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고용 늘린다, 다만…” 젠슨 황의 조건부 낙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파리=AP/뉴시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4/CP-2024-0163/image-e06e9320-573d-41c4-b75b-7a3f0852ca73.jpeg)
2025년은 노동경제학자들이 기대했던 해가 아니었다. 경기침체가 아닌 시기 기준으로 2003년 이후 최악의 고용 증가율을 기록했다. 관세, 이민 규제 강화, 경제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고, 인공지능(AI)은 손쉬운 희생양이 됐다. 하지만 엔비디아(Nvidia) CEO 젠슨 황(Jensen Huang)은 AI를 지금의 고용시장 불안을 만든 ‘악당’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현재의 둔화를 ‘조정의 시간’으로 봤다. 더 생산적이고, 궁극적으로 더 번영하는 경제로 가기 전의 성장통이라는 해석이다.
황은 타임(TIME) 인터뷰에서 “우리의 일은 엑셀을 붙들고 씨름하거나 키보드만 두드리는 게 아니다. 대개 더 의미 있는 일을 한다”며 “AI가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매출 성장을 만들고, 그 결과 더 많은 채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꽤 확신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의 낙관에는 단서가 붙는다. 전환이 매끄럽게 진행되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AI 확산은 직무와 책임을 전방위로 재배치하며, 노동자에게는 새로운 기술과 적응력을 요구하게 된다. 그는 “이건 확실하다. AI 때문에 모두의 일이 바뀔 것이다. 어떤 일자리는 사라질 것이다. 모든 산업혁명에서 어떤 일은 그냥 없어졌다”며 “하지만 그만큼 많은 새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말했다.
여기엔 더 큰 ‘조건’도 있다. 이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려면, 결국 AI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과는 냉혹해질 수 있다. 황은 “모두가 AI를 써야 한다. 쓰지 않으면, 쓰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뺏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시각을 가진 이는 또 있다. AMD CEO 리사 수(Lisa Su)도 단기 혼란 속 장기 기회를 강조해 왔다. 특히 AI가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시점에 사회로 나오는 학생들에게는 더 그렇다는 입장이다.
수 CEO는 MIT(매사추세츠공대) 2026년 졸업식 연사로 선정되며 낸 성명에서 “2026년 졸업반은 AI가 세상을 바꾸고 가능성의 범위를 넓히는 흥미로운 시기에 사회로 나선다”며 “그들이 자신의 역량과 아이디어를 세상에 나눌 준비를 하는 순간을 함께 축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2025년이 이미 부진했던 만큼, 2026년이 곧바로 구직자에게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는 근거는 많지 않다. 특히 관세 정책과 같은 역풍이 그대로라면 더더욱 그렇다. 곧 졸업할 학생들에겐 전망이 특히 암울하다.
전미대학고용주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Colleges and Employers) 설문에 따르면, 고용주의 절반 이상은 2026년 졸업반을 위한 취업 시장을 ‘나쁨(poor)’ 또는 ‘그저 그렇다(fair)’로 평가했다. 팬데믹 초기 이후 가장 비관적인 전망이다.
이 흐름은 현실에서도 확인된다. 젊은 구직자들이 줄어드는 신입(엔트리 레벨)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의 경우, 20만 명의 지원자 가운데 최근 졸업생 2000명만 채용했다. 합격률은 약 1%로, 아이비리그 대학보다도 더 ‘좁은 문’이다.
은행 CEO 브라이언 모이니핸(Brian Moynihan)은 Z세대 구직자들 사이에 불안이 널리 퍼져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불안에 움츠러들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올해 CBS 뉴스(CBS News) 인터뷰에서 “무섭냐고 물으면, 그들은 그렇다고 말한다. 이해한다. 하지만 나는 말한다. 그 감정을 붙잡아라. 앞으로는 너희의 세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젠슨 황도 비슷한 메시지를 반복해왔다. AI 시대에 성공하는 사람을 가르는 기준은 ‘권리의식’이 아니라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라는 주장이다. 황은 2024년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Stanford Graduate School of Business) 인터뷰에서 “기대가 높은 사람은 회복탄력성이 낮다. 안타깝지만 성공에는 회복탄력성이 중요하다”며 “내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기대치가 매우 낮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역경을 버텨내는 과정이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통과의례라고도 했다. 황은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탠퍼드 학생 여러분에게 충분한 고통과 시련이 있기를 바란다”며 “위대함은 인격에서 나오고, 인격은 똑똑한 사람에게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고통을 겪은 사람에게서 만들어진다”고 덧붙였다.
/ Preston Fore &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