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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가 또 ‘위기의 회담장’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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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매년 1월이면 전 세계의 기업인, 정치인, 각종 캠페인 단체가 스위스 스키 리조트 다보스로 모여든다. 눈 부츠를 신고, 1000달러짜리 아크테릭스 맥카이(Arc’teryx Macai) 코트를 걸친 채다. 크리스마스 뒤에 새해가 오듯, 1월이면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 연례회의가 열린다.

사실 WEF를 둘러싼 비판도 많다. 부자와 권력자들의 ‘허풍 놀이터’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현실과 동떨어졌고, 글로벌 대화와 규칙 기반 질서(rules-based order)에 집착한다는 비난도 익숙하다. 비판자들이 늘어놓는 혐의 목록은 매년 비슷하게 반복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규칙 기반 질서’ 자체가 흔들리고 위기가 공기를 채우는 순간, 산속 회의의 존재 이유가 갑자기 분명해진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서구 자본주의가 마비 직전까지 몰렸을 때가 그랬다. 당시 다보스 세션은 뜨거웠다. JP모건(JPMorgan) CEO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바클레이스(Barclays) CEO 밥 다이아몬드(Bob Diamond) 같은 금융권 수장들이 대통령, 총리들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다이먼이 “정부의 규제 반응이 지나쳤다”며 “너무 많으면 너무 많다(Too much is too much)”고 주장하자,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가 공개 석상에서 그를 정면으로 눌러버렸다. 오래 회자될 언쟁이었다.

올해는 그 ‘신용경색 이후’의 불꽃 튀는 공방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때는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에는 국제 질서 자체가 쟁점이다. 그리고 연달아 터지는 강도 높은 위험 앞에서, 서로 다른 대응 방식을 가진 서방이 과연 결속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문제로 떠올랐다.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다보스를 찾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이다. 가자(Gaza), 베네수엘라(Venezuela), 우크라이나(Ukraine), 그리고 유럽을 가장 충격에 빠뜨린 그린란드(Greenland)까지, 트럼프는 이미 상어가 들끓는 외교의 바다에 커다란 바위를 여러 개 던져놨다.

그는 최근 그린란드를 미국이 합병하는 길을 막는 국가들에 관세를 더 물리겠다고 위협했다. 지금은 10%, 6월부터는 25%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덴마크(Denmark)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두고 비판적 입장을 밝혀온 프랑스(France), 독일(Germany), 영국(U.K.), 네덜란드(Netherlands), 덴마크, 노르웨이(Norway), 스웨덴(Sweden), 핀란드(Finland)가 표적이 됐다.

유럽연합(EU·European Union)도 응수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권 두 곳 사이에 새 무역전쟁이 열리는 신호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은 EU가 ‘반강압 수단(anti-coercion instrument)’을 처음으로 발동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무역 무기는 2023년 중국의 관세에 맞서 회원국을 방어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브뤼셀(Brussels)에서는 930억 유로(약 1080억 달러) 규모의 새 관세와, EU에서 영업하는 미국 기업에 대한 각종 제한이 거론된다. 유럽 증시는 밀리고 있다. 시장 위험을 피하는 헤지 수단인 금 가격은 신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조만간 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이 연설한다. 트럼프는 21일(현지 시간) 등장할 예정이다. 이번 다보스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미국 대표단이 온다. 장관급 인사가 5명이고, 수백 명의 관료가 동행한다. 거칠어지는 말의 전쟁을 수습할 해법을 찾기 위한 양자 회담도 다급히 잡히고 있다.

폰데어라이엔은 이렇게 말했다. “영토 보전과 주권은 국제법의 기본 원칙이다. 유럽과 국제사회 전체에 필수적이다. 관세는 대서양 관계를 훼손하고 위험한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

2017년 다보스에서 시진핑(Xi Jinping)이 자유무역의 가치를 말했다. 2018년에는 트럼프가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가 ‘아메리카 얼론(America Alone)’을 뜻하는 건 아니라고 청중을 안심시켰다.

2026년에도 트럼프가 다보스를 지배할 것이다. 그는 글로벌 질서를 재편하려는 대통령이고, 속도가 빠르다. 지금 유럽이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그의 남은 임기 내내 분위기를 결정할 수 있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방위 합의가 가능할까. 트럼프가 요구하는 ‘더 큰 안보’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그는 새 관세를 실제로 강행할까. EU는 보복을 더 앞당길까. 우리는 미지의 영역에 들어섰다.

/ 글 Kamal Ahmed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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