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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보다 성격, 스킬보다 태도… 샤넬의 새 채용 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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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럭셔리·패션 업계는 늘 진입 장벽이 높고,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 세계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자존심이 크지 않고,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미 한발 앞서 있다는 말이 있다. 샤넬의 최고인사책임자(CPO)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클레어 이스나르의 이야기다.

115년 역사를 지닌 명품 하우스 샤넬은 전통과 배타성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이스나르는 첫 공식 인터뷰에서 “샤넬은 지원자가 어디 출신이냐보다 어떤 사람이냐를 훨씬 더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이스나르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인재를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성격입니다. 가치관이죠. 조직 문화에 맞는 사람인가, 탁월함과 정직성, 협업, 장기적 관점이라는 샤넬의 기준에 부합하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가 선을 그은 인재상은 이렇다. “자존심이 지나치게 크거나, 혼자만 일하려 하거나, 단기 성과만을 좇는 ‘용병형 인재’는 샤넬과 맞지 않습니다.”

이스나르가 두 번째로 보는 것은 ‘배우려는 태도’다. 기술과 스킬은 그 다음 문제다. “하지만 앞의 두 가지, 성격과 학습 마인드는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학벌이다. 샤넬은 일부 ‘엘리트 학교’ 출신만을 선호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양한 배경의 인재를 의도적으로 채용해 본사에 서로 다른 시각과 성격이 공존하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이스나르는 면접에서 흔히 회자되는 ‘커피컵 테스트’나 함정 질문을 쓰지 않는다. 대신 지원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는지를 유심히 듣는다. “저는 늘 이렇게 묻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지금의 당신을 만든 경험은 무엇인가요?’”

그녀가 또 보는 것은 진정성이다. 특히 실패를 어떻게 말하는지에 주목한다. “실패에서 무엇을 배웠는지가 드러나는지, 힘든 순간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답변이 피상적일 경우, 질문은 더 깊어진다. “주변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어떤 피드백을 받아왔는지도 물어봅니다.”

이스나르는 이런 과정에서 지원자가 자신의 약점을 인정할 수 있는지, 인생의 굴곡을 어떻게 견디는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인지를 읽어낸다고 말한다.

샤넬은 ‘누구나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다. 그래서 그녀가 중요하게 보는 또 하나의 신호가 있다. 지원자가 질문을 하는지 여부다. 브랜드 이름을 이력서에 추가하려는 사람인지, 아니면 실제 역할과 일에 관심이 있는지는 질문에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 브랜드에는 거의 감정적인 애착이 따라옵니다. 그래서 더 깊이 봐야 합니다.”

채용 시장에서 구직자들은 이미 까다로운 관문을 거치고 있다. 식사 면접, 수많은 ‘유령 공고’에 더해 이제는 성격 검사까지 요구받는다.

성과 기반 성격 평가 기업 호건 어세스먼트에 따르면, 성격 검사는 새롭지 않지만 최근 다시 각광받고 있다. 기업들이 ‘많이 뽑기’보다 ‘잘 뽑기’에 집중하면서다. 이는 오히려 젊은 세대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이커리 브랜드 스위트 로렌스의 CEO는 모든 신규 채용자에게 성격 검사를 실시하며, 지나치게 ‘기업형’ 성향이면 채용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적 성향이 강한 Z세대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이런 변화는 청년 실업이 심화되는 현실과 맞물려 있다. 지난해 영국에서는 1만 7000여 개의 신입 채용 자리에 120만 건이 넘는 지원서가 접수됐다. 성격 검사는 학벌이나 화려한 경력보다 ‘사람 자체’를 평가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말 그대로 ‘분위기’를 본다. 언어 학습 앱 듀오링고의 CEO 루이스 폰 안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함께 일하면서 즐거운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이는 재택근무 복귀(RTO), 잇단 해고, 늘어난 업무 부담 속에서 ‘회사 분위기 책임자’를 자처하는 Z세대에게 반가운 메시지일지 모른다.

/  Orianna Rosa Royle &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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