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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안전모’는 독립성 지켜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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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연방준비제도(연준) 건물 개보수 현장을 방문해 제롬 파월 의장에게 비용 관련 문서를 건네고 있다.[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연방준비제도(연준) 건물 개보수 현장을 방문해 제롬 파월 의장에게 비용 관련 문서를 건네고 있다.[워싱턴=AP/뉴시스]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 문앞에 나타났다. 연준 건물 리모델링 비용 목록을 들고 온 트럼프 대통령은 “예산을 초과한 프로젝트 매니저라면 해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은 표정이 눈에 띄게 굳은 채로 비용 내역을 이미 설명했고,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에는 이미 완공된 건물까지 포함돼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연준 의장과 대통령이 똑같이 안전모(하드햇)를 쓴 채 건설 현장에서 나란히 서서 말다툼을 벌이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방문은 미국 역사상 네 번째 대통령 방문이었다. 그만큼 드문 일이었다. 중앙은행과 백악관이 서로 간섭하지 않을수록 두 기관의 신뢰가 함께 강화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연준을 방문한 장면은 포춘이 정기적으로 나누는 대화들을 요약해준다. 상대는 연준 내부 인사이거나, 연준과 긴밀히 협업하는 다른 기관의 관계자들이다. 대부분 비보도(off the record)였고, 최근 몇 달 들어서는 대화 자체가 더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올해 1월 이후 포춘이 만난 대략 10명 안팎의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졌다.

초기에는 정치권의 관심이 곧 지나갈 거라는 낙관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은 욕설과 과도한 감시, 전례 없는 수준의 비판 공세를 ‘피할 수 없는 폭풍’으로 받아들이고, 마음속으로 빗장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는 파월이 바이든 대통령을 돕기 위해 금리를 내리는 식으로 정치적으로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법으로 보장된 연준의 자율성을 감안하면, 그 자체가 모욕에 가까운 말이다. JD 밴스(JD Vance) 부통령은 기준금리에 더 강한 정치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일부 경제학자들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에 동조하긴 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분노가 공개적으로 분출된 방식은 이례적이었다. 그는 파월을 “너무 늦는 파월(Too Late Powell)”, “고집 센 노새”, “엄청난 패배자”, “멍청한 사람”이라고 불렀다.

월가도 이런 공격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금리 인하를 바랄 수는 있어도,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위협받는 장면은 원치 않았다. 트럼프가 파월을 해임하겠다는 구상을 잠시 접자, 공격의 초점은 다른 FOMC 구성원으로 옮겨갔다.

지난 9월에는 리사 쿡(Lisa Cook) 연준 이사를 소셜미디어로 몰아세우며 해임을 시도했다. 그는 쿡이 주택담보대출 신청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쿡은 이를 부인했고, 사건은 대법원으로 갔다. 심리는 1월에 시작된다.

독립성이 강한 다른 연방기관들도 ‘신호’를 읽었다. 트럼프가 연준까지 겨냥한다면, 다음 차례가 자신들이 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다. “한 행정부 아래서 실제로 얼마나 많은 게 바뀔 수 있을까?” 한 소식통에게 물었다. 돌아온 답은 이랬다. “아직 3년이나 남았잖아.”

지난 1월 이후, 연준 안팎의 많은 연방 공무원들은 조용히 결론을 내렸다. 용기보다 신중이 낫다는 판단이다. 다행히 월가가 안도할 만한 대목도 있다. 연준의 ‘간판 인물’들이 완전히 숨어버리진 않았다는 점이다.

통화정책 이외의 정치적 질문에 대해서는 공개 발언이 거의 ‘원고대로’ 진행됐다. 파월은 반복해서 기준금리 결정은 전적으로 경제 데이터에 근거한다고 강조했다. 1월 시작되는 쿡 해임 관련 법원 심리라는 ‘방 안의 코끼리’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지금은 온도가 다소 내려갔지만, 소식통들은 내년 초 다시 수은주가 오를 것으로 본다. 독립적인 연준이 더 나은 경제 성과를 낸다는 논리는 널리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트럼프가 쿡을 실제로 밀어내는 데 성공한다면, 연준의 자율성은 덜 안전해 보일 수 있다. 그 자체가 인플레이션 심리를 자극할 여지도 있다.

다만 연준 독립성 우려가 곧바로 닉슨 대통령과 아서 번스(Arthur Burns) 시절로의 비교까지 내려가진 않는다. 당시 백악관과 연준이 통화정책에서 발맞추며 경제가 위기로 빠졌던 전례가 있다.

오히려 많은 경제학자들은, 독립성을 지키려는 방어막이 너무 두껍고 시장의 감시도 너무 강해 정치권이 연준의 궤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어렵다고 본다. 특히 파월이 임기 종료 후에도 이사로 남아 있는 시나리오라면 더 그렇다.

결국 ‘선택적 침묵’은 이제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전술이 됐다. 비판자들은 FOMC가 점도표(dot plot) 같은 신비주의적 장치와, 연설에서 흘리는 ‘빵 부스러기’ 같은 단서로 월가의 관심을 과도하게 끌어낸다고 말한다. 스콧 베선트(Scott Bessent) 재무장관은 ‘뒷좌석(back-seat) 연준’을 주장해 왔고, 내부자들은 그 요구를 기꺼이 들어줄 태세라고 한다.

반면 연준은 의회에, 더 넓게는 미국 대중에 책임을 지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경제 변동성이 큰 시대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앞으로의 경로를 확신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 의사결정자들이 내놓는 ‘인사이트’가 텅 비어버리면, 시장과 대중 모두에게 해가 될 수 있고 좌절감을 키울 수도 있다.

연준 내부의 편향성 논란에 맞서면서도, 연준이 어디까지나 ‘법적 책무(mandate)’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일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또 다른 불편한 질문은 ‘누가 지휘하는가’다. 베선트 장관은 새 연준 수장을 찾는 과정에서 ‘섀도 의장(shadow chair)’을 두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파월이 5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점점 무시되는 동안, 연준의 실권을 쥘 사람을 따로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인기 있는 아이디어는 아니었지만, 백악관은 이후로도 매우 공개적인 인선 과정을 이어가고 있다.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이해관계자들은 유력 후보군을 지켜보되,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결과에 과도하게 몰입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우려도 있다. 공개 방송처럼 진행되는 인선 과정 자체가, 아직 중앙은행 내부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쌓지 못한 ‘예비 지명자’에게 이미 큰 압박을 얹고 있다는 것이다. 기대를 관리해야 하는데, 쓸 수 있는 힘은 아직 없다는 얘기다.

월가는 초기 시행착오도 대비하고 있다. 최근 몇 차례 회의 전까지 파월 체제는 대체로 안정적인 합의로 굴러갔다. 하지만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 폴 도너번(Paul Donovan)은 최근 고객 노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 더 흥미로운 건 연준 내부의 분열 정도다. 이는 파월 후임 의장에게 문제를 쌓아두는 셈일 수 있다. 파월 아래에서도 반대 의견을 낼 준비가 된 연준이라면, 기관 내부와 금융시장에서 존중을 덜 받는 의장 아래에서는 더 쉽게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다.”

새 연준 체제에서 어떤 주름이든 결국 펴야 하겠지만, 트럼프 내각은 그 과정이 ‘문 닫고’ 진행되길 바라는 듯하다. 백악관의 숨결을 목덜미에 느끼지 않고 자기 일을 하고 싶은 연방 공무원들에겐 그 관심이 다른 곳으로 분산되기만을 바랄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 글 Eleanor Pringle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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