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망해도…” VC들이 본 AI 버블의 민낯
![[사진=셔터스톡]](https://www.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2/50967_44733_4120.jpg)
AI 시장이 버블 국면에 들어섰는지를 두고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경계해야 한다는 쪽과 크게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쪽이 공존한다. 이 논쟁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포춘 브레인스톰 AI(Fortune Brainstorm AI) 현장, ‘IRL 텀시트 브렉퍼스트(Term Sheet Breakfast)’ 자리에서 계란과 소시지를 앞에 두고 오갔다.
패널로는 운용 자산 규모가 500만 달러에서 250억 달러까지 다양한 5곳 벤처캐피털(VC) 관계자들이 나섰다. 이들은 앞으로 10년 동안 AI를 기반으로 한 기업에 수천만 달러에서 수억 달러까지 자금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이 선택이 10년 뒤 ‘대박’이 될지, ‘버블의 기억’으로 남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패널 면면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리온시스캐피털(Leonsis Capital) 파트너이자 오픈AI(OpenAI) 전 연구원인 제니 샤오(Jenny Xiao)는 다소 미묘한 입장을 내놨다. AI 시장에 “일종의 버블은 있다”고 보면서도, 그 범위를 “인프라 레이어에 비교적 국한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데이터센터, GPU, 대형 언어 모델(LLM) 기업 쪽에 자금이 과도하게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실제 기업 현장에서 AI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식은 매우 다양한데, 애플리케이션 레이어에는 오히려 투자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뉴엔터프라이즈어소시에이츠(NEA) 전 파트너이자 신규 VC 프리미스(Premise) 공동 창업자인 바네사 라르코(Vanessa Larco)는 좀 더 역발상에 가까운 시각을 내놨다. “모두가 엔터프라이즈(기업용)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지금 환경에서는 “소비자 쪽이 오히려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특정 AI 제품을 실제로 쓰기 시작했다면, 그건 그 서비스가 이전보다 훨씬 빠르거나 가격이 파격적으로 싸거나, 쓰기 훨씬 쉬운 경험을 줬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 단계까지 와서 브랜드까지 쌓이면, 사람들이 그 서비스를 끊기가 매우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어시메트릭캐피털파트너스(Asymmetric Capital Partners) 매니징 파트너이자 카털랜트테크놀로지스(Catalant Technologies) 회장인 롭 비더만(Rob Biederman)은 다소 냉정한 전망을 내놓았다.
“모든 호황기마다 99% 혹은 99.9%의 기업은 실패하고, 그중 한두 곳만이 아마존(Amazon)이나 구글(Google)이 된다.” 그는 비행기로 떠나기 직전 패널을 마무리하며, “지금 당장은 고객에게 체계적으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회사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했다. 그 기준을 충족하는 회사는 아직 많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NEA 파트너인 아론 제이콥슨(Aaron Jacobson)은 기술 혁신의 역사를 꿰뚫는 공식 하나를 꺼냈다. “혁신은 언제나 단기적으로는 과대평가되고, 장기적으로는 과소평가된다”는 것이다. AI도 예외는 아니라는 진단이다. 그는 언젠가 조정 국면이 찾아올 것이고, 밸류에이션과 자금 조달을 둘러싼 ‘고통의 사이클’도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10년 뒤에는 아주 크고 영향력 있는 기업들이 여럿 등장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록야드벤처스(Rock Yard Ventures) 창업자 겸 제너럴 파트너인 다니엘 다트(Daniel Dart)는 AI 버블 우려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그는 현재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총주소시장(TAM·Total Addressable Market)이 열려 있다고 본다.
많은 사람이 자율주행차 웨이모(Waymo)가 우버(Uber)를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다트가 그리는 그림은 더 크다. 초등학교와 노인요양시설 앞에 웨이모 차량이 줄지어 서 있고, 학생과 노인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장면이다. 이 정도 상상이 가능하다면, 아직 AI 시장은 “초반 이닝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다트는 이렇게 말했다. “2030년이나 2034년에 시가총액 1조달러짜리 회사가 하나도 없을 거라고, 정말로 생각하나요? 여기 있는 누구도 그런 데 베팅하지 않을 겁니다. 그때까지 만들어질 가치의 총량은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마치 불의 탄생과도 같은 순간이 될 것입니다.”
행사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정답은 아직 없다. 다만 패널에 나온 한 VC의 말처럼, “지금의 열기는 분명 과장된 구석이 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지금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큰 판이 펼쳐질 것”이라는 점만큼은 VC 모두에게 공통된 인식처럼 보였다.
/ 글 Amanda Gerut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