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플립 하는데, 왜 물컵 못 집을까? 로봇 묘기 영상의 모순
![[사진=셔터스톡]](https://www.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2/50993_44756_312.jpg)
달리기, 백플립, 음악에 맞춘 춤, 킥복싱…. 휴머노이드 로봇이 점점 화려한 동작을 해내는 영상이 끊임없이 온라인을 채운다.
하지만 포춘 브레인스톰 AI 콘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런 ‘묘기 영상’에 너무 현혹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인간에게는 어려워 보이는 백플립은 로봇에게는 비교적 쉽게 프로그래밍이 가능하지만, 계단을 오르거나 물컵을 집는 것처럼 단순해 보이는 동작은 여전히 대부분의 로봇이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세쿼이아 캐피털의 스테파니 잔 파트너는 컴퓨터 과학자 한스 모라벡의 말을 인용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어려워 보이는 건 쉽고, 쉬워 보이는 게 진짜 어렵다.”
1980년대 후반 모라벡을 비롯한 컴퓨터 과학자들은 컴퓨터가 지능 테스트에서는 뛰어난 성능을 보이지만, 어린아이도 할 수 있는 기본 동작은 잘 수행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적했었다.
스킬드AI의 CEO 디팍 파탁은 로봇이 통제된 환경에서는 매우 복잡한 작업도 잘 처리하지만, 실제 상호작용이 필요한 순간에는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킬드AI 로봇이 보도블록 위를 가볍게 뛰어가는 영상을 보여주며 “로봇은 땅과만 상호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병을 집는다거나 계단을 오르는 순간, 인간은 시각과 균형 감각을 이용해 끊임없이 동작을 ‘교정(correct)’한다. 파탁은 “이런 상호작용 능력이 인간 일반지능의 핵심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잔은 로봇의 화제성 영상이 실제로는 어떤 방식으로 훈련됐는지, 통제되지 않은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비자는 이 영상들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두 전문가는 일반지능(AGI) 기술의 발전이 더 정교하고 유연한 로봇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탁은 “예전에는 인간이 동작을 분석해 수학적으로 로봇을 미리 프로그래밍했다”며, 이제 로봇이 경험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로봇이 통제되지 않은 환경에서도 다양한 작업을 처리하고, 별도의 재프로그래밍 없이 새로운 작업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게 만든다.
잔은 “지금은 대부분의 로봇이 특정 기능만 수행하도록 설계돼 있다”며, 더 범용적인 지능을 갖춘 플랫폼이 등장하면 인간에게 위험한 작업 등 현재는 접근 못 하는 영역을 로봇이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로봇도 마찬가지다. “집안일 로봇은 지금 하나의 기능만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지능 로봇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진다면, 집안의 거의 모든 일을 대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잔은 말했다.
이는 앞서 퀄컴 CEO 르네 하스가 밝힌 의견과도 일맥상통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적응력이 높아지면 기존의 공장 자동화 로봇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로봇의 본격적인 확산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지금까지 사람이 맡아야 했던 업무를 로봇이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탁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사회적 이득이 더 크다고 본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첫째, 위험하고 건강에 해로운 직종에서 사람을 보호할 수 있다. 둘째, 제조업이 직면한 심각한 노동력 부족을 완화할 수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즐거운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모두가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 있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일(work)이 선택이 되는 세상 말이다.”
/ 글 Nicholas Gordon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