 했죠.
자체 개발 AI 칩은 좀 더 장기적인 계획입니다. 현장의 실시간 연산 지연이나 보안,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AI 칩이 필요해요. 연산 속도나 전력 효율을 끌어올릴 수도 있고 클라우드 비용 절감 효과도 뒤따르죠. 향후 지역별 칩 생산이 가능해지면, 자체 설계 칩을 제조 의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재는 눈앞의 목표에 우선 집중하려 합니다. 2026년 수출 규모를 50억 원으로, 2027년엔 1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연초에 ‘올해는 해외 마케팅에서 승부를 내겠다’고 생각했는데, 글로벤터스 덕분에 잘 진행됐다고 생각합니다. 차근차근 미래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CJ인베스트먼트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가 공동 운영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다.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인 알케미스트(Alchemist)와 협력해 8주간의 시장 진출 교육과, 샌프란시스코 현지 이머전 위크(Immersion Week)를 통한 투자자 피칭 및 파트너 미팅을 지원했다. 경기센터는 전국 19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글로벌 거점으로,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 포춘코리아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