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위기’가 트럼프를 관세 인하로 내몰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셔터스톡]](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1/CP-2024-0163/image-45b319ce-14c3-41d5-8808-4d579ea13789.jpeg)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무역정책 후유증이 미국에 ‘감당 불가능한 물가 위기(affordability crisis)’를 만들어낸다는 지적이 나왔다. 베테랑 시장 분석가 에드 야데니(Ed Yardeni)는 이러한 가격 압박이 결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무역 장벽 입장을 선회하도록 만드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협상을 통해 얻은 성과를 명분으로, 2026년에는 미국 관세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야데니 리서치(Yardeni Research) 대표인 야데니는 12월 29일 발표한 보고서 「2026—대담하게 살아가는 또 한 해!」에서, 이른바 ‘포효하는 2020년대(Roaring 2020s)’를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는 보호무역에 따른 마찰 국면에서 벗어나 보다 거래 중심적인 ‘완화 국면’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이 고율 관세로 수입 내구재 가격이 급등한 해였다면, 2026년에는 관세를 ‘영구적인 장벽’이 아니라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정책 변화의 작동 원리는 행정부가 강조해온 ‘상호주의(recipientrocal)’적 성과에 기반한다. 야데니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이 이미 미국의 관세 인하를 대가로 외국 정부와 기업들로부터 미국 내 제조시설 건설 약속을 끌어냈다”고 설명한다. 관세 인상이라는 위협을 통해 약 10조 달러에 달하는 투자 약속을 확보한 만큼, 이제는 소비자 물가 부담을 덜기 위해 그 관세를 다시 낮추는 ‘전략적 완화’가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정치적으로도 이 전환은 시급한 과제다. 행정부는 관세 수입을 재원으로 2000달러 규모의 ‘배당 수표(dividend checks)’를 지급하는 방안을 내세웠지만, 의회 입법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대법원이 관세 권한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현금 지급이 불발될 경우, 행정부는 직접적으로 높은 가격 문제를 해결해야만 경제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다. 야데니는 “올해 관세로 인해 수입 내구재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에, 행정부는 이 감당 불가능한 물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관세를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썼다.
야데니의 자료는 2019년 이후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급격히 치솟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소비자물가지수(CPI) 기준으로 2020년 1월 이후 물가는 25~27% 상승했으며, 이는 많은 미국인들이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느끼는 배경이 되고 있다. 야데니는 이미 12월 초 보고서에서 이 ‘감당 불가능한 물가 위기’를 다룬 바 있으며, 견조한 거시 지표에도 대중이 재정적 압박을 느끼는 이유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으로 제시했다. 그는 필수재·주거비·차입 비용이 누적적으로 상승해 임금 상승 체감 효과를 압도했고, 이것이 유권자들의 분노와 투자자 불확실성을 키우는 정치·시장 변수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이러한 시각에 공감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최근 딜북(DealBook)의 앤드루 로스 소킨과의 대담에서 관세를 ‘녹아내리는 얼음덩어리(shrinking ice cube)’라고 표현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 관세 정책에서 물러서면서 약 8000억 달러 규모의 재정적자 감축 효과가 사라졌다고 추산했다. 한편 미국의 국가부채는 10월 말 기준 38조 달러를 넘어섰으며, 향후 수년간 연간 이자 비용만 1조 달러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경고하고 있다.
관세 인하 효과가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야데니는 2025년 7월 통과된 ‘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를 통해 가계로 대규모 유동성이 유입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 법안의 다수 감세 조항이 2025년 초로 소급 적용됐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그해 급여에서는 혜택을 체감하지 못했다. 대신 2026년 초 세금 신고 시점에 ‘대규모 세금 환급’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OBBBA에는 물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맞춤형 조치도 포함돼 있다. 팁 소득, 초과근무 수당, 자동차 대출 이자에 대한 세액 공제가 대표적이며, 65세 이상 개인에게는 소득 수준을 고려한 6000달러 공제를 제공해 상당수 고령층의 사회보장세 부담을 사실상 없애준다. CBO는 OBBBA가 2026년 실질 GDP 성장률을 기존 1.8%에서 2.2%로 0.4%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3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4.3%를 기록하며 야데니의 낙관론을 뒷받침했다.
이 같은 재정 부양과 관세 완화 가능성을 바탕으로, 야데니는 포효하는 2020년대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을 60%로 상향 조정했다. 그는 2026년 실질 GDP 성장률이 3.0~3.5%까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85조 4000억 달러의 순자산을 보유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 자금을 계속 소비에 투입하고 있다는 점도 성장의 또 다른 축이다.
다만 위험 요인도 분명하다. OBBBA 환급과 소비 확대가 이어질 경우, 재정 적자 확대를 우려하는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이 움직일 수 있다. 야데니는 일본과 영국에서 급등한 국채 금리가 미국 금리에도 상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고용시장은 아직 안정적이지만, 일자리를 구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물가 위기가 빠르게 진정되지 않으면 소비자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또한 그는 “무슨 일이 잘못될 수 있는가?”라는 항목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도 언급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거나 러시아가 유럽을 침공할 수 있다”며, “통상 이런 위기는 증시의 매수 기회를 제공하지만 중국의 대만 침공이나 러시아의 유럽 침공이 현실화된다면 모든 가정은 무너진다”고 덧붙였다.
야데니가 2026년에 대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속적인 번영으로 가는 길은, 행정부가 무역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고 바로 그 관세를 다시 낮추는 데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글 Nick Lichtenberg & 편집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