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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공룡이 헐리우드 삼키면 벌어질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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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정부가 넷플릭스의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인수를 승인한다면 어떻게 될까. HBO 맥스와 방대한 워너브라더스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거느린 이 딜은 소비자에게 재앙이 될 것이다. 세계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에 콘텐츠 편성·제작 권한이 더 집중되면 소비자 선택지는 줄어들고, 가격 인상은 사실상 시간문제가 된다.

다른 길도 있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Paramount Skydance)는 넷플릭스와 경쟁하는 적대적 인수 제안을 내놓은 상태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와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가 합쳐지면, 넷플릭스 독주 체제에 맞설 수 있는 덩치와 자원을 갖춘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게 된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스트리밍·엔터테인먼트 시장의 경쟁 구도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 비용 통제와 소비자 선택권에도 도움이 된다. 중요한 차이는 극장에 대한 태도다. 파라마운트는 극장 개봉을 계속 중시하겠다고 밝힌 반면, 넷플릭스는 극장을 구시대적이고 비(非)소비자 친화적이라고 보고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반면 넷플릭스가 워너브라더스를 인수하면, 미디어 산업 전반을 지배하는 거대 플레이어가 탄생한다. 넷플릭스는 올해 가입자 수가 3억명을 넘었다며 사상 최대 증가 폭을 발표했다. 이미 미국과 전 세계에서 가입형 주문형 동영상(SVOD) 서비스 1위다.

넷플릭스는 같은 날, 가입자 수 기록과 함께 요금 인상도 발표했다. 시장 지배력이 더 커졌을 때 넷플릭스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보여주는 신호라면, 경쟁이 줄어든 환경에서 소비자들은 더 비싼 구독료를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넷플릭스는 스스로를 혁신 기업이라고 소개해 왔다. 불과 10월만 해도 테드 서랜도스 CEO는 투자자들에게 회사가 “사는(buyers) 쪽이 아니라 만드는(builders) 쪽”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워너브라더스에 제안한 인수 가격은 넷플릭스의 이런 선도자 이미지는 이미 정점을 지났고 이제는 새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대신 인수로 가입자를 늘리는 전략으로 기울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할리우드 작가들과의 분쟁도 그 방향을 뒷받침한다. 넷플릭스는 얼마 전 작가 조합과 4200만 달러 규모의 합의에 이르렀다. 업계 일부 분석가는 이를 두고 넷플릭스가 새로운 콘텐츠 투자에 더 소극적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신호로 본다. 한 애널리스트는 “넷플릭스가 워너를 인수하면 영화 산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들, 주요 IP, 오랫동안 유지돼 온 전통이 사망선고를 받을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넷플릭스와 워너브라더스의 결합은 산업을 위험한 임계점 너머로 밀어붙일 수 있다. 합병 회사는 전체 시장의 30~40%를 장악하게 되고, 소비자·창작자·배급사 모두에게 사실상 ‘거래 조건’을 강요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시장에 미칠 효과도 작지 않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딜이 이른바 ‘스트리밍 전쟁’의 종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업들이 시청자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더 많은 콘텐츠, 더 높은 혁신, 더 낮은 가격이 나오는 만큼, 이는 소비자에게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합병의 ‘2차 효과’도 문제다. 워너브라더스까지 품에 안으면, 넷플릭스는 극장(이미 넷플릭스는 광역 개봉을 꺼리는 회사로 악명이 높다), 작가와 연출가 같은 크리에이터, 그리고 그 위에 얹힌 엔터테인먼트 산업 생태계 전반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시장의 핵심 감독인 제임스 카메론은 넷플릭스와의 합병이 “재앙(disaster)”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인수로 넷플릭스의 힘이 얼마나 커질지, 연방 반독점 당국도 잘 알고 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은 지난달, 이 스트리밍 공룡과의 합병이 경쟁을 질식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고,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정밀 조사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개방된 시장과 튼튼한 경쟁은 혁신을 촉진하고, 가격을 낮춘다. 반대로 소수 기업이 산업을 장악하면 경쟁은 사라진다. ‘빅테크’가 이미 “건드릴 수 없을 만큼 큰” 기업이 됐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경험했다. ‘빅미디어’도 그 전철을 밟으려는 듯하다.

반독점법의 목적은 혁신을 규제하는 데 있지 않다. 시장이 개방적이고 경쟁적이며, 소비자와 실물 경제의 이익에 맞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워너브라더스 경영진은 넷플릭스가 제시한 딜이 회사에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합병은 매우 강도 높은 규제 심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고, 그럴 만한 이유도 충분하다. 이 딜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분명한 ‘악재’이기 때문이다.

/ 글 Ike Brannon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아이크 브래넌은 잭 켐프 재단의 선임연구원이다. Fortune.com에 게재된 논평에 담긴 의견은 전적으로 필자 개인의 견해일 뿐이며, 포춘의 공식 입장이나 신념을 반드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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